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30주년]④ 한국어·한국 문화 인기…지속 가능하려면?

입력 2022.12.12 (09:01) 수정 2022.12.12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글 싣는 순서
①베트남 투자 1위 나라, 한국…대구·경북도 진출 확대
②주목받는 경북 농산물…베트남 시장 선점 박차
③베트남 하늘길 재개…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호재’
④한국어·한국문화 인기…지속 가능하려면?

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트남의 지역 진출 현황과 시장 선점을 위해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연속기획, 마지막 시간입니다.

■ 한류 열풍 뜨거운 베트남…세종학당 전 세계 '최다'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나 관광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한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

취재진이 방문한 호찌민의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는 한국 문화 수업으로 마련된 한지 책 만들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대부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이었는데요. 주변 대학교 학생부터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직장인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레 쩐 티엔 응언/베트남 반히엔대학교 학생
"오늘 친구와 같이 한국 문화 공부하러 왔어요. 한국문화가 너무 재미있고, 한국드라마와 케이팝도 좋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쩐 화이 바오/회계사
"어렸을 때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제 고향에서는 가르치는 곳이 없었어요. 오늘 세종학당에 한지 책을 만들려고 왔어요.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고 한국 회사에 취직도 하고 싶어요."


한류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베트남은 특히 뜨겁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세종학당은 전 세계 84개 나라에서 244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에 가까운 23곳이 베트남에 있고 호찌민에만 6곳이 운영되고 있어 베트남과 호찌민은 전 세계에서 세종학당이 가장 많은 나라와 도시입니다.

세종학당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여러 대학교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활발합니다. 1993년 하노이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최초로 설립됐습니다. 올해는 호찌민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에 석사 과정인 한국학 대학원이 최초로 설립되기도 했는데요. 이를 포함해 베트남에만 모두 53개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와 교양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좌) 도 프엉 투이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부학부장, (우) 쩐 티 흐엉 학부장(좌) 도 프엉 투이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부학부장, (우) 쩐 티 흐엉 학부장

■ 교사·교재 부족은 과제…"상호 문화주의적 관점 필요"

한국에서 공부한 베트남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구의 계명대학교에서 한국어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도 프엉 투이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은 한국에서 배운 전공을 바탕으로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저는 계명대학교에서 10년 동안 공부했는데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학 등을 공부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공부했기 때문에 여기서 그 지식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한국어 교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베트남의 교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는 기업에 취직한 근로자의 월급이 교수보다 2~3배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어를 잘할수록 한국 기업 취업을 선택하면서 한국어 교사 부족 문제는 심해지고 있는 겁니다.

베트남에서 개발하고 출판된 한국어 교재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베트남의 많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대부분 한국의 대학교 등에서 발행한 교재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한국어 교원 양성과 한국어 교과서 집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쩐 티 흐엉/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학부장
"대부분 한국에서 교재를 가져와서 활용하고, 솔직히 복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코이카나 한국 정부 기관, 롯데그룹이나 예스24 등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지만, 일부는 중단되면서 한국 도서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 외에도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등 쌍방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한 한국 드라마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룬 것과 관련해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베트남 정부가 OTT에서 해당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역사 왜곡 논란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투이 부학부장은 과거사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한국 드라마를 베트남 사람들도 많이 보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데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 역사는 사실이고 왜곡될 수 없습니다. 역사를 다룰 때는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검토됐으면 합니다."

베트남 호찌민 영화관에 상영 중인 한 한국 영화 포스터베트남 호찌민 영화관에 상영 중인 한 한국 영화 포스터

또, 이주여성으로 국한된 국내 베트남 콘텐츠의 주제를 확장하고 합작 영화나 드라마, 공연을 늘리는 등 상호 문화주의적 관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베트남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같이한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면 한류 등 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 김지현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베 30주년]④ 한국어·한국 문화 인기…지속 가능하려면?
    • 입력 2022-12-12 09:01:42
    • 수정2022-12-12 09:01:51
    취재K
<strong>글 싣는 순서<br /></strong>①베트남 투자 1위 나라, 한국…대구·경북도 진출 확대<br />②주목받는 경북 농산물…베트남 시장 선점 박차<br />③베트남 하늘길 재개…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호재’<br /><u>④한국어·한국문화 인기…지속 가능하려면?</u><br />
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트남의 지역 진출 현황과 시장 선점을 위해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연속기획, 마지막 시간입니다.

■ 한류 열풍 뜨거운 베트남…세종학당 전 세계 '최다'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나 관광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한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의 거점 세종학당 한국문화 수업 모습
취재진이 방문한 호찌민의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는 한국 문화 수업으로 마련된 한지 책 만들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대부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이었는데요. 주변 대학교 학생부터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직장인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레 쩐 티엔 응언/베트남 반히엔대학교 학생
"오늘 친구와 같이 한국 문화 공부하러 왔어요. 한국문화가 너무 재미있고, 한국드라마와 케이팝도 좋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쩐 화이 바오/회계사
"어렸을 때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제 고향에서는 가르치는 곳이 없었어요. 오늘 세종학당에 한지 책을 만들려고 왔어요.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고 한국 회사에 취직도 하고 싶어요."


한류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베트남은 특히 뜨겁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세종학당은 전 세계 84개 나라에서 244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에 가까운 23곳이 베트남에 있고 호찌민에만 6곳이 운영되고 있어 베트남과 호찌민은 전 세계에서 세종학당이 가장 많은 나라와 도시입니다.

세종학당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여러 대학교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활발합니다. 1993년 하노이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최초로 설립됐습니다. 올해는 호찌민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에 석사 과정인 한국학 대학원이 최초로 설립되기도 했는데요. 이를 포함해 베트남에만 모두 53개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와 교양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좌) 도 프엉 투이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부학부장, (우) 쩐 티 흐엉 학부장
■ 교사·교재 부족은 과제…"상호 문화주의적 관점 필요"

한국에서 공부한 베트남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구의 계명대학교에서 한국어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도 프엉 투이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은 한국에서 배운 전공을 바탕으로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저는 계명대학교에서 10년 동안 공부했는데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학 등을 공부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공부했기 때문에 여기서 그 지식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한국어 교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베트남의 교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는 기업에 취직한 근로자의 월급이 교수보다 2~3배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어를 잘할수록 한국 기업 취업을 선택하면서 한국어 교사 부족 문제는 심해지고 있는 겁니다.

베트남에서 개발하고 출판된 한국어 교재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베트남의 많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대부분 한국의 대학교 등에서 발행한 교재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한국어 교원 양성과 한국어 교과서 집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쩐 티 흐엉/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학부장
"대부분 한국에서 교재를 가져와서 활용하고, 솔직히 복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코이카나 한국 정부 기관, 롯데그룹이나 예스24 등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지만, 일부는 중단되면서 한국 도서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 외에도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등 쌍방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한 한국 드라마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룬 것과 관련해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베트남 정부가 OTT에서 해당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역사 왜곡 논란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투이 부학부장은 과거사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한국 드라마를 베트남 사람들도 많이 보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데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 역사는 사실이고 왜곡될 수 없습니다. 역사를 다룰 때는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검토됐으면 합니다."

베트남 호찌민 영화관에 상영 중인 한 한국 영화 포스터
또, 이주여성으로 국한된 국내 베트남 콘텐츠의 주제를 확장하고 합작 영화나 드라마, 공연을 늘리는 등 상호 문화주의적 관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도 프엉 투이/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부학부장
"베트남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같이한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면 한류 등 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 김지현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