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훈련 앞두고 ‘인공위성’ 개발 강조…의도는?

입력 2023.03.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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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부터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반발해오던 북한이 오늘 인공위성 개발을 위한 로켓 발사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나섰습니다.

연합 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재개할 거로 예상돼온 북한의 갑작스런 우주 개발 메시지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을까요?

■ 북, 美 전략무기 잇단 전개에도 잠잠

북한의 우주개발 메시지는 오늘 아침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국가우주개발국 박경수 부국장이 조선중앙통신과 회견한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회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위성 발사 기술이 준비돼 있다는 것입니다. 박 부국장은 북한이 위성 발사 로켓용 대출력 엔진 개발에 성공해 각종 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북한의 우주 활동도 국제법적으로 담보됐다는 것입니다. 2009년 북한이 국제 우주조약에 가입해 우주 탐사 분야에서 주권 국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해보면, 북한의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의 기술적·국제법적 기반 모두 충족됐다는 것입니다. 언제 무엇을 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번 발표는 '자유의 방패' 훈련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동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4발을 발사한 뒤 열흘 넘게 도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화살-2형을 쏜 이후에도 한미는 이달 들어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를 동원한 연합비행 훈련을 했습니다. 지난달 초부터 진행된 한미연합 특수작전 훈련에는 미군의 중무장 공격기 AC-130J, 일명 '고스트 라이더(Ghost rider)'도 처음 한국에 전개됐습니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말 부산에 미 해군의 핵 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000t급)'가, 제주에 최신예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DDG 115·9,200t급)'함이 입항했던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하나같이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삼을만한 무기들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언급도 삼가고 있습니다. 한미훈련에 '사사건건'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한미 연합 특수작전 훈련에 투입된 A C-130J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합동참모본부)지난달 27일 한미 연합 특수작전 훈련에 투입된 A C-130J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합동참모본부)

■ '위성개발' 명분 로켓 발사 위한 사전 포석?

북한이 한미 훈련에 사사건건 대응하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긴 건 지난달 '화살-2형' 발사까지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도발을 멈춘 대신 대미 메시지를 통해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화된 한미 훈련이 북한에도 부담이 됐을 거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대규모 물량을 동원한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 작전 움직임에 북한이 일일이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북, ‘연합훈련 중단’ 집착…사사건건 대응 부담되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3187

이런 가운데 나온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로 북한이 이번 한미 훈련 기간 비군사용 위성 로켓 발사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우주개발국은 "우주과학기술 성과들을 농업과 수산, 기상관측, 통신, 자원탐사, 국토관리와 재해방지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도입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주장이 조만간 있을 로켓 발사의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월 중 비군사 위성 발사와 4월 중 군사 정찰위성 발사 수순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로켓 발사는 강 대 강 기조를 천명한 북한이 체면을 지키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우회적으로 할 수 있는 도발 시나리오로 거론됐습니다. 또, 식량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미에 당장 무리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과학 강국 이미지를 과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다분해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 발사를 했다며 공중에서 촬영한 서울과 인천 지역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정찰위성용’이라고 주장한 발사체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통신)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 발사를 했다며 공중에서 촬영한 서울과 인천 지역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정찰위성용’이라고 주장한 발사체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도록 압박하는 여론전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북한 외무성은 3일, 한미연합훈련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매우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유엔이 북한의 자위적 반응만 문제시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양 교수는 "(이번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도)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비군사 위성 발사의 비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핵 개발 의지를 피력하며, '한미 훈련에 얼마든지 대응성 시위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만큼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13일 폐막)가 끝나고 한미 훈련이 본격화되면 또다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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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한미훈련 앞두고 ‘인공위성’ 개발 강조…의도는?
    • 입력 2023-03-06 16:02:20
    취재K

이달 13일부터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반발해오던 북한이 오늘 인공위성 개발을 위한 로켓 발사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나섰습니다.

연합 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재개할 거로 예상돼온 북한의 갑작스런 우주 개발 메시지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을까요?

■ 북, 美 전략무기 잇단 전개에도 잠잠

북한의 우주개발 메시지는 오늘 아침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국가우주개발국 박경수 부국장이 조선중앙통신과 회견한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회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위성 발사 기술이 준비돼 있다는 것입니다. 박 부국장은 북한이 위성 발사 로켓용 대출력 엔진 개발에 성공해 각종 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북한의 우주 활동도 국제법적으로 담보됐다는 것입니다. 2009년 북한이 국제 우주조약에 가입해 우주 탐사 분야에서 주권 국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해보면, 북한의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의 기술적·국제법적 기반 모두 충족됐다는 것입니다. 언제 무엇을 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번 발표는 '자유의 방패' 훈련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동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4발을 발사한 뒤 열흘 넘게 도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화살-2형을 쏜 이후에도 한미는 이달 들어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를 동원한 연합비행 훈련을 했습니다. 지난달 초부터 진행된 한미연합 특수작전 훈련에는 미군의 중무장 공격기 AC-130J, 일명 '고스트 라이더(Ghost rider)'도 처음 한국에 전개됐습니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말 부산에 미 해군의 핵 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000t급)'가, 제주에 최신예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DDG 115·9,200t급)'함이 입항했던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하나같이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삼을만한 무기들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언급도 삼가고 있습니다. 한미훈련에 '사사건건'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한미 연합 특수작전 훈련에 투입된 A C-130J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합동참모본부)
■ '위성개발' 명분 로켓 발사 위한 사전 포석?

북한이 한미 훈련에 사사건건 대응하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긴 건 지난달 '화살-2형' 발사까지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도발을 멈춘 대신 대미 메시지를 통해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화된 한미 훈련이 북한에도 부담이 됐을 거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대규모 물량을 동원한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 작전 움직임에 북한이 일일이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북, ‘연합훈련 중단’ 집착…사사건건 대응 부담되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3187

이런 가운데 나온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로 북한이 이번 한미 훈련 기간 비군사용 위성 로켓 발사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우주개발국은 "우주과학기술 성과들을 농업과 수산, 기상관측, 통신, 자원탐사, 국토관리와 재해방지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도입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주장이 조만간 있을 로켓 발사의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월 중 비군사 위성 발사와 4월 중 군사 정찰위성 발사 수순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로켓 발사는 강 대 강 기조를 천명한 북한이 체면을 지키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우회적으로 할 수 있는 도발 시나리오로 거론됐습니다. 또, 식량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미에 당장 무리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과학 강국 이미지를 과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다분해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 발사를 했다며 공중에서 촬영한 서울과 인천 지역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정찰위성용’이라고 주장한 발사체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도록 압박하는 여론전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북한 외무성은 3일, 한미연합훈련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매우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유엔이 북한의 자위적 반응만 문제시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양 교수는 "(이번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도)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비군사 위성 발사의 비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핵 개발 의지를 피력하며, '한미 훈련에 얼마든지 대응성 시위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만큼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13일 폐막)가 끝나고 한미 훈련이 본격화되면 또다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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