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행정’ 동명이인 수난

입력 2005.07.13 (21:56)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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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황당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정관청들의 안일한 확인절차 때문에 동명이인들이 겪은 불이익을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6년 전 아버님에게 전북 김제의 논 750여 평을 물려받는 이 모씨.
그런데 이 씨는 지난 5월 고향에 사는 형으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성폭행범에게 땅을 낙찰받았다는 새로운 땅 임자가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이 성폭행범의 피해자 손해배상을 위해 이름이 같은 이 씨의 땅을 가압류시켜 경매처분한 것입니다.
⊙이 모씨(피해자): 재판 받은 사실도 없고 소환장 받은 사실도 없이 경매 처분이 돼서...
⊙기자: 경매를 맡은 전주지방법원이 땅 주인의 이름만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 대조를 생략한 것입니다.
⊙전주지방법원 경매계 관계자: (경매 신청 때) 주민 등록 등본이나 초본이 경매 신청서의 첨부 서류가 아니었고 또 등기부상 주민 등록 번호 기재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동명이인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 서울의 심 모씨는 지난해 10월 파주의 한 부동산업자로부터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땅 일부가 팔렸으니 나머지도 팔라는 어이없는 문의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친과 같은 이름인 사람의 손자가 상속인 행세를 하며 땅을 팔아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관할 등기소의 등기절차.
⊙심 모씨(피해자): 본인 자신의 인감과 확인서밖에 없는데도 이것만 갖고 상속 등기를 해 준 것과, 특히 1946년에 발생된 것을 아무 확인 없이 해 준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파주등기소 관계자: 형식적인 하자였기 때문에 서류적인 하자가 있었지만 신청서류를 근거로 해 준 거죠.
⊙기자: 본인에게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나요?
⊙파주등기소 관계자: 의무는 없어요.
저희들은 서류만 보고 하는 거예요.
⊙기자: 지난 97년부터 2003년까지 같은 이름 때문에 사기사건의 피고소인으로 오인받아 검찰에 4차례나 불려다닌 김 모씨.
피고소인과 관계가 없다는 기록이 인계되지 않아 담당 검사가 바뀔 때마다 소환된 것입니다.
⊙김 모씨(피해자): 2001년도에 검사한테 소재 수사를 즉시 중단해 달라는 진정서를 보내 (담당 검사로부터) 잘못했다는 지회신까 받았는데도 2030년 1월까지 수사가 또다시 이뤄져...
⊙기자: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같은 이름이 100명 이상인 사람이 1300만명이 넘는다는 논문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동명이인이 있는데도 무책임한 행정이 계속되는 한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눈물지을 사람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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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책임 행정’ 동명이인 수난
    • 입력 2005-07-13 21:27:38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황당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정관청들의 안일한 확인절차 때문에 동명이인들이 겪은 불이익을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6년 전 아버님에게 전북 김제의 논 750여 평을 물려받는 이 모씨. 그런데 이 씨는 지난 5월 고향에 사는 형으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성폭행범에게 땅을 낙찰받았다는 새로운 땅 임자가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이 성폭행범의 피해자 손해배상을 위해 이름이 같은 이 씨의 땅을 가압류시켜 경매처분한 것입니다. ⊙이 모씨(피해자): 재판 받은 사실도 없고 소환장 받은 사실도 없이 경매 처분이 돼서... ⊙기자: 경매를 맡은 전주지방법원이 땅 주인의 이름만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 대조를 생략한 것입니다. ⊙전주지방법원 경매계 관계자: (경매 신청 때) 주민 등록 등본이나 초본이 경매 신청서의 첨부 서류가 아니었고 또 등기부상 주민 등록 번호 기재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동명이인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 서울의 심 모씨는 지난해 10월 파주의 한 부동산업자로부터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땅 일부가 팔렸으니 나머지도 팔라는 어이없는 문의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친과 같은 이름인 사람의 손자가 상속인 행세를 하며 땅을 팔아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관할 등기소의 등기절차. ⊙심 모씨(피해자): 본인 자신의 인감과 확인서밖에 없는데도 이것만 갖고 상속 등기를 해 준 것과, 특히 1946년에 발생된 것을 아무 확인 없이 해 준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파주등기소 관계자: 형식적인 하자였기 때문에 서류적인 하자가 있었지만 신청서류를 근거로 해 준 거죠. ⊙기자: 본인에게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나요? ⊙파주등기소 관계자: 의무는 없어요. 저희들은 서류만 보고 하는 거예요. ⊙기자: 지난 97년부터 2003년까지 같은 이름 때문에 사기사건의 피고소인으로 오인받아 검찰에 4차례나 불려다닌 김 모씨. 피고소인과 관계가 없다는 기록이 인계되지 않아 담당 검사가 바뀔 때마다 소환된 것입니다. ⊙김 모씨(피해자): 2001년도에 검사한테 소재 수사를 즉시 중단해 달라는 진정서를 보내 (담당 검사로부터) 잘못했다는 지회신까 받았는데도 2030년 1월까지 수사가 또다시 이뤄져... ⊙기자: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같은 이름이 100명 이상인 사람이 1300만명이 넘는다는 논문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동명이인이 있는데도 무책임한 행정이 계속되는 한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눈물지을 사람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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