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달의 비밀을 풀어라…다누리의 과학 임무는?

입력 2022.12.29 (07:00) 수정 2022.12.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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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누리 27일 달 임무 궤도 안착 성공
내년 2월부터 1년간 임무 수행
달 편광 지도 작성, 물과 자원 탐사 시도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12월 27일 달 임무 궤도 안착에 최종 성공했습니다. 4.5개월 간 심우주를 거쳐 달로 날아가는 BLT 궤적과 달 임무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달 궤도선 본체의 개발기술과 운영능력이 입증됐습니다.

앞으로는 다누리에 탑재된 6개의 관측기기를 주목할 시간입니다. 다누리가 임무궤도에 안착하면서 비로소 수년간 개발한 과학기기들이 달 탐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은 28일 다누리의 임무궤도 진입 성공 브리핑에서, 다누리 탑재체인 섀도우캠을 개발한 애리조나주립대 마크 로빈슨 교수가 "이제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는 한 달간의 시운전을 거쳐 새해 2월부터 하루에 12번씩 달을 공전하면서 본격 탐사를 시작합니다. 관측 자료는 2032년 한국 최초의 달 착륙 후보지 선정,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 등 향후 우주탐사에 활용하고, 미래 우주 인터넷, 달 자원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달의 진화 알려줄 세계 첫 편광 관측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 wide-angle polarimetric camera)는 달 탐사선 최초로 달의 편광 촬영을 시도합니다. 지구를 향하고 있는 달 앞면은 지구에서 편광 관측을 했지만, 뒷면은 아직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습니다. 편광 관측은 천문학자들이 주로 활용한 탐사 방법인데, 지질학 중심이던 달 탐사에 한국천문연구소가 처음 도입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달 표면 전체를 편광 관측하면 달의 우주 풍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 우주에서 날아오는 크고 작은 운석과 입자들이 표면에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데, 충돌로 부수어진 토양의 입자를 분석하면 그 지역의 형성 시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달 표면 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얻으면 통계 분석을 통해 달의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이론적으로 추정해온 달의 독특한 토양을 확인할지도 주목됩니다. 달 표면에는 반사되는 빛이 증가하는 충 효과(Opposition Effect)가 두드러진 토양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 토양을 구멍이 많은 형태의 입자들이 뾰족뾰족하게 쌓여있는 구조인 ‘요정의 탑(Fairy Castles)’이 쌓인 상태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의 중력 때문에 달의 토양은 지구의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도, 달에서 채취해올 수도 없습니다. 편광 관측은 달 표면 토양의 공극률을 분석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달에서 편광 관측을 하면 달 표면에 대한 매우 세분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광은 해상도보다 더 작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화소(Pixel) 이하의 정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물체의 표면 성분과 입자 크기, 거칠기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토양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 지상에서 달을 편광 관측하면 최대 해상도가 2 km에 불과하지만, 달의 상공에서 관측하는 다누리의 광시야편광카메라는 60~70m의 해상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한국의 달 착륙 후보지 직접 촬영

한국은 달 궤도선에 이어 2032년 달 착륙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는 달 표면 주요 지역의 정밀 지형을 관측해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착륙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우리 힘으로 직접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신 지형에 대한 정보는 기존 관측 자료와 비교해 시간에 따른 달 표면의 지형 변화를 연구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한국이 개발한 첫 우주 관측 카메라입니다. 과학 임무에 더해 우주 탐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고해상도카메라의 주요 임무이기도 합니다. 달에 이르는 항행 도중 고해상도카메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모습을 연속 촬영해 우주의 감동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의 항행 도중인 9월 24일 고해상도카메라가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모습.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다누리의 항행 도중인 9월 24일 고해상도카메라가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모습.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구 궤도 인공위성에 싣는 지구 관측 카메라와 달리, 우주 관측 카메라는 달에서 올라오는 복사에너지 때문에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뎌야 합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밤낮의 온도 차가 260℃에 이르는 달과 우주 환경에서 17.5~18.5°C를 유지하도록 냉각 판과 열선 등 열 설계가 반영됐습니다.

또, 우주 관측 카메라는 태양-달-카메라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빛의 세기 변화가 크고, 달과 카메라 모두 움직이고 있어서 이미지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측한 영상은 움직임으로 인한 왜곡을 바로잡는 기하보정과 외부 잡음을 제거하는 복사보정을 거쳐 공개됩니다.

