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생존자 트라우마 깊어지는데…심리 지원 충분한가?

입력 2022.12.16 (06:27) 수정 2022.12.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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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가 오늘(16일) 열립니다.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있지만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적 상처는 좀처럼 옅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의 심리 지원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로 대학생 딸을 잃은 아버지, 절박한 심정으로 심리 지원 상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담당자를 찾기까지 이곳저곳으로 딸의 인적사항과 사망 사실을 수차례 얘기해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누구 아빠 누구입니다. (제 딸이) 이태원에서 죽었습니다. 이 얘기를 4번인가 5번인가 해야 하잖아요. 이건 트라우마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겨우 연계된 병원에선 두 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더 이어갈 필요를 못 느껴 중단했습니다.

자신들보다 더 걱정되는 건 딸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살아남은 딸의 친구들, 유가족이나 부상자가 아니어서 심리 지원 안내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학교 친구들 트라우마센터, 가라, 가라 말을 했는데 이 친구들 매일 술 마시고 살더라고요. 치료가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보건복지부는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려 심층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은 병·의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찾아내고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일 텐데, 전국적으로 심리 상담을 제안받은 대상자 620여 명 가운데 12%는 상담 자체를 거절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고립'을 선택한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백종우/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회장 : "지금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정보를 드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결을 끊지 않도록 찾아가고 챙길 필요가 우선 있고요."]

유가족끼리 슬픔을 나누면서 큰 위로를 받는 만큼 유가족이 모여 대화하는 치료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유가족들 모임을 시작했거든요. 거기서 나누는 대화가 정말 위로가 많이 됩니다. 나만 이렇게 된 게 아니고, 우리 아이 혼자 간 게 아니구나..."]

또 심리 지원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필요한 지원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되돌아봐야 합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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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족·생존자 트라우마 깊어지는데…심리 지원 충분한가?
    • 입력 2022-12-16 06:27:54
    • 수정2022-12-16 07:58:59
    뉴스광장 1부
[앵커]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가 오늘(16일) 열립니다.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있지만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적 상처는 좀처럼 옅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의 심리 지원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로 대학생 딸을 잃은 아버지, 절박한 심정으로 심리 지원 상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담당자를 찾기까지 이곳저곳으로 딸의 인적사항과 사망 사실을 수차례 얘기해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누구 아빠 누구입니다. (제 딸이) 이태원에서 죽었습니다. 이 얘기를 4번인가 5번인가 해야 하잖아요. 이건 트라우마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겨우 연계된 병원에선 두 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더 이어갈 필요를 못 느껴 중단했습니다.

자신들보다 더 걱정되는 건 딸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살아남은 딸의 친구들, 유가족이나 부상자가 아니어서 심리 지원 안내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학교 친구들 트라우마센터, 가라, 가라 말을 했는데 이 친구들 매일 술 마시고 살더라고요. 치료가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보건복지부는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려 심층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은 병·의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찾아내고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일 텐데, 전국적으로 심리 상담을 제안받은 대상자 620여 명 가운데 12%는 상담 자체를 거절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고립'을 선택한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백종우/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회장 : "지금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정보를 드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결을 끊지 않도록 찾아가고 챙길 필요가 우선 있고요."]

유가족끼리 슬픔을 나누면서 큰 위로를 받는 만큼 유가족이 모여 대화하는 치료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유가족들 모임을 시작했거든요. 거기서 나누는 대화가 정말 위로가 많이 됩니다. 나만 이렇게 된 게 아니고, 우리 아이 혼자 간 게 아니구나..."]

또 심리 지원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필요한 지원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되돌아봐야 합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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