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 구급차 출동지, 왜 ‘이태원’이 아니었을까

입력 2023.01.13 (07:00) 수정 2023.05.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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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밤 11시 13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합니다.

관할 소방서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큰 사고의 경우 인근 5~ 6곳 소방서 인력까지 투입하는 동원령입니다.

■ 경기 구급차들 "이태원 맞나? 광명 소하동으로 나와"

KBS가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경기 소방 무전 녹취록'을 보면, 경기 지역에서 가장 먼저 출동 지령에 답한 건 경기 분당 소방서였습니다.

밤 11시 27분, '이태원동 비발(출동) 중'이란 무전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후 출동하는 구급차들은 출동 현장이 '이태원 해밀턴 호텔'이 맞는지 계속해서 묻습니다.

구급차 웹패드(WebPad·휴대용 무선 단말기)에는 '이태원'이 아닌 '광명 소하동'으로 출동지가 나왔다는 겁니다.

'웹패드'는 119상황실에서 지정한 출동 위치가 지도상에 자동 노출되는 단말기로, 출동 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합니다.

급박한 구조 상황에서 주소 입력 시간을 아끼고, 주소지 오류 등을 방지하고자 119상황실에서 지도상에 정확한 위치를 찍어주는 겁니다.

밤 11시 33분 (정자)
"웹패드상 사팔(위치)은 광명 소하동으로 찍혔어요"

밤 11시 34분 (덕풍)
"압사 사고가 이태원동이 맞는 건지, 지금은 소하동으로 비발(출동)하는 건 지, 발생 장소랑 지금 현재 찍힌 사팔(위치)지가 다른 거 같아요. 찍힌 사팔(위치)지는 광명시 소하동으로 찍혀 있어요"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그러나 경기 구급차 웹패드에는 서울 주소지가 찍히지 않았고,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에 이태원 주소를 입력하고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정확한 주소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냈습니다.

밤 11시 34분 (경기)
"웹패드상 서울 주소지는 확인이 안 되고, 일단 휴대폰 내비로 이동해야 돼요. 이태원동 1**-*번지고 구급차 지원 출동 건입니다. CPR 환자가 50명 정도 발생했대요."

밤 11시 36분 (경기)
"핸드폰으로 문자 전송하겠음. 주소 문자 전송하겠음"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이후 같은 문의가 계속 들어오자 경기소방본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밤 11시 37분 (경기)
"서울이 지령이 안 돼요. 경기도에선 서울이 지령이 안 돼서 가까운 데를 임의로 찍은 거니까 내비, 개인 내비 검색해서 이태원 쪽으로 비발(출동)하길 바람"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이 같은 상황은 밤 11시 48분까지 계속됐습니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된 지 35분, 참사가 발생한지 1시간 33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밤 11시 48분 (세교)
"사팔(위치)지가 광명시 소하동으로 지금 찍혀있고 그 이태원동도 있는데 어디로 가는게 맞는 건지"

밤 11시 48분 (경기)
"서울이 안 찍힌다고 해요. 이태원동이 맞아요. 할로윈 축제 대응 2단계 출동입니다. 서울 지원 요청"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 소방청 "경기도 상황실에서는 서울 주소 못 찍어"

이에 대해 소방청은 "119상황실 신고 상황판에는 해당 소방본부의 관할 시·도 지도만 뜨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시스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소방본부의 119상황실 신고 상황판에는 경기도 지도만 화면에 뜨기 때문에 서울 주소 자체를 출동지로 입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경기도 상황실에서 서울 지도를 찍을 수가 없었다"면서 "대신 인접해 있는 '광명시 소하동'이라고 찍고, '이태원 출동'이라는 부가 설명을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구급차들이 '광명시 소하동'과 '이태원' 가운데 어느 곳이 진짜 출동 지역이 맞는지 확인을 해 온 것"이라며 "전국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상황실에서는 관할 시·도 지역 지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지만, '대응 2단계' 이상 출동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오히려 현장 혼란만 가져오게 되는 셈입니다.

■ '차세대 119시스템' 구축 추진 중…"4~5년 걸릴 듯"

소방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차세대 119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계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식 명칭은 '초광역 119신고 접수·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긴급구조 시스템'입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 지역에 신고가 폭주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여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시·도 차원이 아니라 전국 차원에서 출동 자원을 관리하고 균형을 맞추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와 기획재정부 협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전국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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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기 구급차 출동지, 왜 ‘이태원’이 아니었을까
    • 입력 2023-01-13 07:00:35
    • 수정2023-05-04 11:42:13
    취재K
'이태원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밤 11시 13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합니다.

