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농촌 쓰레기 불법 소각…“쓰레기장 마을당 한 곳뿐”

입력 2023.03.07 (20:34) 수정 2023.03.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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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촌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매년 반복되고 문제인데요.

멀쩡한 쓰레기장을 두고 왜 주민들은 위험한 불법 소각을 고집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현장K, 윤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두워진 산 능선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이어집니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쳐 진화에 18시간이 걸린 경북 예천 산불 입니다.

이 불로 민가 등 5곳이 피해를 입고 축구장 52개 크기, 산림 37만 ㎡가 불탔습니다.

희뿌연 연기가 산 중턱에서 솟구칩니다.

2만 ㎡의 산림이 탄 청주시 문의면 산불입니다.

두 산불 모두 쓰레기를 태우다 불씨가 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산불 목격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 태우고 밥 먹으러 갔다가 불이 붙은 거예요. 산 밑에 불나면 못 꺼요. 집 다 타요."]

취재진이 산불이 난 마을을 다시 찾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집집마다 쓰레기를 소각한 흔적이 발견됩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산림당국은 지난해 11월, 산림보호법을 개정해 산림으로부터 100m 내 토지에서 불을 피우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고령인 마을 주민들은 무거운 영농 쓰레기를 들고 쓰레기장까지 갈 수 없었다고 토로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다리를 아프니까 가다가 두서너 번씩 쉬면 한서너 시간 되려나, 다리가 아파서 맘대로 못 가니까…."]

이곳은 산불이 난 마을의 하나뿐인 폐비닐 배출 장소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지자체가 수거해 가는데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수백 미터를 걸어와야 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입니다.

희뿌연 연기가 솟아오르는 인근의 또 다른 마을.

대낮부터 철망, 나무 자재 등 각종 영농 쓰레기 소각이 한창입니다.

마을 한편에 마련된 영농 폐비닐 집하장에 버릴 수 없는 품목들입니다.

종량제 봉투도 수십 장 구매했지만, 수백kg의 영농 쓰레기를 전부 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을주민/음성변조 : "(한 봉투당) 4천5백 원 정도 갈 걸요? 많이 냈어요. (봉툿값으로) 몇십만 원 냈어요. 마지막 찌꺼기, 낙엽 좀 긁어서 태우느라…."]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 경각심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영농 폐기물 집하장이 9천 곳으로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집하 장소가 여전히 부족하고, 폐비닐, 폐농약 용기에만 한정된 배출 품목 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정숙정/한국농촌사회학회 운영이사 : "밭을 정리하거나 하는데도 고령의 농민들이 스스로 하시기가 힘들어서 외국인들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출하는 장소가 멀고, 정기적으로 차량이 들어가지 않고…."]

올해 발생한 산불 190여 건 가운데 쓰레기 소각이 전체 산불 원인의 1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걷느니 태운다'는 인식 개선과 더불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농촌 맞춤형 쓰레기 수거 대책이 요구됩니다.

KBS 뉴스 윤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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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농촌 쓰레기 불법 소각…“쓰레기장 마을당 한 곳뿐”
    • 입력 2023-03-07 20:34:00
    • 수정2023-03-10 15:56:13
    뉴스7(청주)
[앵커]

최근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촌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매년 반복되고 문제인데요.

멀쩡한 쓰레기장을 두고 왜 주민들은 위험한 불법 소각을 고집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현장K, 윤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두워진 산 능선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이어집니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쳐 진화에 18시간이 걸린 경북 예천 산불 입니다.

이 불로 민가 등 5곳이 피해를 입고 축구장 52개 크기, 산림 37만 ㎡가 불탔습니다.

희뿌연 연기가 산 중턱에서 솟구칩니다.

2만 ㎡의 산림이 탄 청주시 문의면 산불입니다.

두 산불 모두 쓰레기를 태우다 불씨가 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산불 목격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 태우고 밥 먹으러 갔다가 불이 붙은 거예요. 산 밑에 불나면 못 꺼요. 집 다 타요."]

취재진이 산불이 난 마을을 다시 찾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집집마다 쓰레기를 소각한 흔적이 발견됩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산림당국은 지난해 11월, 산림보호법을 개정해 산림으로부터 100m 내 토지에서 불을 피우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고령인 마을 주민들은 무거운 영농 쓰레기를 들고 쓰레기장까지 갈 수 없었다고 토로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다리를 아프니까 가다가 두서너 번씩 쉬면 한서너 시간 되려나, 다리가 아파서 맘대로 못 가니까…."]

이곳은 산불이 난 마을의 하나뿐인 폐비닐 배출 장소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지자체가 수거해 가는데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수백 미터를 걸어와야 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입니다.

희뿌연 연기가 솟아오르는 인근의 또 다른 마을.

대낮부터 철망, 나무 자재 등 각종 영농 쓰레기 소각이 한창입니다.

마을 한편에 마련된 영농 폐비닐 집하장에 버릴 수 없는 품목들입니다.

종량제 봉투도 수십 장 구매했지만, 수백kg의 영농 쓰레기를 전부 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을주민/음성변조 : "(한 봉투당) 4천5백 원 정도 갈 걸요? 많이 냈어요. (봉툿값으로) 몇십만 원 냈어요. 마지막 찌꺼기, 낙엽 좀 긁어서 태우느라…."]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 경각심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영농 폐기물 집하장이 9천 곳으로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집하 장소가 여전히 부족하고, 폐비닐, 폐농약 용기에만 한정된 배출 품목 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정숙정/한국농촌사회학회 운영이사 : "밭을 정리하거나 하는데도 고령의 농민들이 스스로 하시기가 힘들어서 외국인들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출하는 장소가 멀고, 정기적으로 차량이 들어가지 않고…."]

올해 발생한 산불 190여 건 가운데 쓰레기 소각이 전체 산불 원인의 1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걷느니 태운다'는 인식 개선과 더불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농촌 맞춤형 쓰레기 수거 대책이 요구됩니다.

KBS 뉴스 윤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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