■ 최초의 물 지도과 자원 지도 제작

감마선 분광기(KGRS, KPLO Gamma-Ray Spectrometer)는 물과 헬륨-3, 원소별 달 전체 지도를 제작하는 게 핵심 임무입니다. 달 표면에는 우라늄, 토륨처럼 항상 감마선을 내는 자연방사성 원소가 있습니다. 또, 태양풍이 달 표면에 부딪히면 달 표면의 원소들과 핵반응이 일어나며 원소마다 다른 감마선을 방출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이런 감마선을 분석해서 달의 새로운 원소를 측정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아폴로 15호부터 달 탐사선에 6차례 실렸지만, 물과 희토류처럼 저에너지 원소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저에너지인 30keV부터 고에너지 영역인 12MeV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감마선 분광기를 세계 최경량인 6kg 무게로 개발했습니다. 달 표면을 스캔하는데 1달 정도가 걸리는데, 감마선 분광기는 6차례에 걸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소지도를 만들 계획입니다.

달 표면에서 헬륨-3가 풍부한 지역으로 꼽히는 모스크바의 바다 모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박사가 1998년 미국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의 관측 결과를 분석해 밝혔다. 다누리의 감마선 분광기 개발을 주관한 김 박사는 다누리 데이터로 더 신뢰도 높은 헬륨-3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출처 NASA/Goddard/ Arizona State University달 표면에서 헬륨-3가 풍부한 지역으로 꼽히는 모스크바의 바다 모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박사가 1998년 미국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의 관측 결과를 분석해 밝혔다. 다누리의 감마선 분광기 개발을 주관한 김 박사는 다누리 데이터로 더 신뢰도 높은 헬륨-3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출처 NASA/Goddard/ Arizona State University

감마선분광기 임무의 1순위는 달의 물 지도 제작입니다. 달의 극지방에는 물(H₂O)이 10% 이상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지만, 감마선 분광기로 직접 관측된 적은 없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달에서 수소의 감마선을 관측해서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파악하고, 중성자선의 세기가 약해지는지 확인해 실질적으로 물의 존재를 관측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수소 지도를 기반으로 하면 신뢰도 높은 물 지도를 세계 최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달에서 물의 분포는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 선정에도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헬륨-3(He-3) 지도 제작도 주목됩니다. 헬륨-3는 티탄철석(FeTiO₃) 안에 기체로 존재하는데, 기존 지도는 달 표면의 티타늄 분포와 달 암석 샘플 등을 토대로 헬륨-3의 양을 추정해 제작했습니다. 감마선 분광기를 활용하면 철과 티타늄 등을 개별 측정해 티탄철석의 광물 지도를 만들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헬륨-3는 달에 100만 톤이 이상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미래 자원 탐사에 기초가 되는 연구입니다.

■ 달 극지의 얼음 촬영 도전

영구음영지역카메라(ShadowCam)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에서 얼음 형태의 물 관측을 목표로 합니다. 달은 공전궤도에 거의 기울어지지 않고 자전하기 때문에, 1년 내내 햇빛이 거의 들지 않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구음영지역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극지방의 크레이터 안에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해왔습니다.

달 북극의 영구음영지역 중 하나인 실베스터 크레이터를 미국 달 탐사선 LRO의 NAC가 촬영한 사진. 왼쪽 사진은 빛이 들지 않은 크레이터 내부가 검게 처리된 반면, 오른쪽 사진은 크레이터 벽면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내부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다누리의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NAC보다 200배 높은 감도로 제작됐다.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달 북극의 영구음영지역 중 하나인 실베스터 크레이터를 미국 달 탐사선 LRO의 NAC가 촬영한 사진. 왼쪽 사진은 빛이 들지 않은 크레이터 내부가 검게 처리된 반면, 오른쪽 사진은 크레이터 벽면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내부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다누리의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NAC보다 200배 높은 감도로 제작됐다.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가 개발한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NASA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협력 조건으로 다누리에 탑재됐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현재 달 궤도에서 활동 중인 미국의 달 정찰 위성(LRO)에 탑재된 NAC(Narrow Angle Camera)도 개발했는데요, 다누리의 섀도우캠은 영구음영지역에서 촬영되는 영상이 희미한 점을 고려해 NAC보다 200배 높은 감도로 제작됐습니다. 1년 중 2월쯤 달의 남극에는 태양 빛이 가장 깊게 들어가는데,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그 시점에 달의 극지방에 대한 촬영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달의 극지 지형 정보와 물을 포함한 휘발성 물질에 대한 관측 임무도 수행합니다. 미국은 이를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착륙 후보지 결정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 달의 기원을 추적하는 자기장 측정

