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정보화 지원금 너도 나도 쓰고 보자

입력 2004.12.01 (21:58)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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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원해온 IT자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거액을 들여서 개발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가 하면 중소기업들도 눈먼 돈이나 타내고 보자는 식입니다.
유원중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기자: 산업자원부는 지난 3년 동안 3만개 중소기업에 IT화 지원사업을 벌였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사업은 전사적 자원관리.
즉 ERP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으로 최고 설치비용 가운데 50%를 최고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입니다.
지난 2002년 정부 지원금 2000만원, 회삿돈 2000만원 등 모두 4000만원을 들여 ERP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업부서에서만 ERP를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른 부서에서는 안 쓴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중소기업 사장: (ERP 활용이) 안 돼요, 힘들죠.
차라리 이 정도라면 일반 프로그램 5~ 6만원짜리 쓰는 것보다나을 게 없죠.
⊙기자: 인천에 있는 또 다른 중소기업입니다.
2002년 2000만원을 들여 ERP를 설치한 후 2년 동안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업체는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사실은 공짜로 ERP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ERP 구축 업체 사장: 돈을 입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자: ERP 깔고 돈을 안 주셨다는 거예요?
⊙ERP 구축 업체 사장: 부가세 명목으로는 준 것 같아요.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형식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지원금만으로 ERP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ERP 공급업체들이 중소기업에는 형식적으로 돈을 받은 뒤 정부지원금이 나오면 다른 계좌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RP 공급 회사 영업 직원: 통장으로 받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입금을 받고 장부에 나타나지 않도록 다시 돌려주는 거죠.
⊙기자: 산업자원부는 일부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잘 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대천(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장): 제가 만든 중소기업은 참 정부 때문에 비용도 절감을 하고 굉장히 경쟁력이 높아가고 있다, 이렇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들었습니다.
⊙기자: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 ERP 시스템은 절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합니다.
⊙ERP 공급 업체 사장: 도입할 의사가 없거나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업체도 정부 지원 사업에 편승해 ERP 구축을 하다 보니까...
⊙기자: 정부의 무리한 실적내기와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 ERP업체의 제살 깎기식 경쟁이 겹쳐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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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정보화 지원금 너도 나도 쓰고 보자
    • 입력 2004-12-01 21:36:42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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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원해온 IT자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거액을 들여서 개발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가 하면 중소기업들도 눈먼 돈이나 타내고 보자는 식입니다. 유원중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기자: 산업자원부는 지난 3년 동안 3만개 중소기업에 IT화 지원사업을 벌였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사업은 전사적 자원관리. 즉 ERP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으로 최고 설치비용 가운데 50%를 최고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입니다. 지난 2002년 정부 지원금 2000만원, 회삿돈 2000만원 등 모두 4000만원을 들여 ERP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업부서에서만 ERP를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른 부서에서는 안 쓴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중소기업 사장: (ERP 활용이) 안 돼요, 힘들죠. 차라리 이 정도라면 일반 프로그램 5~ 6만원짜리 쓰는 것보다나을 게 없죠. ⊙기자: 인천에 있는 또 다른 중소기업입니다. 2002년 2000만원을 들여 ERP를 설치한 후 2년 동안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업체는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사실은 공짜로 ERP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ERP 구축 업체 사장: 돈을 입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자: ERP 깔고 돈을 안 주셨다는 거예요? ⊙ERP 구축 업체 사장: 부가세 명목으로는 준 것 같아요.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형식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지원금만으로 ERP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ERP 공급업체들이 중소기업에는 형식적으로 돈을 받은 뒤 정부지원금이 나오면 다른 계좌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RP 공급 회사 영업 직원: 통장으로 받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입금을 받고 장부에 나타나지 않도록 다시 돌려주는 거죠. ⊙기자: 산업자원부는 일부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잘 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대천(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장): 제가 만든 중소기업은 참 정부 때문에 비용도 절감을 하고 굉장히 경쟁력이 높아가고 있다, 이렇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들었습니다. ⊙기자: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 ERP 시스템은 절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합니다. ⊙ERP 공급 업체 사장: 도입할 의사가 없거나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업체도 정부 지원 사업에 편승해 ERP 구축을 하다 보니까... ⊙기자: 정부의 무리한 실적내기와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 ERP업체의 제살 깎기식 경쟁이 겹쳐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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