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따듯한 겨울에 유럽 경제도 훈풍…근심 깊어지는 러시아

입력 2023.01.25 (10:46) 수정 2023.01.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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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은 매서운 겨울 추위가 요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번 겨울 영상 20도를 넘어서는 이상기온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기후 위기 우려는 커졌지만, 당장 덕을 본 것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유럽 경제인데요.

비교적 따듯한 날씨로 에너지 대란을 피하면서 유럽 경제에도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유럽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하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죠.

이 자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로존 경제가 우려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유럽중앙은행 총재 : "올해 유럽 경제 성장률은 0.5%로 예상됩니다.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을 겁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올 겨울 경기가 크게 위축될 거란 걱정과 달리 꽤 선전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4분기 기업 생산량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3분기와 비교해 차이가 없었습니다.

영국도 줄어들기만 하던 GDP가 지난해 10월과 11월엔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9%대로 여전히 높긴 하지만, 10%를 넘겼던 지난가을보다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덕분이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은 올 겨울 준비를 단단히 했었죠.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쥐락펴락하는 러시아 때문에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면,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인데요.

이상 기온으로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자 에너지 비용이 오히려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메가와트시당 342유로까지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60유로대까지 떨어졌는데요.

이 정도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도 싼 가격입니다.

[앵커]

그 덕분이겠군요.

유럽에선 러시아와의 에너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요?

[기자]

러시아에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에서 나온 말인데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최근 "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굴복시키려 한 푸틴 대통령의 협박이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베르트 하베크/독일 부총리 : "현재 천연가스 상황은 우리가 우려했던 최악의 경우보다 더 안정적이고 좋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독일 에너지 상황이 빠듯하긴 하지만, 겨울이 끝날 때까지 가스 저장고가 바닥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독일은 올 겨울을 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요.

지난해 12월 이동식 LNG 터미널을 짓고 미국에서 LNG를 공수하는가 하면, 노르웨이 등 대체 수입 경로도 확보해 뒀습니다.

[앵커]

유럽은 벌써 올해뿐 아니라 다음 겨울에 쓸 에너지까지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다음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가스 공동구매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EU 에너지 플랫폼' 운영위원회가 조직 구성 이래 첫 회의를 열었는데요.

이 조직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난해 만든 협의체입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해온 것을 보면 에너지 안보 문제를 훨씬 더 잘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이른 봄쯤 다음 겨울에 EU가 필요한 총 가스 수요량을 발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스 공급자들로부터 가격 제안을 받고, 여름이 오기 전 첫 공동구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천연가스는 운송과 보관이 까다로워서 오늘 필요하다고 해서 내일 주문하고, 바로 사 올 수 있는 제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올 겨울 급한 불은 껐지만, 길어지는 전쟁에 미리미리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에너지를 무기로 쓰려던 러시아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셈이네요.

[기자]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은 역으로 러시아 경제에 독이 되고 있습니다.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 가격 제한까지 하면서 러시아 석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데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은 전년도보다 20%나 줄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유럽 대신 중국과 인도로 에너지를 수출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운송비가 더 많이 들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에너지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전쟁 이전 수준의 산업 규모를 되찾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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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따듯한 겨울에 유럽 경제도 훈풍…근심 깊어지는 러시아
    • 입력 2023-01-25 10:46:49
    • 수정2023-01-25 10: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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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은 매서운 겨울 추위가 요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번 겨울 영상 20도를 넘어서는 이상기온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기후 위기 우려는 커졌지만, 당장 덕을 본 것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유럽 경제인데요.

비교적 따듯한 날씨로 에너지 대란을 피하면서 유럽 경제에도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유럽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하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죠.

이 자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로존 경제가 우려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유럽중앙은행 총재 : "올해 유럽 경제 성장률은 0.5%로 예상됩니다.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을 겁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올 겨울 경기가 크게 위축될 거란 걱정과 달리 꽤 선전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4분기 기업 생산량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3분기와 비교해 차이가 없었습니다.

영국도 줄어들기만 하던 GDP가 지난해 10월과 11월엔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9%대로 여전히 높긴 하지만, 10%를 넘겼던 지난가을보다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덕분이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은 올 겨울 준비를 단단히 했었죠.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쥐락펴락하는 러시아 때문에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면,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인데요.

이상 기온으로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자 에너지 비용이 오히려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메가와트시당 342유로까지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60유로대까지 떨어졌는데요.

이 정도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도 싼 가격입니다.

[앵커]

그 덕분이겠군요.

유럽에선 러시아와의 에너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요?

[기자]

러시아에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에서 나온 말인데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최근 "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굴복시키려 한 푸틴 대통령의 협박이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베르트 하베크/독일 부총리 : "현재 천연가스 상황은 우리가 우려했던 최악의 경우보다 더 안정적이고 좋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독일 에너지 상황이 빠듯하긴 하지만, 겨울이 끝날 때까지 가스 저장고가 바닥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독일은 올 겨울을 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요.

지난해 12월 이동식 LNG 터미널을 짓고 미국에서 LNG를 공수하는가 하면, 노르웨이 등 대체 수입 경로도 확보해 뒀습니다.

[앵커]

유럽은 벌써 올해뿐 아니라 다음 겨울에 쓸 에너지까지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다음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가스 공동구매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EU 에너지 플랫폼' 운영위원회가 조직 구성 이래 첫 회의를 열었는데요.

이 조직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난해 만든 협의체입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해온 것을 보면 에너지 안보 문제를 훨씬 더 잘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이른 봄쯤 다음 겨울에 EU가 필요한 총 가스 수요량을 발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스 공급자들로부터 가격 제안을 받고, 여름이 오기 전 첫 공동구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천연가스는 운송과 보관이 까다로워서 오늘 필요하다고 해서 내일 주문하고, 바로 사 올 수 있는 제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올 겨울 급한 불은 껐지만, 길어지는 전쟁에 미리미리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에너지를 무기로 쓰려던 러시아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셈이네요.

[기자]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은 역으로 러시아 경제에 독이 되고 있습니다.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 가격 제한까지 하면서 러시아 석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데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은 전년도보다 20%나 줄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유럽 대신 중국과 인도로 에너지를 수출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운송비가 더 많이 들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에너지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전쟁 이전 수준의 산업 규모를 되찾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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