자기장측정기(KMAG, KPLO Magnetometer)는 달의 자기장을 측정해 달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할 계획입니다. 달에는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없고 표면 일부에서만 이상 자기 영역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현재 관측되는 자기장이 달의 과거 흔적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으로 생성된 것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달의 이상 자기 영역 중 하나인 라이너 감마(Reiner Gamma)의 자기장 모습 개념도. 출처 경희대학교달의 이상 자기 영역 중 하나인 라이너 감마(Reiner Gamma)의 자기장 모습 개념도. 출처 경희대학교

만약 이상 자기 영역이 달의 과거 흔적이라면 이는 달의 과거 모습과 진화 과정을 알려주는 정보가 됩니다. 자기장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달의 핵이 활동을 멈춘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상 자기 영역의 분포와 세기를 측정해 달의 핵 에너지가 얼마나 존재했고 얼마나 빨리 식어갔는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자기장측정기는 또, 달 상공 100km 이내 범위의 우주 공간 자기장을 측정해 우주 환경과 이상 자기 영역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우주 환경에 대한 관측은 이후 우주탐사에 필요한 정보와 우주 기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자기장측정기는 지구 자기권을 벗어나는 순간 붐(Boom)을 펼쳐,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자기권계면 측정에도 성공했습니다.

■ 심우주 통신의 미래, 우주 인터넷 첫 실험

다누리가 달 궤도에서 시도하는 우주 인터넷은 미래 우주 탐사에 대비한 차세대 통신 기술입니다. 현재 심우주 통신은 우주 탐사선과 지구의 심우주 지상안테나가 전파를 이용하는 1:1 통신 시스템입니다. 거리가 멀수록 전송 시간이 늘어나고 데이터 단절과 전송 오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더욱이 활동하는 우주 탐사선이 30여 개에 이르면서 심우주 지상안테나가 부족해 최근엔 24시간 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누리에 탑재된 우주인터넷 개념도다누리에 탑재된 우주인터넷 개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인터넷(DTN, 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는 대량의 데이터를 번들로 나눠서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지구와 교신이 불가능한 달 뒷면에서도 로버에서 탐사선, 탐사선에서 연결 위성, 연결 위성에서 지구로 노드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노드마다 저장장치를 만들고 데이터를 번들 단위로 나눠 보내면 중간에 통신이 끊겨도 일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연결이 복구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습니다.

다누리는 여주 심우주 지상안테나에 연결된 항우연 관제센터, ETRI 우주인터넷 통신센터, NASA 심우주 통신망 노드와 메시지와 파일,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CCSDS 국제표준 방식이어서 시험에 성공하면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과 한국 달 착륙선에서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주 인터넷은 다누리에 실린 5개의 과학 탑재체와 달리, 우주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술 검증 탑재체입니다.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는 다누리의 임무 관련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더 깊고 풍부한 내용을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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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달의 비밀을 풀어라…다누리의 과학 임무는?
    • 입력 2022-12-29 07:00:20
    • 수정2022-12-29 11:33:24
    취재K
다누리 27일 달 임무 궤도 안착 성공<br /> 내년 2월부터 1년간 임무 수행<br /> 달 편광 지도 작성, 물과 자원 탐사 시도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12월 27일 달 임무 궤도 안착에 최종 성공했습니다. 4.5개월 간 심우주를 거쳐 달로 날아가는 BLT 궤적과 달 임무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달 궤도선 본체의 개발기술과 운영능력이 입증됐습니다.

