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탈출하고 죽이고 “웅담·곰 고기가 뭐길래”…국내 ‘사육곰’ 현실 보고서

입력 2022.12.15 (18:02) 수정 2022.12.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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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가슴에 있는 반달 모양의 흰 V자, 그래서 이름하여 반달가슴곰입니다.

단군 신화에 '웅녀' 즉, 사람이 된 곰이 나오듯 곰은 수천 년간 백두산과 설악산, 지리산 등 우리 강산을 누벼 온 동물입니다.

그런데 이 곰이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329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입니다.

["울주의 한 동물사육농장에서 곰 세 마리가 탈출했다 사살됐습니다."]

최근 울산에서는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장 주인인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처음에 곰 사육장인지 모르고 가다가 곰이 한 마리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옆에 신원 미상의 한 분이 쓰러져 계셨고요."]

탈출했다 사살된 곰들은 개인 사육장에서 불법으로 증식돼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용인에서 곰 다섯 마리가 탈출해, 두 마리는 생포되고 세 마리가 사살된 일이 있었습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1981년 5월 광주시 퇴촌면 반달가슴곰 탈출 사건 기억 나시나요?

생후 3년된 어린 곰이 우리를 탈출해 인근 야산에 출몰하면서 경찰이 추적에 나섰는데요.

이때 방송사들의 중계 카메라엔 생경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수표를 들고 온 업자들이 돈다발을 흔들며 '내가 사겠다'고 외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이 곰의 쓸개는 경매를 통해 당시 돈 1,600만 원이라는 거액에 한 제약사에 팔렸습니다.

곰의 쓸개에서 나온 즙, 곰 고기가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토종 곰은 오래 동안 밀렵과 불법 사육의 대상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곰의 쓸개를 말린 웅담이 면역력 향상에 좋다며 팔던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몸 길이 120~190cm의 사육곰들은 땅에서 30cm 정도 떠 있는, 이른바 ‘뜬장'에서 평생을 갇혀서 지냅니다.

작은 사육장에 여러 마리를 두거나 오물 청소를 하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 건 기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곰들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 탈출한다는 겁니다.

녹색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무려 스무 건의 곰 탈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현재 '곰 사육' 전면 종식을 선언하고 전라남도 구례군과 충청남도 서천군 등지에 곰 생추어리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생추어리는 동물원이나 축산공장 또는 실험실과 달리 동물이 평생 온전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호 공간입니다.

해외에는 약 150곳 정도의 생추어리가 있지만 국내에선 시민들의 후원으로, 생추어리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야생에선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멸종위기 반달가슴곰.

환경부가 공식 파악한 곰 사육 농가는 현재 22곳, 사육 곰 개체수는 319마리입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가 이렇다는 것일 뿐, 이번 울주군 사고와 같은 불법 사육 농장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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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탈출하고 죽이고 “웅담·곰 고기가 뭐길래”…국내 ‘사육곰’ 현실 보고서
    • 입력 2022-12-15 18:02:57
    • 수정2022-12-15 18:13:52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가슴에 있는 반달 모양의 흰 V자, 그래서 이름하여 반달가슴곰입니다.

단군 신화에 '웅녀' 즉, 사람이 된 곰이 나오듯 곰은 수천 년간 백두산과 설악산, 지리산 등 우리 강산을 누벼 온 동물입니다.

그런데 이 곰이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329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입니다.

["울주의 한 동물사육농장에서 곰 세 마리가 탈출했다 사살됐습니다."]

최근 울산에서는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장 주인인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처음에 곰 사육장인지 모르고 가다가 곰이 한 마리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옆에 신원 미상의 한 분이 쓰러져 계셨고요."]

탈출했다 사살된 곰들은 개인 사육장에서 불법으로 증식돼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용인에서 곰 다섯 마리가 탈출해, 두 마리는 생포되고 세 마리가 사살된 일이 있었습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1981년 5월 광주시 퇴촌면 반달가슴곰 탈출 사건 기억 나시나요?

생후 3년된 어린 곰이 우리를 탈출해 인근 야산에 출몰하면서 경찰이 추적에 나섰는데요.

이때 방송사들의 중계 카메라엔 생경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수표를 들고 온 업자들이 돈다발을 흔들며 '내가 사겠다'고 외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이 곰의 쓸개는 경매를 통해 당시 돈 1,600만 원이라는 거액에 한 제약사에 팔렸습니다.

곰의 쓸개에서 나온 즙, 곰 고기가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토종 곰은 오래 동안 밀렵과 불법 사육의 대상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곰의 쓸개를 말린 웅담이 면역력 향상에 좋다며 팔던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몸 길이 120~190cm의 사육곰들은 땅에서 30cm 정도 떠 있는, 이른바 ‘뜬장'에서 평생을 갇혀서 지냅니다.

작은 사육장에 여러 마리를 두거나 오물 청소를 하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 건 기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곰들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 탈출한다는 겁니다.

녹색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무려 스무 건의 곰 탈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현재 '곰 사육' 전면 종식을 선언하고 전라남도 구례군과 충청남도 서천군 등지에 곰 생추어리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생추어리는 동물원이나 축산공장 또는 실험실과 달리 동물이 평생 온전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호 공간입니다.

해외에는 약 150곳 정도의 생추어리가 있지만 국내에선 시민들의 후원으로, 생추어리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야생에선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멸종위기 반달가슴곰.

환경부가 공식 파악한 곰 사육 농가는 현재 22곳, 사육 곰 개체수는 319마리입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가 이렇다는 것일 뿐, 이번 울주군 사고와 같은 불법 사육 농장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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