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라도 쉬워야 하는데…정부는 “노출 없는데 뭘”

입력 2023.01.11 (06:34) 수정 2023.01.11 (06: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능욕 성범죄 가해자 처벌은 '제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걸 뒷받침할 법·제도도 속히 마련되질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포된 사진과 개인정보 등이 더 퍼지지 않도록 막는 건데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당한 사람만 다급할 뿐 정부도, 온라인 플랫폼도 사실상 '뒷짐'을 진 형국입니다.

황다예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자로부터 '능욕 성범죄'를 당한 이 교사는 경찰 신고와 함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찾았습니다.

유포된 게시물 삭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반디/교사 피해자/활동명/음성변조 : "지울 수 있는 조건이 있대요. 조건이 얼마나 음란한지. 단순히 얼굴 사진 이런 거는 지울 수가 없고, 치마 속 사진이라 그러면은 지울 수 있는데 사진 원본을 달라고..."]

해당 기관에 확인해보니 '성적 노출'이 있는 사진에 대해서만 삭제를 지원한단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밖의 얼굴 사진, 신상정보, 성적 모욕글은 대상이 아니란 겁니다.

여성가족부도 '진흥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교사의 경우에도 '트위터'에 요청해 얼굴 사진을 겨우 지웠습니다.

하지만 '구글' 검색 기록엔 썸네일과 신상정보가 남아 있어 두 번 더 삭제 요청을 해야 했습니다.

[반디/교사 피해자/활동명/음성변조 : "(트위터에서) 치마 속 도촬이라고 한 사진만 삭제가 됐고, 얼굴 나온 사진들은 사실 계속 남아 있더라고요. 나중에서야 그거는 지워졌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취재진이 직접 신고 절차를 따라가 봤습니다.

구글의 신고 페이지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었고, 복잡한 신고 양식을 다 채워 제출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현진'(활동명) 씨는 이 절차만 300번 넘게 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 불법 촬영물과 신상정보가 아직까지 구글에 떠돌고 있습니다.

신고를 해도 원천 삭제가 아닌 '검색 차단' 조치만 내려집니다.

또다른 유포 글이 올라오면 다시 신고, 다시 차단시키는 일이 오롯이 피해자 몫으로 남습니다.

현진 씨는 "피해자 신고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구글도 결국은 방관자" 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은 "당사자 동의 없는 성적 이미지를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는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안민식/영상편집:안민식/그래픽:김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삭제라도 쉬워야 하는데…정부는 “노출 없는데 뭘”
    • 입력 2023-01-11 06:34:26
    • 수정2023-01-11 06:43:00
    뉴스광장 1부
[앵커]

능욕 성범죄 가해자 처벌은 '제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걸 뒷받침할 법·제도도 속히 마련되질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포된 사진과 개인정보 등이 더 퍼지지 않도록 막는 건데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당한 사람만 다급할 뿐 정부도, 온라인 플랫폼도 사실상 '뒷짐'을 진 형국입니다.

황다예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자로부터 '능욕 성범죄'를 당한 이 교사는 경찰 신고와 함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찾았습니다.

유포된 게시물 삭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반디/교사 피해자/활동명/음성변조 : "지울 수 있는 조건이 있대요. 조건이 얼마나 음란한지. 단순히 얼굴 사진 이런 거는 지울 수가 없고, 치마 속 사진이라 그러면은 지울 수 있는데 사진 원본을 달라고..."]

해당 기관에 확인해보니 '성적 노출'이 있는 사진에 대해서만 삭제를 지원한단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밖의 얼굴 사진, 신상정보, 성적 모욕글은 대상이 아니란 겁니다.

여성가족부도 '진흥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교사의 경우에도 '트위터'에 요청해 얼굴 사진을 겨우 지웠습니다.

하지만 '구글' 검색 기록엔 썸네일과 신상정보가 남아 있어 두 번 더 삭제 요청을 해야 했습니다.

[반디/교사 피해자/활동명/음성변조 : "(트위터에서) 치마 속 도촬이라고 한 사진만 삭제가 됐고, 얼굴 나온 사진들은 사실 계속 남아 있더라고요. 나중에서야 그거는 지워졌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취재진이 직접 신고 절차를 따라가 봤습니다.

구글의 신고 페이지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었고, 복잡한 신고 양식을 다 채워 제출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현진'(활동명) 씨는 이 절차만 300번 넘게 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 불법 촬영물과 신상정보가 아직까지 구글에 떠돌고 있습니다.

신고를 해도 원천 삭제가 아닌 '검색 차단' 조치만 내려집니다.

또다른 유포 글이 올라오면 다시 신고, 다시 차단시키는 일이 오롯이 피해자 몫으로 남습니다.

현진 씨는 "피해자 신고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구글도 결국은 방관자" 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은 "당사자 동의 없는 성적 이미지를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는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안민식/영상편집:안민식/그래픽:김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