앞으로는 다누리에 탑재된 6개의 관측기기를 주목할 시간입니다. 다누리가 임무궤도에 안착하면서 비로소 수년간 개발한 과학기기들이 달 탐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은 28일 다누리의 임무궤도 진입 성공 브리핑에서, 다누리 탑재체인 섀도우캠을 개발한 애리조나주립대 마크 로빈슨 교수가 "이제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는 한 달간의 시운전을 거쳐 새해 2월부터 하루에 12번씩 달을 공전하면서 본격 탐사를 시작합니다. 관측 자료는 2032년 한국 최초의 달 착륙 후보지 선정,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 등 향후 우주탐사에 활용하고, 미래 우주 인터넷, 달 자원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달의 진화 알려줄 세계 첫 편광 관측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 wide-angle polarimetric camera)는 달 탐사선 최초로 달의 편광 촬영을 시도합니다. 지구를 향하고 있는 달 앞면은 지구에서 편광 관측을 했지만, 뒷면은 아직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습니다. 편광 관측은 천문학자들이 주로 활용한 탐사 방법인데, 지질학 중심이던 달 탐사에 한국천문연구소가 처음 도입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달 표면 전체를 편광 관측하면 달의 우주 풍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 우주에서 날아오는 크고 작은 운석과 입자들이 표면에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데, 충돌로 부수어진 토양의 입자를 분석하면 그 지역의 형성 시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달 표면 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얻으면 통계 분석을 통해 달의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이론적으로 추정해온 달의 독특한 토양을 확인할지도 주목됩니다. 달 표면에는 반사되는 빛이 증가하는 충 효과(Opposition Effect)가 두드러진 토양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 토양을 구멍이 많은 형태의 입자들이 뾰족뾰족하게 쌓여있는 구조인 ‘요정의 탑(Fairy Castles)’이 쌓인 상태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의 중력 때문에 달의 토양은 지구의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도, 달에서 채취해올 수도 없습니다. 편광 관측은 달 표면 토양의 공극률을 분석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달에서 편광 관측을 하면 달 표면에 대한 매우 세분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광은 해상도보다 더 작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화소(Pixel) 이하의 정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물체의 표면 성분과 입자 크기, 거칠기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토양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 지상에서 달을 편광 관측하면 최대 해상도가 2 km에 불과하지만, 달의 상공에서 관측하는 다누리의 광시야편광카메라는 60~70m의 해상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한국의 달 착륙 후보지 직접 촬영

한국은 달 궤도선에 이어 2032년 달 착륙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는 달 표면 주요 지역의 정밀 지형을 관측해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착륙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우리 힘으로 직접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신 지형에 대한 정보는 기존 관측 자료와 비교해 시간에 따른 달 표면의 지형 변화를 연구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한국이 개발한 첫 우주 관측 카메라입니다. 과학 임무에 더해 우주 탐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고해상도카메라의 주요 임무이기도 합니다. 달에 이르는 항행 도중 고해상도카메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모습을 연속 촬영해 우주의 감동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의 항행 도중인 9월 24일 고해상도카메라가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모습.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구 궤도 인공위성에 싣는 지구 관측 카메라와 달리, 우주 관측 카메라는 달에서 올라오는 복사에너지 때문에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뎌야 합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밤낮의 온도 차가 260℃에 이르는 달과 우주 환경에서 17.5~18.5°C를 유지하도록 냉각 판과 열선 등 열 설계가 반영됐습니다.

또, 우주 관측 카메라는 태양-달-카메라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빛의 세기 변화가 크고, 달과 카메라 모두 움직이고 있어서 이미지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측한 영상은 움직임으로 인한 왜곡을 바로잡는 기하보정과 외부 잡음을 제거하는 복사보정을 거쳐 공개됩니다.

■ 최초의 물 지도과 자원 지도 제작

감마선 분광기(KGRS, KPLO Gamma-Ray Spectrometer)는 물과 헬륨-3, 원소별 달 전체 지도를 제작하는 게 핵심 임무입니다. 달 표면에는 우라늄, 토륨처럼 항상 감마선을 내는 자연방사성 원소가 있습니다. 또, 태양풍이 달 표면에 부딪히면 달 표면의 원소들과 핵반응이 일어나며 원소마다 다른 감마선을 방출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이런 감마선을 분석해서 달의 새로운 원소를 측정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아폴로 15호부터 달 탐사선에 6차례 실렸지만, 물과 희토류처럼 저에너지 원소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저에너지인 30keV부터 고에너지 영역인 12MeV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감마선 분광기를 세계 최경량인 6kg 무게로 개발했습니다. 달 표면을 스캔하는데 1달 정도가 걸리는데, 감마선 분광기는 6차례에 걸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소지도를 만들 계획입니다.

달 표면에서 헬륨-3가 풍부한 지역으로 꼽히는 모스크바의 바다 모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박사가 1998년 미국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의 관측 결과를 분석해 밝혔다. 다누리의 감마선 분광기 개발을 주관한 김 박사는 다누리 데이터로 더 신뢰도 높은 헬륨-3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출처 NASA/Goddard/ Arizona State University
감마선분광기 임무의 1순위는 달의 물 지도 제작입니다. 달의 극지방에는 물(H₂O)이 10% 이상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지만, 감마선 분광기로 직접 관측된 적은 없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달에서 수소의 감마선을 관측해서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파악하고, 중성자선의 세기가 약해지는지 확인해 실질적으로 물의 존재를 관측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수소 지도를 기반으로 하면 신뢰도 높은 물 지도를 세계 최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달에서 물의 분포는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 선정에도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헬륨-3(He-3) 지도 제작도 주목됩니다. 헬륨-3는 티탄철석(FeTiO₃) 안에 기체로 존재하는데, 기존 지도는 달 표면의 티타늄 분포와 달 암석 샘플 등을 토대로 헬륨-3의 양을 추정해 제작했습니다. 감마선 분광기를 활용하면 철과 티타늄 등을 개별 측정해 티탄철석의 광물 지도를 만들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헬륨-3는 달에 100만 톤이 이상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미래 자원 탐사에 기초가 되는 연구입니다.

