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공정한가]② 전기요금 지원 0.6%…혜택 범위 넓혀보니

입력 2023.02.21 (19:26) 수정 2023.02.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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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평등한 전기요금 체계를 따져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원전을 끼고 있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도 전기를 적게 생산하는 수도권과 같은 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요구하자 정부는 중복 지원 문제를 꺼내 들었는데요,

하지만 발전소 인근 가구와 기업이 받는 전기요금 지원은 지역의 희생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혜택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록 기자입니다.

[리포트]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입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도 빼곡히 들어섰습니다.

고리원전 반경 5㎞ 안팎의 주민들은 관련 법에 따라 전기요금을 일부 지원받습니다.

매월 가구당 최대 만 7천 원 수준입니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불편함 등을 감수한 일종의 '위험 비용'입니다.

기장군 주민들이 전기요금 등 혜택을 얼마나 어떻게 받고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해 기준 장안과 일광읍에서 전기요금을 보조받은 곳은 9천6백여 가구로, 금액은 19억 원 정도입니다.

155만 가구가 사는 부산으로 넓히면 전기요금 지원 혜택을 받는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부산 기장군을 포함해 원전을 낀 전국 5개 자치단체가 전기요금 지원 범위를 원전 주변 20㎞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입니다.

2018년 11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행정구역이 기장군 전체와 해운대구, 금정구 일부까지로 넓어져 혜택받는 곳이 15만 가구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용역 이후 부산의 방사선 비상 계획구역이 달라졌습니다.

원전 사고에 대비해 대피소나 방호 물품 등을 준비해야 하는 지역인데, 2021년 말 고리원전 반경 30㎞까지 확대됐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기요금 지원 대상이 부산 9개 구·군에 살고 있는 75만 가구로 늘어납니다.

부산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혜택을 보는 셈입니다.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전기요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고리와 월성 등 전국 원자력 발전소 4곳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범위를 반경 5㎞에서 20㎞로 넓히면 대상 사업체가 천7백여 곳에서 6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설홍수/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전기요금이 이런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좀 더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차등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보겠습니다."]

남은 문제는 현재 발전소에서 내고 있는 보조금을 늘려야 할 경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입니다.

용역 결과를 보면 전국 5개 자치단체의 원전 반경 20㎞로 대상을 확대하면 보조금 규모가 주택과 산업용을 합쳐 1조 3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30㎞까지 범위를 더 넓히면 필요한 재원은 2~3배 이상 불어납니다.

연구진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아닌 지역별로 전기요금 체계를 달리해서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최윤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력 시장에 대해서는 그런 (지역의)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고, 이렇게 편하게 쓰고 있는데, 그 뒤에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각인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차등 요금제를 시행 중인 만큼 적용 범위와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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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요금은 공정한가]② 전기요금 지원 0.6%…혜택 범위 넓혀보니
    • 입력 2023-02-21 19:26:20
    • 수정2023-02-21 20:02:32
    뉴스7(부산)
[앵커]

불평등한 전기요금 체계를 따져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원전을 끼고 있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도 전기를 적게 생산하는 수도권과 같은 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요구하자 정부는 중복 지원 문제를 꺼내 들었는데요,

하지만 발전소 인근 가구와 기업이 받는 전기요금 지원은 지역의 희생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혜택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록 기자입니다.

[리포트]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입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도 빼곡히 들어섰습니다.

고리원전 반경 5㎞ 안팎의 주민들은 관련 법에 따라 전기요금을 일부 지원받습니다.

매월 가구당 최대 만 7천 원 수준입니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불편함 등을 감수한 일종의 '위험 비용'입니다.

기장군 주민들이 전기요금 등 혜택을 얼마나 어떻게 받고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해 기준 장안과 일광읍에서 전기요금을 보조받은 곳은 9천6백여 가구로, 금액은 19억 원 정도입니다.

155만 가구가 사는 부산으로 넓히면 전기요금 지원 혜택을 받는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부산 기장군을 포함해 원전을 낀 전국 5개 자치단체가 전기요금 지원 범위를 원전 주변 20㎞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입니다.

2018년 11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행정구역이 기장군 전체와 해운대구, 금정구 일부까지로 넓어져 혜택받는 곳이 15만 가구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용역 이후 부산의 방사선 비상 계획구역이 달라졌습니다.

원전 사고에 대비해 대피소나 방호 물품 등을 준비해야 하는 지역인데, 2021년 말 고리원전 반경 30㎞까지 확대됐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기요금 지원 대상이 부산 9개 구·군에 살고 있는 75만 가구로 늘어납니다.

부산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혜택을 보는 셈입니다.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전기요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고리와 월성 등 전국 원자력 발전소 4곳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범위를 반경 5㎞에서 20㎞로 넓히면 대상 사업체가 천7백여 곳에서 6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설홍수/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전기요금이 이런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좀 더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차등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보겠습니다."]

남은 문제는 현재 발전소에서 내고 있는 보조금을 늘려야 할 경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입니다.

용역 결과를 보면 전국 5개 자치단체의 원전 반경 20㎞로 대상을 확대하면 보조금 규모가 주택과 산업용을 합쳐 1조 3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30㎞까지 범위를 더 넓히면 필요한 재원은 2~3배 이상 불어납니다.

연구진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아닌 지역별로 전기요금 체계를 달리해서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최윤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력 시장에 대해서는 그런 (지역의)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고, 이렇게 편하게 쓰고 있는데, 그 뒤에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각인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차등 요금제를 시행 중인 만큼 적용 범위와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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