[MOON을 열다] ‘달 관측의 신 기원’ 편광카메라는 어떻게 개발됐나

입력 2022.12.10 (10:00) 수정 2022.12.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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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세계 최초 달 관측 편광 카메라 개발
천문연 정민섭 박사 인터뷰
우주 탐사 도전한 국내 1호 달 박사
대학원생 연구를 다누리 탑재체로 발전시켜

'달 관측의 신기원을 이룰 탐사기기' 다누리에 실린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에 대한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평가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달 궤도에서 처음 시도되는 편광 관측기기로, 다누리의 과학 탑재체 5개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지질학자가 주도해 온 달 탐사에 천문학자가 도입한 새로운 탐사기기입니다. 정민섭 천문연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은 "편광카메라는 달 표면에서 카메라의 해상도보다 더 좁은 규모의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관측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원리와 개발 과정을 정민섭 박사에게 들었습니다.

다누리 탑재체인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다누리 탑재체인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

Q.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인데 다누리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탑재체 가운데 특히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가장 주목받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과학자들은 첫 시도에 매우 큰 의미를 둡니다.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달 궤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편광카메라라서 관심을 받는 거로 생각합니다.

또, 편광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관측 자료가 완전히 다른 시각의 자료여서, 과학적 가치가 있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Q. 편광 관측은 기존 탐사기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A. 멀리 있는 대상에 대한 관측 방식은 천문학적으로 측광과 분광, 편광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달 탐사선들이 측광과 분광 방식의 탐사기기를 가져갔는데, 편광을 이용한 탐사기기는 달에 간 적이 없어요.

측광은 빛의 밝기를 추정해서 달 표면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합니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정해지면 그 화소 이하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요. 편광은 해상도보다 더 좁은 규모의 지역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빛의 산란하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광을 설명하려면 빛이 파동의 형태로 진동하면서 진행한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빛이 어떤 표면에 반사될 때는 특정한 방향으로 반사가 잘 됩니다. 바다나 호수의 수면을 볼 때, 태양 빛과 물 표면이 반사가 잘 되는 각도일 때 반짝반짝하는 것처럼요.

편광카메라의 편광 필터는 창살이 쭉 놓여있는 유리판과 같은 모양입니다. 창살 모양으로 진동하는 빛만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 빛의 세기, 편광도를 보면 반사 시킨 물체의 표면 특성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하면 토양의 입자 크기, 거칠기, 공극률(전체 부피에서 빈 공간으로 남은 부분의 백분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달의 편광 관측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 발견은 무엇인가요?

A. 달에는 바람이 없어서 지구와 같은 풍화 침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주에서 날라오는 입자나 운석에 의해서 표면이 끊임없이 부수어지는 우주 풍화가 진행됩니다. 토양의 평균적인 입자 크기를 파악하면, 이 표면이 언제 노출이 되었는지, 얼마나 오래된 지역인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달 표면에는 반사되는 빛이 증가하는 충 효과(Opposition Effect)가 두드러진 토양이 존재하는데요, 달 표면 토양의 알갱이들이 굉장히 성기게 놓여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돼요. 구멍이 많은 형태의 입자들이 뾰족뾰족하게 쌓여있는 ‘요정의 탑(Fairy Castles)’ 형태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지구 토양의 공극률이 40~60%인데, 달 토양의 공극률은 70~90%까지 나오거든요. 이런 달의 독특한 토양은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없어요. 편광 관측은 이론적으로 추정했던 달 표면 토양의 이런 특성을 실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달 궤도선에서는 달 뒷면에 대한 첫 편광 지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달의 앞면만 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달의 앞면만 편광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뒷면까지 관측해 달 전체의 편광 지도를 만들면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달 전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진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누리에 탑재된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모형다누리에 탑재된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모형

Q. 지금까지 달 탐사선들이 편광 관측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명확히 알 수는 없는데요, 추측하기로는 지금까지 달 탐사는 미국의 지질학자들이 주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질학에서는 이 편광을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별에서 오는 정보가 빛밖에 없어서 빛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얻으려고 하거든요. 그 중에 편광은 항상 들어가는 탐사기기죠.

