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 겨우 회복되나 싶었는데”…오염수 방류 ‘초읽기’ 후쿠시마 가 보니

입력 2023.03.10 (21:36) 수정 2023.06.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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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내일(11일)이면 12년이 됩니다.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 지역도 예전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본 정부가 조만간 강행할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현지 주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박원기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수십 분 뒤 초대형 지진해일이 해안을 덮칩니다.

원전 폭발 사고는 재앙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사고가 난 원전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항구.

고깃배가 들어오고 생선을 내리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정상 조업이 재개된지 이제 2년, 하지만 걱정이 여전합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어획량은 원전 사고 전인 2010년의 약 5분의 1에 불과했고 후쿠시마산 표시가 있는 수산물은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 어업인 : "(후쿠시마산은) 아직 값이 싸요. (그나마 타 지역의) 60~70% 수준으로 오른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원전 오염수 방류입니다.

[엔도 켄이치/후쿠시마현 어부 : "방사성물질이야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또 조업은 중단될 거고, 그러면 이제 장사는 안되는 거죠."]

인근의 수산관광시장.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방류 뒤엔 어떻게 될지 상인들은 애가 탑니다.

[모우에 타쿠미/수산물 판매상 : "겨우 손님들이 돌아오고 있는데 역시 이번에 오염수를 흘려보내는 문제가 생겨서 다시 손님이 줄어들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역 어업단체 대표는 방류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결국 정부 뜻대로 될 거라며 복잡한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곤노 토모미쓰/후쿠시마현 북부(소마 후타바) 어업협동조합 대표 : "(방류는) 기본적으로 반대입니다. 다만, 지역의 고뇌라거나 갈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반발에도 아랑곳 없이 오염수 방류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고 원전엔 해저터널을 비롯한 방류 시설 공사가 올 봄까지 완료될 예정이고, '정화 처리된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문제 없다'는 홍보만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3일 : "올봄부터 여름 중에 (오염수 방류를) 예정한 것엔 변경이 없습니다.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일본 정부가 막판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오염수가 태평양에 쏟아지는 날까지, 이제 달력은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웅/그래픽:채상우/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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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이제 겨우 회복되나 싶었는데”…오염수 방류 ‘초읽기’ 후쿠시마 가 보니
    • 입력 2023-03-10 21:36:10
    • 수정2023-06-12 14:09:04
    뉴스 9
[앵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내일(11일)이면 12년이 됩니다.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 지역도 예전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본 정부가 조만간 강행할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현지 주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박원기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수십 분 뒤 초대형 지진해일이 해안을 덮칩니다.

원전 폭발 사고는 재앙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사고가 난 원전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항구.

고깃배가 들어오고 생선을 내리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정상 조업이 재개된지 이제 2년, 하지만 걱정이 여전합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어획량은 원전 사고 전인 2010년의 약 5분의 1에 불과했고 후쿠시마산 표시가 있는 수산물은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 어업인 : "(후쿠시마산은) 아직 값이 싸요. (그나마 타 지역의) 60~70% 수준으로 오른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원전 오염수 방류입니다.

[엔도 켄이치/후쿠시마현 어부 : "방사성물질이야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또 조업은 중단될 거고, 그러면 이제 장사는 안되는 거죠."]

인근의 수산관광시장.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방류 뒤엔 어떻게 될지 상인들은 애가 탑니다.

[모우에 타쿠미/수산물 판매상 : "겨우 손님들이 돌아오고 있는데 역시 이번에 오염수를 흘려보내는 문제가 생겨서 다시 손님이 줄어들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역 어업단체 대표는 방류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결국 정부 뜻대로 될 거라며 복잡한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곤노 토모미쓰/후쿠시마현 북부(소마 후타바) 어업협동조합 대표 : "(방류는) 기본적으로 반대입니다. 다만, 지역의 고뇌라거나 갈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반발에도 아랑곳 없이 오염수 방류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고 원전엔 해저터널을 비롯한 방류 시설 공사가 올 봄까지 완료될 예정이고, '정화 처리된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문제 없다'는 홍보만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3일 : "올봄부터 여름 중에 (오염수 방류를) 예정한 것엔 변경이 없습니다.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일본 정부가 막판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오염수가 태평양에 쏟아지는 날까지, 이제 달력은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웅/그래픽:채상우/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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