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품귀’에 “아껴서 절반만”…더 추운 취약계층

입력 2022.12.15 (21:10) 수정 2022.12.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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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난방 밸브는 비스듬히 잠그고, 수도꼭지는 냉수 방향으로 돌리고, 외풍 막는 데 효과적인 커튼이나, 문풍지 달고...

요즘 이렇게 난방비 아끼는 여러 방법들을 공유하곤 합니다.

특히 올해 가스와 전기요금이 연달아 올라 부담이 커졌습니다.

길고 혹독한 추위는 이제 시작인데 취약 계층의 겨울은 특히 더 춥습니다.

대표적인 서민 연료 연탄은 구하기조차 어렵다는데, 이예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연탄 난방을 하는 길명신 씨는 최근 이웃에게 연탄 19장을 빌렸습니다.

품귀 현상으로 연탄 살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길명신/경기도 남양주시 : "옆집 걸 빌려 써가지고, 그거 지금 아직 10장 더 갚아야 돼요. 그 집도 한 20장 정도 남았을 거예요."]

도매상에게 사정한 끝에 겨우 연탄을 받긴 했지만, 긴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길명신/경기도 남양주시 : "원래는 한 500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연탄이 없다고 100개만 주고 가셨어요."]

답답한 건 업체들도 마찬가집니다.

[박명석/연탄 수송업자 : "(연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공장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 차 실을까 말까..."]

[연탄 도매상/음성변조 : "(집집마다) 빨리 좀 가져다 달라고 하는데 '안 오냐, 추운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유례없는 품귀 현상, 문제는 원재료 수급에 있었습니다.

[김두용/삼천리이앤이 전무이사 : "(원재료) 수송이 제대로 안 되고, 석탄 생산량도 상당히 줄어서..."]

이곳은 연탄의 원재료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작년까지는 무연탄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는 모습입니다.

이러다 보니 올해 11월 이 공장에서 생산한 연탄의 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정도 줄었습니다.

[김두용/삼천리이앤이 전무이사 : "작년에는 일주일에 여섯 번은 6일 동안은 가동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3일도 뭐 한나절밖에 가동 못 하고 있어요."]

20년째 연탄 봉사를 해온 단체도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연탄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서 새벽에 제천 연탄 공장에서 여기(경기도)까지 연탄을 지원받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른들은 추운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어서 이런 점이 매우 걱정입니다."]

[연탄 사용 주민/음성변조 : "하루에 4장 들어가죠. 하나씩만 때도. 양쪽 다 때면 8장 들어가야 돼요. (그렇게까진 못하시는 거죠?) 네, 못하죠. 안 되죠."]

연탄을 쓰는 집은 지난해 기준 8만 1천여 가구, 그 중 84%가 지원이 필요한 에너지 빈곤층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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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탄 ‘품귀’에 “아껴서 절반만”…더 추운 취약계층
    • 입력 2022-12-15 21:10:06
    • 수정2022-12-15 2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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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난방 밸브는 비스듬히 잠그고, 수도꼭지는 냉수 방향으로 돌리고, 외풍 막는 데 효과적인 커튼이나, 문풍지 달고...

요즘 이렇게 난방비 아끼는 여러 방법들을 공유하곤 합니다.

특히 올해 가스와 전기요금이 연달아 올라 부담이 커졌습니다.

길고 혹독한 추위는 이제 시작인데 취약 계층의 겨울은 특히 더 춥습니다.

대표적인 서민 연료 연탄은 구하기조차 어렵다는데, 이예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연탄 난방을 하는 길명신 씨는 최근 이웃에게 연탄 19장을 빌렸습니다.

품귀 현상으로 연탄 살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길명신/경기도 남양주시 : "옆집 걸 빌려 써가지고, 그거 지금 아직 10장 더 갚아야 돼요. 그 집도 한 20장 정도 남았을 거예요."]

도매상에게 사정한 끝에 겨우 연탄을 받긴 했지만, 긴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길명신/경기도 남양주시 : "원래는 한 500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연탄이 없다고 100개만 주고 가셨어요."]

답답한 건 업체들도 마찬가집니다.

[박명석/연탄 수송업자 : "(연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공장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 차 실을까 말까..."]

[연탄 도매상/음성변조 : "(집집마다) 빨리 좀 가져다 달라고 하는데 '안 오냐, 추운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유례없는 품귀 현상, 문제는 원재료 수급에 있었습니다.

[김두용/삼천리이앤이 전무이사 : "(원재료) 수송이 제대로 안 되고, 석탄 생산량도 상당히 줄어서..."]

이곳은 연탄의 원재료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작년까지는 무연탄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는 모습입니다.

이러다 보니 올해 11월 이 공장에서 생산한 연탄의 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정도 줄었습니다.

[김두용/삼천리이앤이 전무이사 : "작년에는 일주일에 여섯 번은 6일 동안은 가동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3일도 뭐 한나절밖에 가동 못 하고 있어요."]

20년째 연탄 봉사를 해온 단체도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연탄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서 새벽에 제천 연탄 공장에서 여기(경기도)까지 연탄을 지원받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른들은 추운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어서 이런 점이 매우 걱정입니다."]

[연탄 사용 주민/음성변조 : "하루에 4장 들어가죠. 하나씩만 때도. 양쪽 다 때면 8장 들어가야 돼요. (그렇게까진 못하시는 거죠?) 네, 못하죠. 안 되죠."]

연탄을 쓰는 집은 지난해 기준 8만 1천여 가구, 그 중 84%가 지원이 필요한 에너지 빈곤층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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