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짜맞춤 한길 44년 ‘조복래 소목장’

입력 2023.03.07 (20:25) 수정 2023.03.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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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무의 역사에 장인의 솜씨를 더한 소목가구는 이제 공예의 영역에서 예술작품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전통 짜맞춤을 고수하며 44년 간 진주 소목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고사한 천년 느티나무를 10년 넘게 건조해 만든 머릿장.

제작에 6개월이 걸렸습니다.

[조복래/소목장 : "재료도 굉장히 귀하고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 짜맞춤 이런 게 전부 들어가는데 겉에서는 안보입니다. 안 보이는데 안으로는 아주 단단하게 지금 돼 있어요."]

자로 잰 듯 정교한 짜맞춤으로 조복래 소목장은 다시 천년을 이을 작품을 만듭니다.

조복래 소목장이 수시로 찾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그루.

마을과 동고동락하며 세월을 견딘 나무는 이 자체가 감동입니다.

[조복래/소목장 : "좋은 나무입니다. 최고, 최고의 나무예요. 나무가 고생을 해서 문양이 잘 드는 나무입니다."]

전국의 공사장과 수몰 현장에서 어렵게 구한 나무들이 빼곡한데요.

태풍에 쓰러져 명운을 다한 나무까지, 이름표에서 소목장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이 느티나무는 삼십년 째 건조 중인데요.

오래 말릴수록 뒤틀림 없는 명품이 됩니다.

[조복래/소목장 : "먹을 가지고 위에 발라놨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나무 자체에서 이렇게 들었습니다."]

태풍 매미 때 쓰러진 감나무의 먹빛, 삼백년 감나무가 품은 산수화 등 나무의 문양을 살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조복래/소목장 : "이건 느티나무 용목인데 새알 무늬라고 하기도 해요. 동글동글하게 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돼 있잖아요. 대패로 다듬으면 이렇게 아주 문양도 선명하게 살아나고 표면도 아주 매끄럽고..."]

나무 빛깔과 문양을 살려 짜맞춤으로 사방탁자를 만드는 중입니다.

삼방연기짜임, 장구짜임, 연기짜임, 동자짜임 등 전통 짜맞춤 기법이 다 들어가는데요. 속에선 서로를 꽉 물고 있는 반면 겉은 한 몸처럼 빈틈없는 이음새를 자랑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안이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동자라고도 하고 제비초리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촉을 원 기둥에서 촉을 올린 겁니다."]

조립 후 다시 분리해 민어풀을 섞은 전통접착제로 고정하면 천년에도 꿈쩍 않는 가구가 되는데요.

못 대신 짜맞춤을 고집하는 건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만든 연장에 물려받은 연장까지 소목에 최적화된 연장들이 그의 고집과 진주 소목의 역사를 대변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끌을 많이 치면 얼마나 많이 쳤기에 지금 나무망치가 다 패였습니다. 우리 삼촌이 쓰던 거하고 우리 선생님이 쓰던 건데 '오' 글자 쓰여 있는 건 오행구 우리 선생님 공구이고 (이 톱은) 칠팔십 년 됐다고 봐야 될 거예요."]

나무가 가구로 변하는 게 신기해 열일곱 살에 소목에 뛰어든 조 소목장은 경남 최고장인에 이어 2016년 경남무형문화재 29호 소목장 기능보유자가 됐습니다.

실용성과 조형미를 겸비한 진주반닫이, 머릿장과 버선장, 3층장, 책장, 좌경 등 전통소목을 재현하며 44년을 보냈는데요.

우리 멋을 이을 전승 작업도 열심입니다.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연구 중인 현영 씨는 전통기법 낙동법으로 소반 트레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현영/소목장 이수자 : "천 몇 년 동안 내려오던 기법들이 엄청 좋은 기법들이 많은데 그 기법들을 활용해서 가구 그리고 오브제를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새알무늬와 용목이 아름다운 천년 느티나무 앞에서 소목장은 다음 세대를 생각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장골 한 여섯 명이 안아야 될 둘레가 됐던 나무인데 후대들이 이걸 많이 공부도 하고 배울 수 있는 이런 작품을 우리나라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최고의 재료, 최상의 기술로 천년을 이을 작품.