또, 편광 관측을 하려면 카메라 앞단에 편광 필터를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빛의 밝기가 굉장히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CCD 센서에 감광하는 양자효율이 높아야 해요. 이제 편광 필터가 있어도 충분히 달을 관측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해서 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정 박사님은 국내에서 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천문학자이신데요, 학위 논문이 지상에서 달 앞면을 편광 관측해 표토 특성을 분석한 연구였습니다.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가 달 궤도선 탑재체로 발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대학원 석사 과정이었던 2010년, 지도교수님이 편광 관련된 논문을 보여주시면서 달을 편광으로 관측하면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제가 원래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하는데, 찾아보니 국내에선 달 과학 분야에는 천문학자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천문학자가 참여하면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또, 앞으로는 우주 탐사 관련된 연구가 많이 일어날 시기가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주 탐사와 관련 있는 달 탐사 연구를 해보자, 개척자 내지는 이 위치를 선점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천문학은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연구인데, 우주 탐사 분야는 실제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 주차장에 설치했던 편광카메라의 모습. 정민섭 박사 제공.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 주차장에 설치했던 편광카메라의 모습. 정민섭 박사 제공.

연구하려고 보니 달 편광 관측 자료가 없어서, 일단 학교 천문대에 가서 편광 관측을 해봤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의미 있는 자료를 얻지 못했습니다. 최소 한 달 동안 관측을 해야 의미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201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에 갔습니다. 그런데 큰 망원경은 시야가 좁아져 달 전체를 찍을 수가 없어요. 천문대 관측기기는 사용하지 않고 그곳 주차장에서 작은 망원경과 저희가 만든 편광 관측 기기를 가지고 관측을 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는데,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가 다가오셔서 "이거 달 탐사선에서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 얘기를 지도교수인 김성수 교수님과 함께 모여서 했습니다. '이거 너무 재밌다. 이거 한번 해보자, 같이 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 편광카메라입니다.

지상에서 편광 관측을 하면 대기의 일렁임 효과 때문에 해상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우주에서는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또, 달 궤도선에서는 특정 각도의 위상각(카메라와 달, 태양의 위치 관계가 이루는 각도)이 자주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복 관측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달에서 첫 관측 결과를 받으면 너무 흥분될 것 같아요.


Q. 꿈이었던 우주 탐사에 실제 참여해본 경험은 어땠나요?

A. 천문학자들은 보통 천문대에 가서 관측을 수행하고 그 자료를 분석합니다. 저는 초기에 '우주 탐사도 관측의 연장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주 탐사라는 임무는 천문학자들만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주 많은 공학자들과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필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집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는 과정이었어요. 공학자분들과 과학자들 사이에 쓰는 언어도 다르고, 프로젝트 진행 일정도 서로 달랐어요. 이견을 조율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다누리 개발팀에서 그런 부분을 저희보다 먼저 이해를 하고 잘 대처해주셨어요.

Q. 광시야 편광카메라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일반적으로 어떤 탑재체를 만든다면 과거 탑재체를 먼저 분석하고 설계합니다. 그런데 편광카메라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다 보니까, 설계가 맞는 건지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그래서 초기에 우리가 제안했던 설계에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카메라 두 개를 앞뒤로 보도록 설계했다가, 양 옆으로, 각도도 20도에서 45도로 바꿨는데,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하는 과정에 도달한 거죠.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천문연 연구진들이 다누리 앞에서 자세를 취한 모습.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천문연 연구진들이 다누리 앞에서 자세를 취한 모습.

