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규모 인파’ 예상하고도…용산구청 안전과, 참사 전날 25% 휴가

입력 2022.12.27 (16:15) 수정 2022.1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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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청의 두 안전 책임자, 박희영 구청장과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이 어제(26일) 밤 구속됐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방과 대응 모두 소홀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안전 주무 부서장인 최 과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직무유기 혐의까지 더해졌습니다. 참사 당일,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뒤 사고를 인지하고도 차를 돌려 귀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최 과장이 지휘하는 안전재난과 직원 4분의 1 이상이 참사 전날인 10월 28일(금), 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25.9%가 휴가…주무 팀장은 사흘간 '공석'

KBS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해식 위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인한 '용산구청 휴가·연가 사용 내역'을 보면, 10월 28일 보건소와 용산역사박물관 등을 포함한 전체 39개 부서의 평균 휴가 사용률은 7.8%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안전재난과에서는 총 27명 가운데 5명은 '연가'를, 2명은 '연가 외 휴가'를 사용해 휴가 사용률이 25.9%에 달했습니다. 4명 중 1명이 넘습니다. 안전을 총괄하면서도 핼러윈 전날, 다른 부서들보다 확연히 많은 직원이 자리를 비운 셈입니다.


안전재난과 소속 팀장 4명 가운데 2명이 10월 28일 연가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띕니다.

특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주무팀인 '안전기획팀' 팀장은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연가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팀장은 승진 인사로 참사 직후인 11월 1일부터 연수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업무에서 제외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챙겨야 한단 생각 못 해"…2주 전 '지구촌 축제' 땐 달랐다

그렇다면 안전재난과 직원들은 왜 핼러윈을 앞두고 유독 많은 휴가를 사용한 걸까요?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관계자는 KBS 취재진과 만나 "추측이지만, 그 전 주에 '이태원 지구촌 축제'가 있어 주말 근무가 있었다"며 "주말 근무에 따른 대체 휴무를 많이 쓰고 있고, 단풍철이고 금요일이기 때문에 휴가를 썼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참사 2주 전 주말(10월 15~16일), 이태원에서는 용산구청이 후원하는 '지구촌 축제'가 열렸습니다. 당시 행사 대비를 위한 주말 업무 명령이 내려지면서 추가 근무를 했던 직원들이 많아 핼러윈을 즈음해 대체 휴무를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지구촌 축제'와 '핼러윈 대비'는 완전히 달랐다고도 말했습니다.

지구촌 축제 때는 행사 기간은 물론, 전날까지 현장 점검에 많은 인원이 동원돼 휴가를 쓰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핼러윈 때는 업무 명령 자체가 내려진 적이 없어 휴가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쨌든 안전재난과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게 맞았는데 '챙겨야 하는 행사'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이라며 "(주최자가 없는) 민간의 영역이기도 하고, 경찰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참사 당일 최 과장은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시 시험 감독으로 갔고, 감독 업무 이후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술을 많이 마셔서 현장에 나왔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현장 안전을 책임졌어야 할 관할 지자체 안전 사령탑이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이해식 위원은 "핼러윈 데이에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안전재난과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휴가와 연가를 쓴 것은 구청 측이 안전 대책 수립에 소홀했던 것을 넘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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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7 16:15:09
    • 수정2022-12-27 16:15:19
    취재K

서울 용산구청의 두 안전 책임자, 박희영 구청장과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이 어제(26일) 밤 구속됐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방과 대응 모두 소홀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안전 주무 부서장인 최 과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직무유기 혐의까지 더해졌습니다. 참사 당일,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뒤 사고를 인지하고도 차를 돌려 귀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최 과장이 지휘하는 안전재난과 직원 4분의 1 이상이 참사 전날인 10월 28일(금), 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25.9%가 휴가…주무 팀장은 사흘간 '공석'

KBS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해식 위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인한 '용산구청 휴가·연가 사용 내역'을 보면, 10월 28일 보건소와 용산역사박물관 등을 포함한 전체 39개 부서의 평균 휴가 사용률은 7.8%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안전재난과에서는 총 27명 가운데 5명은 '연가'를, 2명은 '연가 외 휴가'를 사용해 휴가 사용률이 25.9%에 달했습니다. 4명 중 1명이 넘습니다. 안전을 총괄하면서도 핼러윈 전날, 다른 부서들보다 확연히 많은 직원이 자리를 비운 셈입니다.


안전재난과 소속 팀장 4명 가운데 2명이 10월 28일 연가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띕니다.

특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주무팀인 '안전기획팀' 팀장은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연가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팀장은 승진 인사로 참사 직후인 11월 1일부터 연수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업무에서 제외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챙겨야 한단 생각 못 해"…2주 전 '지구촌 축제' 땐 달랐다

그렇다면 안전재난과 직원들은 왜 핼러윈을 앞두고 유독 많은 휴가를 사용한 걸까요?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관계자는 KBS 취재진과 만나 "추측이지만, 그 전 주에 '이태원 지구촌 축제'가 있어 주말 근무가 있었다"며 "주말 근무에 따른 대체 휴무를 많이 쓰고 있고, 단풍철이고 금요일이기 때문에 휴가를 썼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참사 2주 전 주말(10월 15~16일), 이태원에서는 용산구청이 후원하는 '지구촌 축제'가 열렸습니다. 당시 행사 대비를 위한 주말 업무 명령이 내려지면서 추가 근무를 했던 직원들이 많아 핼러윈을 즈음해 대체 휴무를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지구촌 축제'와 '핼러윈 대비'는 완전히 달랐다고도 말했습니다.

지구촌 축제 때는 행사 기간은 물론, 전날까지 현장 점검에 많은 인원이 동원돼 휴가를 쓰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핼러윈 때는 업무 명령 자체가 내려진 적이 없어 휴가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쨌든 안전재난과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게 맞았는데 '챙겨야 하는 행사'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이라며 "(주최자가 없는) 민간의 영역이기도 하고, 경찰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참사 당일 최 과장은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시 시험 감독으로 갔고, 감독 업무 이후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술을 많이 마셔서 현장에 나왔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현장 안전을 책임졌어야 할 관할 지자체 안전 사령탑이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이해식 위원은 "핼러윈 데이에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안전재난과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휴가와 연가를 쓴 것은 구청 측이 안전 대책 수립에 소홀했던 것을 넘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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