관할 소방서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큰 사고의 경우 인근 5~ 6곳 소방서 인력까지 투입하는 동원령입니다.

■ 경기 구급차들 "이태원 맞나? 광명 소하동으로 나와"

KBS가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경기 소방 무전 녹취록'을 보면, 경기 지역에서 가장 먼저 출동 지령에 답한 건 경기 분당 소방서였습니다.

밤 11시 27분, '이태원동 비발(출동) 중'이란 무전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후 출동하는 구급차들은 출동 현장이 '이태원 해밀턴 호텔'이 맞는지 계속해서 묻습니다.

구급차 웹패드(WebPad·휴대용 무선 단말기)에는 '이태원'이 아닌 '광명 소하동'으로 출동지가 나왔다는 겁니다.

'웹패드'는 119상황실에서 지정한 출동 위치가 지도상에 자동 노출되는 단말기로, 출동 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합니다.

급박한 구조 상황에서 주소 입력 시간을 아끼고, 주소지 오류 등을 방지하고자 119상황실에서 지도상에 정확한 위치를 찍어주는 겁니다.

밤 11시 33분 (정자)
"웹패드상 사팔(위치)은 광명 소하동으로 찍혔어요"

밤 11시 34분 (덕풍)
"압사 사고가 이태원동이 맞는 건지, 지금은 소하동으로 비발(출동)하는 건 지, 발생 장소랑 지금 현재 찍힌 사팔(위치)지가 다른 거 같아요. 찍힌 사팔(위치)지는 광명시 소하동으로 찍혀 있어요"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그러나 경기 구급차 웹패드에는 서울 주소지가 찍히지 않았고,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에 이태원 주소를 입력하고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정확한 주소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냈습니다.

밤 11시 34분 (경기)
"웹패드상 서울 주소지는 확인이 안 되고, 일단 휴대폰 내비로 이동해야 돼요. 이태원동 1**-*번지고 구급차 지원 출동 건입니다. CPR 환자가 50명 정도 발생했대요."

밤 11시 36분 (경기)
"핸드폰으로 문자 전송하겠음. 주소 문자 전송하겠음"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이후 같은 문의가 계속 들어오자 경기소방본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밤 11시 37분 (경기)
"서울이 지령이 안 돼요. 경기도에선 서울이 지령이 안 돼서 가까운 데를 임의로 찍은 거니까 내비, 개인 내비 검색해서 이태원 쪽으로 비발(출동)하길 바람"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이 같은 상황은 밤 11시 48분까지 계속됐습니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된 지 35분, 참사가 발생한지 1시간 33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밤 11시 48분 (세교)
"사팔(위치)지가 광명시 소하동으로 지금 찍혀있고 그 이태원동도 있는데 어디로 가는게 맞는 건지"

밤 11시 48분 (경기)
"서울이 안 찍힌다고 해요. 이태원동이 맞아요. 할로윈 축제 대응 2단계 출동입니다. 서울 지원 요청"


- 지난해 10월 29일 경기 소방 무전녹취록 中

■ 소방청 "경기도 상황실에서는 서울 주소 못 찍어"

이에 대해 소방청은 "119상황실 신고 상황판에는 해당 소방본부의 관할 시·도 지도만 뜨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시스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소방본부의 119상황실 신고 상황판에는 경기도 지도만 화면에 뜨기 때문에 서울 주소 자체를 출동지로 입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경기도 상황실에서 서울 지도를 찍을 수가 없었다"면서 "대신 인접해 있는 '광명시 소하동'이라고 찍고, '이태원 출동'이라는 부가 설명을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구급차들이 '광명시 소하동'과 '이태원' 가운데 어느 곳이 진짜 출동 지역이 맞는지 확인을 해 온 것"이라며 "전국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상황실에서는 관할 시·도 지역 지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지만, '대응 2단계' 이상 출동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오히려 현장 혼란만 가져오게 되는 셈입니다.

■ '차세대 119시스템' 구축 추진 중…"4~5년 걸릴 듯"

소방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차세대 119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계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식 명칭은 '초광역 119신고 접수·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긴급구조 시스템'입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 지역에 신고가 폭주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여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시·도 차원이 아니라 전국 차원에서 출동 자원을 관리하고 균형을 맞추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와 기획재정부 협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전국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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