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없고 더 못 버텨”…전세사기 피해자 숨진 채 발견

입력 2023.03.03 (06:37) 수정 2023.03.0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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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인천에서 일어난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한 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은 정부의 대책 부족을 꼬집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을 호소하는 마지막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천 미추홀구의 5층짜리 빌라입니다.

지난달 구속된 '건축왕' 남모 씨가 일부 소유했던 곳으로, 세입자 여러 명이 보증금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그중 한 명인 30대 남성 A 씨가 사흘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힘들어서 당장 내쫓길 판이고 당장 내쫓기면 어떻게 사냐', '이럴 바에는 극단적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A 씨는 2년 전 보증금 7천만 원에 전세를 들었고, 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됐습니다.

전세계약보다 10년 앞선 2011년에 근저당이 설정된 데다, 최우선변제 기준을 웃돌아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게 됐습니다.

A 씨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구체책이 없다는 점에 좌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글엔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도 없다" "더는 못 버티겠다"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세사기 대책위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 구제 위해서)되게 열심히 다녔대요. 그러다가 아마 이제 현실의 벽에 부딪혔겠죠. 시청에 가서도 저희 되게 홀대 당하고..."]

'건축왕' 남모 씨는 자신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걸 알면서도,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 160여 명, 피해액은 126억여 원입니다.

다른 전세사기와 달리 선순위로 근저당이 잡혀 있어, 전세보증보험 적용도 어려웠습니다.

[전세사기 대책위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엔 (인천)시장도 안 만나줬잖아요. 그러다 나중에 만나줬는데 사실 현실적인 대답은 하나도 없었어요. 회의만 맨날 할 뿐이지."]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는 다음 주 고인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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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대책 없고 더 못 버텨”…전세사기 피해자 숨진 채 발견
    • 입력 2023-03-03 06:37:40
    • 수정2023-03-03 06:47:02
    뉴스광장 1부
[앵커]

지난해 인천에서 일어난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한 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은 정부의 대책 부족을 꼬집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을 호소하는 마지막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천 미추홀구의 5층짜리 빌라입니다.

지난달 구속된 '건축왕' 남모 씨가 일부 소유했던 곳으로, 세입자 여러 명이 보증금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그중 한 명인 30대 남성 A 씨가 사흘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힘들어서 당장 내쫓길 판이고 당장 내쫓기면 어떻게 사냐', '이럴 바에는 극단적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A 씨는 2년 전 보증금 7천만 원에 전세를 들었고, 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됐습니다.

전세계약보다 10년 앞선 2011년에 근저당이 설정된 데다, 최우선변제 기준을 웃돌아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게 됐습니다.

A 씨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구체책이 없다는 점에 좌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글엔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도 없다" "더는 못 버티겠다"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세사기 대책위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 구제 위해서)되게 열심히 다녔대요. 그러다가 아마 이제 현실의 벽에 부딪혔겠죠. 시청에 가서도 저희 되게 홀대 당하고..."]

'건축왕' 남모 씨는 자신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걸 알면서도,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 160여 명, 피해액은 126억여 원입니다.

다른 전세사기와 달리 선순위로 근저당이 잡혀 있어, 전세보증보험 적용도 어려웠습니다.

[전세사기 대책위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엔 (인천)시장도 안 만나줬잖아요. 그러다 나중에 만나줬는데 사실 현실적인 대답은 하나도 없었어요. 회의만 맨날 할 뿐이지."]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는 다음 주 고인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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