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방음터널 전국 1/3…해결은 지자체가?

입력 2023.01.25 (21:43) 수정 2023.01.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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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섯 명이 숨진 과천 방음터널 화재 어느덧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화재 직후 정부는 전국의 모든 방음터널을 조사해 화재에 안전한 소재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KBS는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또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심층 취재했습니다.

최은진, 문예슬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참사의 시작은 차량 화재였습니다.

터널을 통과하던 폐기물 운반 트럭에서 불이 났는데, 차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확실한 건, 이 트럭의 불이 방음판으로 쉽게 옮겨 붙었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단 점입니다.

아크릴, 즉 PMMA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판 자체가 그런 '불씨'를 안고 있었습니다.

방음터널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는 PMMA, PC, 그리고 강화유리입니다.

각 소재별로 불에 얼마나 견디는지 전문 연구기관과 실험해 봤습니다.

차량 화재 초기 단계인 100kw 수준으로 불의 세기를 설정하고, 확산 양상을 살펴봤습니다.

불을 붙인 지 3분.

다른 방음재와 달리 PMMA에만 불이 옮겨 붙더니, 뒷면이 그을리고, 녹기 시작합니다.

6분이 넘어가자, 소재별 차이는 더 또렷해집니다.

특히 PMMA는 자재 절반 정도가 녹아내렸고, 더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커졌습니다.

반면, 강화유리는 9분 넘게 불을 견디며 점화 초반과 큰 차이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사한 방법으로 시행된 다른 실험에서도, 화재 위험도를 의미하는 열방출률이 PMMA의 경우 600kW로, PC나 강화유리보다 더 높게 나왔습니다.

[김휘성/한국건설기술연구원 : "(PMMA는) 인화점이 250도 정도로 낮게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먼저 타고 화재 성상도 좀 더 빨리 퍼질 수 있습니다."]

2차 화재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5분 정도 지나자 불씨가 떨어져 내리며 바닥까지 불이 옮겨 붙습니다.

터널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그 아래 있던 차량들은 속수무책으로 '불똥'을 맞게 됩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지난해 12월 30일 : "화재에 튼튼한 소재와 구조로 (방음터널) 시공방법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국토부는 이날, PMMA 소재로 된 방음터널이 전국에 6곳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터널을 빼고 잡은 수치입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방음터널 183곳 중 PMMA가 사용된 방음터널은 '64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 발표치보다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 중 53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 교수 : "(화재시) 차량이 많이 있다라는 것 자체는 굉장히 위험한 요소기 때문에, 이용이 많은 도로의 방음터널들은 재료라든지 안전에 대한 부분들이 보강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국토부는 방음터널 세부 현황과 교체 일정 등을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석훈

[리포트]

이렇게 도로 위 '불쏘시개'라 할 만한 PMMA 소재, 앞서 보신 것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에 특히 집중돼 있습니다.

그 현장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보겠습니다.

지난해 건설된 방음터널.

벽면은 화재에 강한 '강화유리', 천정은 값싼 'PMMA'로 만들어졌습니다.

비용과 안전을 절충한다며 두 소재를 섞어 쓴 사례인데,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입니다.

[김광선/한국화재감식학회장 : "벽면은 강화유리가 돼 있어도 화재가 붙어서 위로 솟구치기 때문에, 오히려 벽면보다도 천정이 더 빨리 탈 수도 있거든요."]

전체를 강화유리로 하려면 지금보다 5억 원이 더 필요합니다.

자재 값만 2배 이상인 데다, 유리 무게로 인해 시공비도 더 들기 때문입니다.

과천 화재와 판박이였던 광교터널 화재 현장.

지자체에서 최근 70억 원 가까이 들여 새 방음판 공사를 발주했는데, 여기도 유리와 플라스틱 소재를 섞어 쓰기로 했습니다.

플라스틱 때문에 불이 붙었던 터널을 복구하는 과정에서조차, 안전 소재를 충분히 쓰지 못하는 겁니다.

[용인시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예산이 막대하게 드니까 (수원시와) 분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지자체간 조금 갈등이 있긴 있었죠."]

이러다 보니, 최선이 아닌 차선책 비용을 마련하는 데만도 2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황인규/경기 수원시 : "화재 나고 난 이후부터 소음이 굉장히 심하고, 계속 지금 2년이 넘었는데도 지금 수리가 안 되고 방치돼 있죠. 주민들이 굉장히 불편한 그런 상황이죠."]

위험성은 '소재'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기도의 한 방음터널입니다.

왕복 8차로, 길이 240 미터의 규모인데, 역시 밀폐형 구조입니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잘 빠지지 않는 구조고, 그만큼 신속한 진화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일반 터널과 달리 방음터널은 소방법 규제도 받지 않고, 기본적인 소화기조차 비치 안 된 곳이 많습니다.

[김광선/한국화재감식학회장 : "여기는 소방설비가 하나도 없고, 화재는 초기진압이 매우 중요한데 소방설비가 없으면 초기 진압을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애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방음터널을 교체하는 겁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6곳만 PMMA를 교체할 방침.