■ 달 극지의 얼음 촬영 도전

영구음영지역카메라(ShadowCam)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에서 얼음 형태의 물 관측을 목표로 합니다. 달은 공전궤도에 거의 기울어지지 않고 자전하기 때문에, 1년 내내 햇빛이 거의 들지 않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구음영지역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극지방의 크레이터 안에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해왔습니다.

달 북극의 영구음영지역 중 하나인 실베스터 크레이터를 미국 달 탐사선 LRO의 NAC가 촬영한 사진. 왼쪽 사진은 빛이 들지 않은 크레이터 내부가 검게 처리된 반면, 오른쪽 사진은 크레이터 벽면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내부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다누리의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NAC보다 200배 높은 감도로 제작됐다.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가 개발한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NASA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협력 조건으로 다누리에 탑재됐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현재 달 궤도에서 활동 중인 미국의 달 정찰 위성(LRO)에 탑재된 NAC(Narrow Angle Camera)도 개발했는데요, 다누리의 섀도우캠은 영구음영지역에서 촬영되는 영상이 희미한 점을 고려해 NAC보다 200배 높은 감도로 제작됐습니다. 1년 중 2월쯤 달의 남극에는 태양 빛이 가장 깊게 들어가는데,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그 시점에 달의 극지방에 대한 촬영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영구음영지역카메라는 달의 극지 지형 정보와 물을 포함한 휘발성 물질에 대한 관측 임무도 수행합니다. 미국은 이를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착륙 후보지 결정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 달의 기원을 추적하는 자기장 측정

자기장측정기(KMAG, KPLO Magnetometer)는 달의 자기장을 측정해 달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할 계획입니다. 달에는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없고 표면 일부에서만 이상 자기 영역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현재 관측되는 자기장이 달의 과거 흔적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으로 생성된 것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달의 이상 자기 영역 중 하나인 라이너 감마(Reiner Gamma)의 자기장 모습 개념도. 출처 경희대학교
만약 이상 자기 영역이 달의 과거 흔적이라면 이는 달의 과거 모습과 진화 과정을 알려주는 정보가 됩니다. 자기장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달의 핵이 활동을 멈춘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상 자기 영역의 분포와 세기를 측정해 달의 핵 에너지가 얼마나 존재했고 얼마나 빨리 식어갔는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자기장측정기는 또, 달 상공 100km 이내 범위의 우주 공간 자기장을 측정해 우주 환경과 이상 자기 영역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우주 환경에 대한 관측은 이후 우주탐사에 필요한 정보와 우주 기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자기장측정기는 지구 자기권을 벗어나는 순간 붐(Boom)을 펼쳐,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자기권계면 측정에도 성공했습니다.

■ 심우주 통신의 미래, 우주 인터넷 첫 실험

다누리가 달 궤도에서 시도하는 우주 인터넷은 미래 우주 탐사에 대비한 차세대 통신 기술입니다. 현재 심우주 통신은 우주 탐사선과 지구의 심우주 지상안테나가 전파를 이용하는 1:1 통신 시스템입니다. 거리가 멀수록 전송 시간이 늘어나고 데이터 단절과 전송 오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더욱이 활동하는 우주 탐사선이 30여 개에 이르면서 심우주 지상안테나가 부족해 최근엔 24시간 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누리에 탑재된 우주인터넷 개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인터넷(DTN, 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는 대량의 데이터를 번들로 나눠서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지구와 교신이 불가능한 달 뒷면에서도 로버에서 탐사선, 탐사선에서 연결 위성, 연결 위성에서 지구로 노드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노드마다 저장장치를 만들고 데이터를 번들 단위로 나눠 보내면 중간에 통신이 끊겨도 일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연결이 복구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습니다.

다누리는 여주 심우주 지상안테나에 연결된 항우연 관제센터, ETRI 우주인터넷 통신센터, NASA 심우주 통신망 노드와 메시지와 파일,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CCSDS 국제표준 방식이어서 시험에 성공하면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과 한국 달 착륙선에서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주 인터넷은 다누리에 실린 5개의 과학 탑재체와 달리, 우주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술 검증 탑재체입니다.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는 다누리의 임무 관련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더 깊고 풍부한 내용을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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