Q. 천문연은 미국 NASA 아르테미스 계획의 하위 사업인 민간 달 수송 서비스 CLPS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천문연이 주관하려던 소행성 탐사 사업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탐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우주 탐사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큰 프로젝트 안에서 연속적인 발전 과정을 통해서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우주 탐사 계획은 단발성 프로젝트이고 국내 연구자가 많지 않아요. 다누리 개발 과정이 끝나면 개발에 참여했던 공학자분들이 각자 다른 프로젝트에 분산될 거예요. 현업에 따라 다른 걸 하고 있기 때문에, 달 착륙선 사업이 시작되면 이분들을 다시 데리고 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새로 오는 사람이 또 생기고,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우주 정책도 어떤 큰 목표를 세우고 그 계획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연속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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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달 관측의 신 기원’ 편광카메라는 어떻게 개발됐나
    • 입력 2022-12-10 10:00:18
    • 수정2022-12-10 16:22:05
    취재K
세계 최초 달 관측 편광 카메라 개발<br /> 천문연 정민섭 박사 인터뷰<br /> 우주 탐사 도전한 국내 1호 달 박사<br /> 대학원생 연구를 다누리 탑재체로 발전시켜
'달 관측의 신기원을 이룰 탐사기기' 다누리에 실린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에 대한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평가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달 궤도에서 처음 시도되는 편광 관측기기로, 다누리의 과학 탑재체 5개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지질학자가 주도해 온 달 탐사에 천문학자가 도입한 새로운 탐사기기입니다. 정민섭 천문연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은 "편광카메라는 달 표면에서 카메라의 해상도보다 더 좁은 규모의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관측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원리와 개발 과정을 정민섭 박사에게 들었습니다.

다누리 탑재체인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
Q.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인데 다누리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탑재체 가운데 특히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가장 주목받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과학자들은 첫 시도에 매우 큰 의미를 둡니다.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달 궤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편광카메라라서 관심을 받는 거로 생각합니다.

또, 편광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관측 자료가 완전히 다른 시각의 자료여서, 과학적 가치가 있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Q. 편광 관측은 기존 탐사기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A. 멀리 있는 대상에 대한 관측 방식은 천문학적으로 측광과 분광, 편광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달 탐사선들이 측광과 분광 방식의 탐사기기를 가져갔는데, 편광을 이용한 탐사기기는 달에 간 적이 없어요.

측광은 빛의 밝기를 추정해서 달 표면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합니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정해지면 그 화소 이하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요. 편광은 해상도보다 더 좁은 규모의 지역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빛의 산란하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광을 설명하려면 빛이 파동의 형태로 진동하면서 진행한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빛이 어떤 표면에 반사될 때는 특정한 방향으로 반사가 잘 됩니다. 바다나 호수의 수면을 볼 때, 태양 빛과 물 표면이 반사가 잘 되는 각도일 때 반짝반짝하는 것처럼요.

편광카메라의 편광 필터는 창살이 쭉 놓여있는 유리판과 같은 모양입니다. 창살 모양으로 진동하는 빛만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 빛의 세기, 편광도를 보면 반사 시킨 물체의 표면 특성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하면 토양의 입자 크기, 거칠기, 공극률(전체 부피에서 빈 공간으로 남은 부분의 백분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달의 편광 관측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 발견은 무엇인가요?

A. 달에는 바람이 없어서 지구와 같은 풍화 침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주에서 날라오는 입자나 운석에 의해서 표면이 끊임없이 부수어지는 우주 풍화가 진행됩니다. 토양의 평균적인 입자 크기를 파악하면, 이 표면이 언제 노출이 되었는지, 얼마나 오래된 지역인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달 표면에는 반사되는 빛이 증가하는 충 효과(Opposition Effect)가 두드러진 토양이 존재하는데요, 달 표면 토양의 알갱이들이 굉장히 성기게 놓여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돼요. 구멍이 많은 형태의 입자들이 뾰족뾰족하게 쌓여있는 ‘요정의 탑(Fairy Castles)’ 형태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지구 토양의 공극률이 40~60%인데, 달 토양의 공극률은 70~90%까지 나오거든요. 이런 달의 독특한 토양은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없어요. 편광 관측은 이론적으로 추정했던 달 표면 토양의 이런 특성을 실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달 궤도선에서는 달 뒷면에 대한 첫 편광 지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달의 앞면만 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달의 앞면만 편광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뒷면까지 관측해 달 전체의 편광 지도를 만들면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달 전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진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누리에 탑재된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모형
Q. 지금까지 달 탐사선들이 편광 관측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명확히 알 수는 없는데요, 추측하기로는 지금까지 달 탐사는 미국의 지질학자들이 주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질학에서는 이 편광을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별에서 오는 정보가 빛밖에 없어서 빛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얻으려고 하거든요. 그 중에 편광은 항상 들어가는 탐사기기죠.

