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 대신 갚는 ‘제3자 변제’…법적 문제 없나

입력 2023.03.06 (21:12) 수정 2023.03.0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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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전해드렸듯이 오늘(6일) 정부가 내세운 해법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제 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갚는 방식입니다.

법률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이렇게 우회적인 방법이 가능한 것인지, 또 피해자들이 계속 배상받기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백인성 법조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사법부 만세! 만세!"]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했지만, 일본 기업의 사과나 배상은 없었습니다.

국내 자산 강제 압류와 매각을 놓고 지루한 소송전만 5년째, 정부는 결국 일본 기업이 아니라 제3자인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제3자'가 대신 배상금을 주는 이런 방안이 가능한지를 두고 피해자 측과 정부 의견이 엇갈립니다.

민법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 줄 수 없고, 이런 '제3자'도 채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재단은 일본기업과 '이해관계'도 없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입니다.

[최봉태/변호사/강제동원 피해자 법률대리인 : "법리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을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고,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변제 못 하도록 돼 있거든요."]

반면 정부는 "법률적 가능성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들의 검토와 자문을 다 거쳤다"면서도 명확한 법적 근거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확정 판결을 받은 배상금은 '법으로 정한 채권'이어서 앞선 민법 조항에 구애받지 않고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피해자들이 배상금 수령을 끝끝내 거부하면,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재단이 배상금을 법원에 맡기는, 이른바 '공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공탁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피해자 측과 "이미 배상이 끝났다"는 재단 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자칫 법정 공방의 불씨가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로 옮겨붙을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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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단이 대신 갚는 ‘제3자 변제’…법적 문제 없나
    • 입력 2023-03-06 21:12:19
    • 수정2023-03-06 22:03:43
    뉴스 9
[앵커]

앞서 전해드렸듯이 오늘(6일) 정부가 내세운 해법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제 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갚는 방식입니다.

법률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이렇게 우회적인 방법이 가능한 것인지, 또 피해자들이 계속 배상받기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백인성 법조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사법부 만세! 만세!"]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했지만, 일본 기업의 사과나 배상은 없었습니다.

국내 자산 강제 압류와 매각을 놓고 지루한 소송전만 5년째, 정부는 결국 일본 기업이 아니라 제3자인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제3자'가 대신 배상금을 주는 이런 방안이 가능한지를 두고 피해자 측과 정부 의견이 엇갈립니다.

민법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 줄 수 없고, 이런 '제3자'도 채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재단은 일본기업과 '이해관계'도 없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입니다.

[최봉태/변호사/강제동원 피해자 법률대리인 : "법리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을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고,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변제 못 하도록 돼 있거든요."]

반면 정부는 "법률적 가능성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들의 검토와 자문을 다 거쳤다"면서도 명확한 법적 근거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확정 판결을 받은 배상금은 '법으로 정한 채권'이어서 앞선 민법 조항에 구애받지 않고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피해자들이 배상금 수령을 끝끝내 거부하면,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재단이 배상금을 법원에 맡기는, 이른바 '공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공탁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피해자 측과 "이미 배상이 끝났다"는 재단 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자칫 법정 공방의 불씨가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로 옮겨붙을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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