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검없이 조사?…‘보행로 있어도 역할 못 해’

입력 2023.03.01 (07:36) 수정 2023.03.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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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지역 초등학교 3곳 중 1곳이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소식, 그제(27일) 전해드렸죠.

그렇다면, 보행로를 갖췄다는 학교 주변은 안전할까요?

교육청의 실태 조사도 엉터리였습니다.

김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교육청이 차도와 보행로가 분리돼 학생들의 통학 길이 안전하다고 밝힌 전주의 한 초등학교.

정문 쪽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주변 보행로를 둘러보니 불법 주정차로 꽉 막혀있습니다.

학생들은 길을 막아선 차량을 피해 차도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갑니다.

이 학교는 보행로를 차도와 다른 색으로 칠해 구분해놨지만 안전 울타리나 경계석이 없어 보행로는 주차장이 됐습니다.

바닥을 다른 색으로 칠한 것을 보행로와 도로가 구분됐다고 한 건데, 경계가 모호해 언제든지 차가 침범할 수 있는 사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 "항상 걸어서 같이 손잡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편이거든요. 차가 너무 위험해서요. 막내 같은 경우 몇 년을 더 (이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경계석을 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학교는 교육청이 조사한 내용과 달리 학교 쪽문과 이어진 통학로에 보행로가 없습니다.

맞은 편에 아파트가 있어 학생들이 등하교 때 자주 이용하는 길이지만, 쪽문과 이어진 담장은 보행로가 아닌 차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남궁나영/△△초등학교 학생 : "지나다니면서 차가 아슬아슬하게 닿을 뻔한 적이 있어서 좀 위험하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 4백19곳을 전수조사해 백29곳이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차도와 보행로가 분리돼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한 학교 중에서 보행로가 없거나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조사가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는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400 몇 개를 다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자료 집계로 조사된 거고 일단 학교를 믿었고 그걸 기반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정부의 보행로 안전 대책.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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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점검없이 조사?…‘보행로 있어도 역할 못 해’
    • 입력 2023-03-01 07:36:35
    • 수정2023-03-01 09:05:58
    뉴스광장(전주)
[앵커]

전북지역 초등학교 3곳 중 1곳이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소식, 그제(27일) 전해드렸죠.

그렇다면, 보행로를 갖췄다는 학교 주변은 안전할까요?

교육청의 실태 조사도 엉터리였습니다.

김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교육청이 차도와 보행로가 분리돼 학생들의 통학 길이 안전하다고 밝힌 전주의 한 초등학교.

정문 쪽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주변 보행로를 둘러보니 불법 주정차로 꽉 막혀있습니다.

학생들은 길을 막아선 차량을 피해 차도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갑니다.

이 학교는 보행로를 차도와 다른 색으로 칠해 구분해놨지만 안전 울타리나 경계석이 없어 보행로는 주차장이 됐습니다.

바닥을 다른 색으로 칠한 것을 보행로와 도로가 구분됐다고 한 건데, 경계가 모호해 언제든지 차가 침범할 수 있는 사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 "항상 걸어서 같이 손잡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편이거든요. 차가 너무 위험해서요. 막내 같은 경우 몇 년을 더 (이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경계석을 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학교는 교육청이 조사한 내용과 달리 학교 쪽문과 이어진 통학로에 보행로가 없습니다.

맞은 편에 아파트가 있어 학생들이 등하교 때 자주 이용하는 길이지만, 쪽문과 이어진 담장은 보행로가 아닌 차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남궁나영/△△초등학교 학생 : "지나다니면서 차가 아슬아슬하게 닿을 뻔한 적이 있어서 좀 위험하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 4백19곳을 전수조사해 백29곳이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차도와 보행로가 분리돼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한 학교 중에서 보행로가 없거나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조사가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는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400 몇 개를 다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자료 집계로 조사된 거고 일단 학교를 믿었고 그걸 기반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정부의 보행로 안전 대책.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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