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강제동원 어떻게 극복했나” 대통령에 물은 일 언론

입력 2023.03.15 (18:28) 수정 2023.04.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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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일본 외무성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반발은 일본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오랜 기간 피해자들을 도와 온 지원단체 회원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일본에서 피해자들의 창구 역할을 하며, 피고 기업들을 설득하거나 압박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뒤로도 사죄와 배상 촉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의 사무국장 야노 히데키 씨는 한일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4일, 일본 외무성 직원과 어렵게 면담을 가졌습니다.

야노 히데키야노 히데키

비공개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야노 씨를 만났습니다. 외무성의 반응과 답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섭니다.

그들이 외무성에 전한 요청서엔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말로 직접 사죄를 하라', '피고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나서라'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강제동원 피해 배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것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야노 씨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기업이 스스로 사죄와 배상에 나설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정치 결착으로 인해 일한(한일) 정부의 관계는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들(피해자들)의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결국 해결되지 않은 채로 상대가 재단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한 구상권을 행사하진 않겠죠.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다음 이사장, 다음 대통령일 땐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구상권이 남아 있는 겁니다. 소멸되지 않습니다. 결국 기업은 어깨에 짊어진 채무, 역사적인 채무는 전혀 없어지지 않은 상태로 활동해야만 하는 겁니다. 기업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자주적으로 사죄, 배상할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한 겁니다.

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그에 대한 외무성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피해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은 (한국이)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하길래, "아니, 행사하지 않더라도 남아있는 것 아니냐" 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로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일한관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외무성 직원의 말 그대로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내용이 "이번에 일한 정부간에 확인이 된 거다. 잘된 일이다" 라면서요.


2018년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확정된 해입니다.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외무성의 답변은 일본이 피해 배상에서 자유로워지면 된다는 뜻이고, 이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나와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배상 문제도 다 끝난 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개별 도항, 모집, 관알선, 징용 등)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한(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난 일이다(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의 해법은) 한국 측 재단이 판결권을 빨리 실행하는 것으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무상이 굳이 '강제동원 부정' 발언을 꺼낸 건 우익성향 의원들의 질문을 통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회에서의 발언이 모두 공개된다는 걸 모를 리 없었지만 외무상은 머뭇거림 없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숨김 없이 밝혔습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 기반이기도 한 보수 우익 세력의 심경을 거스르는 것보단 한국을 자극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미키 게에 (일본 유신회 의원) :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확인만 한 것일 뿐, 새로운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봐도 좋습니까? 확인을 위해 다시 한번 묻습니다.

하야시 외무상 : 지금 의원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한일정상회담 2차 만찬 장소로 정해진 긴자의 노포한일정상회담 2차 만찬 장소로 정해진 긴자의 노포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지만 한일정상회담은 결정됐고, 두 정상이 도쿄 긴자의 노포 오므라이스집에서 '2차 만찬'을 한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요미우리신문윤석열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요미우리신문

요미우리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례적으로 아홉 면을 활용해 모두 16건의 기사를 썼습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집권 자민당의 입장을 가장 먼저 취재하고 보도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을 결단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냐"라고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법률가로서 활동했던 시기부터 제3자 변제라는 해결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피고 기업들은 이 3자 변제 방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에는 '기부(배상)'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강제동원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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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5 18:28:00
    • 수정2023-04-10 15:42:53
    특파원 리포트
일본 외무성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반발은 일본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오랜 기간 피해자들을 도와 온 지원단체 회원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일본에서 피해자들의 창구 역할을 하며, 피고 기업들을 설득하거나 압박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뒤로도 사죄와 배상 촉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의 사무국장 야노 히데키 씨는 한일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4일, 일본 외무성 직원과 어렵게 면담을 가졌습니다.

야노 히데키
비공개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야노 씨를 만났습니다. 외무성의 반응과 답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섭니다.

그들이 외무성에 전한 요청서엔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말로 직접 사죄를 하라', '피고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나서라'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강제동원 피해 배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것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야노 씨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기업이 스스로 사죄와 배상에 나설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정치 결착으로 인해 일한(한일) 정부의 관계는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들(피해자들)의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결국 해결되지 않은 채로 상대가 재단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한 구상권을 행사하진 않겠죠.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다음 이사장, 다음 대통령일 땐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구상권이 남아 있는 겁니다. 소멸되지 않습니다. 결국 기업은 어깨에 짊어진 채무, 역사적인 채무는 전혀 없어지지 않은 상태로 활동해야만 하는 겁니다. 기업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자주적으로 사죄, 배상할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한 겁니다.

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그에 대한 외무성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피해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은 (한국이)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하길래, "아니, 행사하지 않더라도 남아있는 것 아니냐" 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로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일한관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외무성 직원의 말 그대로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내용이 "이번에 일한 정부간에 확인이 된 거다. 잘된 일이다" 라면서요.


2018년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확정된 해입니다.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외무성의 답변은 일본이 피해 배상에서 자유로워지면 된다는 뜻이고, 이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나와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배상 문제도 다 끝난 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개별 도항, 모집, 관알선, 징용 등)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한(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난 일이다(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의 해법은) 한국 측 재단이 판결권을 빨리 실행하는 것으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무상이 굳이 '강제동원 부정' 발언을 꺼낸 건 우익성향 의원들의 질문을 통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회에서의 발언이 모두 공개된다는 걸 모를 리 없었지만 외무상은 머뭇거림 없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숨김 없이 밝혔습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 기반이기도 한 보수 우익 세력의 심경을 거스르는 것보단 한국을 자극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미키 게에 (일본 유신회 의원) :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확인만 한 것일 뿐, 새로운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봐도 좋습니까? 확인을 위해 다시 한번 묻습니다.

하야시 외무상 : 지금 의원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한일정상회담 2차 만찬 장소로 정해진 긴자의 노포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지만 한일정상회담은 결정됐고, 두 정상이 도쿄 긴자의 노포 오므라이스집에서 '2차 만찬'을 한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요미우리신문
요미우리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례적으로 아홉 면을 활용해 모두 16건의 기사를 썼습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집권 자민당의 입장을 가장 먼저 취재하고 보도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을 결단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냐"라고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법률가로서 활동했던 시기부터 제3자 변제라는 해결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피고 기업들은 이 3자 변제 방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에는 '기부(배상)'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강제동원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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