소목장이 짜맞춤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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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짜맞춤 한길 44년 ‘조복래 소목장’
    • 입력 2023-03-07 20:25:46
    • 수정2023-03-07 20:49:08
    뉴스7(창원)
[앵커]

나무의 역사에 장인의 솜씨를 더한 소목가구는 이제 공예의 영역에서 예술작품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전통 짜맞춤을 고수하며 44년 간 진주 소목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고사한 천년 느티나무를 10년 넘게 건조해 만든 머릿장.

제작에 6개월이 걸렸습니다.

[조복래/소목장 : "재료도 굉장히 귀하고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 짜맞춤 이런 게 전부 들어가는데 겉에서는 안보입니다. 안 보이는데 안으로는 아주 단단하게 지금 돼 있어요."]

자로 잰 듯 정교한 짜맞춤으로 조복래 소목장은 다시 천년을 이을 작품을 만듭니다.

조복래 소목장이 수시로 찾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그루.

마을과 동고동락하며 세월을 견딘 나무는 이 자체가 감동입니다.

[조복래/소목장 : "좋은 나무입니다. 최고, 최고의 나무예요. 나무가 고생을 해서 문양이 잘 드는 나무입니다."]

전국의 공사장과 수몰 현장에서 어렵게 구한 나무들이 빼곡한데요.

태풍에 쓰러져 명운을 다한 나무까지, 이름표에서 소목장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이 느티나무는 삼십년 째 건조 중인데요.

오래 말릴수록 뒤틀림 없는 명품이 됩니다.

[조복래/소목장 : "먹을 가지고 위에 발라놨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나무 자체에서 이렇게 들었습니다."]

태풍 매미 때 쓰러진 감나무의 먹빛, 삼백년 감나무가 품은 산수화 등 나무의 문양을 살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조복래/소목장 : "이건 느티나무 용목인데 새알 무늬라고 하기도 해요. 동글동글하게 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돼 있잖아요. 대패로 다듬으면 이렇게 아주 문양도 선명하게 살아나고 표면도 아주 매끄럽고..."]

나무 빛깔과 문양을 살려 짜맞춤으로 사방탁자를 만드는 중입니다.

삼방연기짜임, 장구짜임, 연기짜임, 동자짜임 등 전통 짜맞춤 기법이 다 들어가는데요. 속에선 서로를 꽉 물고 있는 반면 겉은 한 몸처럼 빈틈없는 이음새를 자랑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안이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동자라고도 하고 제비초리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촉을 원 기둥에서 촉을 올린 겁니다."]

조립 후 다시 분리해 민어풀을 섞은 전통접착제로 고정하면 천년에도 꿈쩍 않는 가구가 되는데요.

못 대신 짜맞춤을 고집하는 건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만든 연장에 물려받은 연장까지 소목에 최적화된 연장들이 그의 고집과 진주 소목의 역사를 대변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끌을 많이 치면 얼마나 많이 쳤기에 지금 나무망치가 다 패였습니다. 우리 삼촌이 쓰던 거하고 우리 선생님이 쓰던 건데 '오' 글자 쓰여 있는 건 오행구 우리 선생님 공구이고 (이 톱은) 칠팔십 년 됐다고 봐야 될 거예요."]

나무가 가구로 변하는 게 신기해 열일곱 살에 소목에 뛰어든 조 소목장은 경남 최고장인에 이어 2016년 경남무형문화재 29호 소목장 기능보유자가 됐습니다.

실용성과 조형미를 겸비한 진주반닫이, 머릿장과 버선장, 3층장, 책장, 좌경 등 전통소목을 재현하며 44년을 보냈는데요.

우리 멋을 이을 전승 작업도 열심입니다.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연구 중인 현영 씨는 전통기법 낙동법으로 소반 트레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현영/소목장 이수자 : "천 몇 년 동안 내려오던 기법들이 엄청 좋은 기법들이 많은데 그 기법들을 활용해서 가구 그리고 오브제를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새알무늬와 용목이 아름다운 천년 느티나무 앞에서 소목장은 다음 세대를 생각합니다.

[조복래/소목장 : "장골 한 여섯 명이 안아야 될 둘레가 됐던 나무인데 후대들이 이걸 많이 공부도 하고 배울 수 있는 이런 작품을 우리나라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최고의 재료, 최상의 기술로 천년을 이을 작품.

소목장이 짜맞춤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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