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풍선 격추 후 첫 회동…설전 불구 ‘상황 관리’ 공감

입력 2023.02.20 (06:19) 수정 2023.02.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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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들이 이른바 정찰 풍선 격추 후 처음으로 직접 만났습니다.

풍선 격추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큰 견해 차만 확인한 자리였지만 일단 두 강대국이 대화 재개를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는 관측입니다.

워싱턴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기현 특파원, 양측 모두 이번 회동의 성격을 '비공식'으로 규정하던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기자]

미국이 중국 측 정찰 풍선을 격추한 지 거의 보름 만에 회동이 성사됐지만 특정 합의가 나올 수 없는 자리였다는 걸 강조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 간 회동은 현지시각 18일 독일 뮌헨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이뤄졌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정찰 풍선의 영공 침범이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지원 방침을 철회할 것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 역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중국과 경쟁할 뿐 갈등은 원치 않는다며 미-중 관계 악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미·중 간 외교가 지속되기 위해선 열려 있는 소통 창구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책임 있게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앵커]

중국 측은 오히려 미국 측에 책임을 돌렸는데, 어떤 논리인 거죠?

[기자]

미국이 격추한 풍선은 '정찰'용이 아니라 민간의 기상 관측용이었기 때문에 전제가 틀렸다는 겁니다.

회동 전에 나왔던 왕이 위원 발언 들어보시죠.

[왕이/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 "중국 측은 미국 측에 강한 편서풍 때문에 통제가 힘들었다는 점과 함께 민간의 무인 풍선이라는 점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력을 남용해 풍선을 격추한 미국에 갈등 증폭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풍선 격추는 국제 관례와 민간 항공 규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미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는 게 중국 외교부 설명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권 국가 간의 일이라며 제 3자인 미국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견해 차만 확인했다는 건데, 그렇다고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봐야겠죠?

[기자]

미·중 양측 외교 수장 간 회동 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미 대통령/현지 시각 지난 16일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의 근원까지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풍선 격추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 당시 미국이 격추했던 풍선 가운데 첫번 째를 제외한 3건은 중국과 무관하다는 설명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간 소통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이른바 정찰 풍선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양측은 '경쟁과 협력' 방식의 관계 설정이 굳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결국 풍선 격추를 둘러싼 견해차 극복이 관계 진전의 시작점일 텐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격추된 풍선이 '정찰용'이었는 지를 두고 양측이 실제 만나서도 설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 문제와 관련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측이 동부 해안에서 수거했던 풍선 잔해를 분석해 '정찰용'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내놨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이번 회동 결과는 양측이 기존 주장을 고수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정상 간 통화 등 추가 소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한미희/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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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풍선 격추 후 첫 회동…설전 불구 ‘상황 관리’ 공감
    • 입력 2023-02-20 06:19:52
    • 수정2023-02-20 09: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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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들이 이른바 정찰 풍선 격추 후 처음으로 직접 만났습니다.

풍선 격추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큰 견해 차만 확인한 자리였지만 일단 두 강대국이 대화 재개를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는 관측입니다.

워싱턴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기현 특파원, 양측 모두 이번 회동의 성격을 '비공식'으로 규정하던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기자]

미국이 중국 측 정찰 풍선을 격추한 지 거의 보름 만에 회동이 성사됐지만 특정 합의가 나올 수 없는 자리였다는 걸 강조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 간 회동은 현지시각 18일 독일 뮌헨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이뤄졌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정찰 풍선의 영공 침범이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지원 방침을 철회할 것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 역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중국과 경쟁할 뿐 갈등은 원치 않는다며 미-중 관계 악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미·중 간 외교가 지속되기 위해선 열려 있는 소통 창구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책임 있게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앵커]

중국 측은 오히려 미국 측에 책임을 돌렸는데, 어떤 논리인 거죠?

[기자]

미국이 격추한 풍선은 '정찰'용이 아니라 민간의 기상 관측용이었기 때문에 전제가 틀렸다는 겁니다.

회동 전에 나왔던 왕이 위원 발언 들어보시죠.

[왕이/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 "중국 측은 미국 측에 강한 편서풍 때문에 통제가 힘들었다는 점과 함께 민간의 무인 풍선이라는 점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력을 남용해 풍선을 격추한 미국에 갈등 증폭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풍선 격추는 국제 관례와 민간 항공 규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미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는 게 중국 외교부 설명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권 국가 간의 일이라며 제 3자인 미국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견해 차만 확인했다는 건데, 그렇다고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봐야겠죠?

[기자]

미·중 양측 외교 수장 간 회동 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미 대통령/현지 시각 지난 16일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의 근원까지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풍선 격추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 당시 미국이 격추했던 풍선 가운데 첫번 째를 제외한 3건은 중국과 무관하다는 설명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간 소통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이른바 정찰 풍선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양측은 '경쟁과 협력' 방식의 관계 설정이 굳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결국 풍선 격추를 둘러싼 견해차 극복이 관계 진전의 시작점일 텐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격추된 풍선이 '정찰용'이었는 지를 두고 양측이 실제 만나서도 설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 문제와 관련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측이 동부 해안에서 수거했던 풍선 잔해를 분석해 '정찰용'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내놨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이번 회동 결과는 양측이 기존 주장을 고수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정상 간 통화 등 추가 소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한미희/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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