또, 편광 관측을 하려면 카메라 앞단에 편광 필터를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빛의 밝기가 굉장히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CCD 센서에 감광하는 양자효율이 높아야 해요. 이제 편광 필터가 있어도 충분히 달을 관측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해서 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정 박사님은 국내에서 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천문학자이신데요, 학위 논문이 지상에서 달 앞면을 편광 관측해 표토 특성을 분석한 연구였습니다.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가 달 궤도선 탑재체로 발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대학원 석사 과정이었던 2010년, 지도교수님이 편광 관련된 논문을 보여주시면서 달을 편광으로 관측하면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제가 원래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하는데, 찾아보니 국내에선 달 과학 분야에는 천문학자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천문학자가 참여하면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또, 앞으로는 우주 탐사 관련된 연구가 많이 일어날 시기가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주 탐사와 관련 있는 달 탐사 연구를 해보자, 개척자 내지는 이 위치를 선점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천문학은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연구인데, 우주 탐사 분야는 실제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 주차장에 설치했던 편광카메라의 모습. 정민섭 박사 제공.
연구하려고 보니 달 편광 관측 자료가 없어서, 일단 학교 천문대에 가서 편광 관측을 해봤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의미 있는 자료를 얻지 못했습니다. 최소 한 달 동안 관측을 해야 의미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201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에 갔습니다. 그런데 큰 망원경은 시야가 좁아져 달 전체를 찍을 수가 없어요. 천문대 관측기기는 사용하지 않고 그곳 주차장에서 작은 망원경과 저희가 만든 편광 관측 기기를 가지고 관측을 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는데,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가 다가오셔서 "이거 달 탐사선에서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 얘기를 지도교수인 김성수 교수님과 함께 모여서 했습니다. '이거 너무 재밌다. 이거 한번 해보자, 같이 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 편광카메라입니다.

지상에서 편광 관측을 하면 대기의 일렁임 효과 때문에 해상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우주에서는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또, 달 궤도선에서는 특정 각도의 위상각(카메라와 달, 태양의 위치 관계가 이루는 각도)이 자주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복 관측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달에서 첫 관측 결과를 받으면 너무 흥분될 것 같아요.


Q. 꿈이었던 우주 탐사에 실제 참여해본 경험은 어땠나요?

A. 천문학자들은 보통 천문대에 가서 관측을 수행하고 그 자료를 분석합니다. 저는 초기에 '우주 탐사도 관측의 연장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주 탐사라는 임무는 천문학자들만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주 많은 공학자들과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필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집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는 과정이었어요. 공학자분들과 과학자들 사이에 쓰는 언어도 다르고, 프로젝트 진행 일정도 서로 달랐어요. 이견을 조율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다누리 개발팀에서 그런 부분을 저희보다 먼저 이해를 하고 잘 대처해주셨어요.

Q. 광시야 편광카메라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일반적으로 어떤 탑재체를 만든다면 과거 탑재체를 먼저 분석하고 설계합니다. 그런데 편광카메라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다 보니까, 설계가 맞는 건지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그래서 초기에 우리가 제안했던 설계에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카메라 두 개를 앞뒤로 보도록 설계했다가, 양 옆으로, 각도도 20도에서 45도로 바꿨는데,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하는 과정에 도달한 거죠.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개발한 천문연 연구진들이 다누리 앞에서 자세를 취한 모습.
Q. 천문연은 미국 NASA 아르테미스 계획의 하위 사업인 민간 달 수송 서비스 CLPS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천문연이 주관하려던 소행성 탐사 사업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탐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우주 탐사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큰 프로젝트 안에서 연속적인 발전 과정을 통해서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우주 탐사 계획은 단발성 프로젝트이고 국내 연구자가 많지 않아요. 다누리 개발 과정이 끝나면 개발에 참여했던 공학자분들이 각자 다른 프로젝트에 분산될 거예요. 현업에 따라 다른 걸 하고 있기 때문에, 달 착륙선 사업이 시작되면 이분들을 다시 데리고 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새로 오는 사람이 또 생기고,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우주 정책도 어떤 큰 목표를 세우고 그 계획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연속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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