나머지 50여 곳은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송혜성/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이근희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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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쏘시개’ 방음터널 전국 1/3…해결은 지자체가?
    • 입력 2023-01-25 21:43:25
    • 수정2023-01-25 22:03:10
    뉴스 9
[앵커]

다섯 명이 숨진 과천 방음터널 화재 어느덧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화재 직후 정부는 전국의 모든 방음터널을 조사해 화재에 안전한 소재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KBS는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또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심층 취재했습니다.

최은진, 문예슬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참사의 시작은 차량 화재였습니다.

터널을 통과하던 폐기물 운반 트럭에서 불이 났는데, 차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확실한 건, 이 트럭의 불이 방음판으로 쉽게 옮겨 붙었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단 점입니다.

아크릴, 즉 PMMA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판 자체가 그런 '불씨'를 안고 있었습니다.

방음터널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는 PMMA, PC, 그리고 강화유리입니다.

각 소재별로 불에 얼마나 견디는지 전문 연구기관과 실험해 봤습니다.

차량 화재 초기 단계인 100kw 수준으로 불의 세기를 설정하고, 확산 양상을 살펴봤습니다.

불을 붙인 지 3분.

다른 방음재와 달리 PMMA에만 불이 옮겨 붙더니, 뒷면이 그을리고, 녹기 시작합니다.

6분이 넘어가자, 소재별 차이는 더 또렷해집니다.

특히 PMMA는 자재 절반 정도가 녹아내렸고, 더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커졌습니다.

반면, 강화유리는 9분 넘게 불을 견디며 점화 초반과 큰 차이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사한 방법으로 시행된 다른 실험에서도, 화재 위험도를 의미하는 열방출률이 PMMA의 경우 600kW로, PC나 강화유리보다 더 높게 나왔습니다.

[김휘성/한국건설기술연구원 : "(PMMA는) 인화점이 250도 정도로 낮게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먼저 타고 화재 성상도 좀 더 빨리 퍼질 수 있습니다."]

2차 화재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5분 정도 지나자 불씨가 떨어져 내리며 바닥까지 불이 옮겨 붙습니다.

터널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그 아래 있던 차량들은 속수무책으로 '불똥'을 맞게 됩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지난해 12월 30일 : "화재에 튼튼한 소재와 구조로 (방음터널) 시공방법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국토부는 이날, PMMA 소재로 된 방음터널이 전국에 6곳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터널을 빼고 잡은 수치입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방음터널 183곳 중 PMMA가 사용된 방음터널은 '64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 발표치보다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 중 53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 교수 : "(화재시) 차량이 많이 있다라는 것 자체는 굉장히 위험한 요소기 때문에, 이용이 많은 도로의 방음터널들은 재료라든지 안전에 대한 부분들이 보강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국토부는 방음터널 세부 현황과 교체 일정 등을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석훈

[리포트]

이렇게 도로 위 '불쏘시개'라 할 만한 PMMA 소재, 앞서 보신 것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에 특히 집중돼 있습니다.

그 현장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보겠습니다.

지난해 건설된 방음터널.

벽면은 화재에 강한 '강화유리', 천정은 값싼 'PMMA'로 만들어졌습니다.

비용과 안전을 절충한다며 두 소재를 섞어 쓴 사례인데,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입니다.

[김광선/한국화재감식학회장 : "벽면은 강화유리가 돼 있어도 화재가 붙어서 위로 솟구치기 때문에, 오히려 벽면보다도 천정이 더 빨리 탈 수도 있거든요."]

전체를 강화유리로 하려면 지금보다 5억 원이 더 필요합니다.

자재 값만 2배 이상인 데다, 유리 무게로 인해 시공비도 더 들기 때문입니다.

과천 화재와 판박이였던 광교터널 화재 현장.

지자체에서 최근 70억 원 가까이 들여 새 방음판 공사를 발주했는데, 여기도 유리와 플라스틱 소재를 섞어 쓰기로 했습니다.

플라스틱 때문에 불이 붙었던 터널을 복구하는 과정에서조차, 안전 소재를 충분히 쓰지 못하는 겁니다.

[용인시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예산이 막대하게 드니까 (수원시와) 분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지자체간 조금 갈등이 있긴 있었죠."]

이러다 보니, 최선이 아닌 차선책 비용을 마련하는 데만도 2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황인규/경기 수원시 : "화재 나고 난 이후부터 소음이 굉장히 심하고, 계속 지금 2년이 넘었는데도 지금 수리가 안 되고 방치돼 있죠. 주민들이 굉장히 불편한 그런 상황이죠."]

위험성은 '소재'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기도의 한 방음터널입니다.

왕복 8차로, 길이 240 미터의 규모인데, 역시 밀폐형 구조입니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잘 빠지지 않는 구조고, 그만큼 신속한 진화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일반 터널과 달리 방음터널은 소방법 규제도 받지 않고, 기본적인 소화기조차 비치 안 된 곳이 많습니다.

[김광선/한국화재감식학회장 : "여기는 소방설비가 하나도 없고, 화재는 초기진압이 매우 중요한데 소방설비가 없으면 초기 진압을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애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방음터널을 교체하는 겁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6곳만 PMMA를 교체할 방침.

나머지 50여 곳은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송혜성/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이근희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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