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 설비’ 의무화 20년…말만 ‘절수’

입력 2023.03.23 (19:19) 수정 2023.03.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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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20년 전부터 수돗물을 아낄 수 있는 '절수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대상 건물도 계속 늘리고, 과태료 기준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절수 설비 대부분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이준석 기자가 절수 설비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달 완공한 학교 화장실입니다.

학교는 수도법 상 절수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이곳 수도꼭지와 소변기, 대변기 모두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대기업 제품입니다.

공중화장실 절수형 수도꼭지는 1분에 나오는 물의 양이 5리터가 넘으면 안 됩니다.

직접 실험했습니다.

["하나, 둘, 셋."]

30초도 안 됐는데 기준치 5리터를 넘겼습니다.

1분 동안 수도꼭지가 쏟아낸 물양은 12.5리터.

기준치의 배를 훌쩍 넘습니다.

[김영길/물 절약 전문등록업체 이사 : "(절수 설비가 설치됐는데도) 물 절감효과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그런 게 지금 방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인증제품을 설치한 학교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영은/연포초등학교 행정실장 : "조금 놀랍기는 하고. 이게 절수(설비)가 항상 부착돼 있으니까 절수가 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조금 그렇습니다."]

2019년 지은 부산시교육청 별관 화장실.

이곳 역시 법적 기준을 2배 웃도는 10.5리터 수돗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공형식/부산시교육청 건축지원과 사무관 : "저희는 일단 저 (절수 설비) 제품을 믿고 있었습니다. 메이저급 기업에서 그렇다 보니까(만들다 보니까) 저희는 그렇게(절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절수 설비 설치 의무화로 대부분 건축물에는 이런 절수형 수도꼭지, 소변기 대변기가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절수형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물 절약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수도법에는 2001년 이후 신축이나 증·개축하는 모든 건축물은 반드시 절수 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절수 설비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지난해부터는 설비에 절수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법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일선 자치단체는 단속은커녕 실태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을 하거든요. 이게 제대로 절수가 되는지 (공무원이) 나가서 일일이 물을 틀어 볼 수는 없으니까…."]

효과 없는 절수 설비 탓에 물은 계속 버려지고 있는데, 부산시는 관련 조례조차 없습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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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수 설비’ 의무화 20년…말만 ‘절수’
    • 입력 2023-03-23 19:19:02
    • 수정2023-03-23 20:29:29
    뉴스7(부산)
[앵커]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20년 전부터 수돗물을 아낄 수 있는 '절수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대상 건물도 계속 늘리고, 과태료 기준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절수 설비 대부분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이준석 기자가 절수 설비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달 완공한 학교 화장실입니다.

학교는 수도법 상 절수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이곳 수도꼭지와 소변기, 대변기 모두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대기업 제품입니다.

공중화장실 절수형 수도꼭지는 1분에 나오는 물의 양이 5리터가 넘으면 안 됩니다.

직접 실험했습니다.

["하나, 둘, 셋."]

30초도 안 됐는데 기준치 5리터를 넘겼습니다.

1분 동안 수도꼭지가 쏟아낸 물양은 12.5리터.

기준치의 배를 훌쩍 넘습니다.

[김영길/물 절약 전문등록업체 이사 : "(절수 설비가 설치됐는데도) 물 절감효과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그런 게 지금 방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인증제품을 설치한 학교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영은/연포초등학교 행정실장 : "조금 놀랍기는 하고. 이게 절수(설비)가 항상 부착돼 있으니까 절수가 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조금 그렇습니다."]

2019년 지은 부산시교육청 별관 화장실.

이곳 역시 법적 기준을 2배 웃도는 10.5리터 수돗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공형식/부산시교육청 건축지원과 사무관 : "저희는 일단 저 (절수 설비) 제품을 믿고 있었습니다. 메이저급 기업에서 그렇다 보니까(만들다 보니까) 저희는 그렇게(절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절수 설비 설치 의무화로 대부분 건축물에는 이런 절수형 수도꼭지, 소변기 대변기가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절수형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물 절약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수도법에는 2001년 이후 신축이나 증·개축하는 모든 건축물은 반드시 절수 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절수 설비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지난해부터는 설비에 절수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법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일선 자치단체는 단속은커녕 실태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을 하거든요. 이게 제대로 절수가 되는지 (공무원이) 나가서 일일이 물을 틀어 볼 수는 없으니까…."]

효과 없는 절수 설비 탓에 물은 계속 버려지고 있는데, 부산시는 관련 조례조차 없습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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