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MF 외환위기 소환한 미국 은행 파산…“그때나 지금이나”

입력 2023.03.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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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쇄 파산 시작점은 '규제완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핵심은 복잡한 금융상품도 아닌 장단기 자산의 미스매칭입니다. 은행은 통상 단기로 예금상품을 받아서 장기로 대출합니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말이죠. 그 금리 차를 수익으로 챙기는 겁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은 쏟아져 들어오는 예금량을 대출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곳을 주 은행으로 하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 풀린 돈이 벤처기업에 투자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덩달아 예금액이 급증했습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은 2021년 말 189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가 2022년 말 1730억달러로 줄었습니다. 2년 동안 2배 급증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금을 덜 받던지 위험을 헤지해야 하는데 SVB는 대신에 예금은 계속 받으면서 대출로 나가지 못한 부분을 미 국채나 MBS(주택저당증권) 같은 장기성 증권에 대량으로 투자했습니다. SVB는 2022년 말 기준 모두 1200억 달러의 증권을 보유했습니다. 이 중에 910억달러가 만기보유증권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필요할 때 투자금을 빼낼 수 없는 유동성 없는 자금인 거죠.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렇게 운용을 해도 탈이 없습니다. 그런데 물가 상승과 함께 기준금리가 급격한 속도로 올라가게 됐죠.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채권금리도 올라가니까 당연히 채권 가격은 떨어졌습니다(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때마침 고객들이 예금을 찾아갑니다. SVB는 현금이 모자랐습니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갖고 있던 채권을 팔아서 인출 금액을 충당합니다. 18억 달러, 한국 돈 2.3조 원 손해를 보고 채권을 팔았고 증자에도 실패하면서 뱅크런까지 불렀습니다. 고객들이 이 은행 못 믿겠다는 거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상 미국은행은 자산의 20% 수준만 증권에 투자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SVB)은 3배 가까운 자산 기준 55%를 장기증권에 투자하다가 단기 예금과 장기 투자의 만기 차이로 자금회전이 삐걱거리게 됐던 겁니다. 탐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이러면서도 위험에 대비해 헤지(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물 투자와 반대 방향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체 채권 중 헤지를 통해 보호받는 금액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왜 욕심을 냈을까요? 실제로 은행은 이런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종사자들도 여러 금융업체들이 이익이 이렇게 눈앞에 보이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합니다.(부동산 PF 대출이 대표 사례죠) 이게 문제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수익을 올리고 좋지만, 위기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금융의 습성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필요한 겁니다. 위험에 대비하도록 규제를 하는 거죠. 하지만 미 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인 2018년에 이 규제를 거꾸로 풀어줬습니다.

위기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야 하는 의무를 당초 자산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완화했던 겁니다. 자산 규모 2120억 달러인 실리콘밸리은행은 딱 이 규제에서 벗어난 사례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유동성 자금 확보 기준인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도 면제 대상이었습니다.

■ 1997년 IMF 외환위기 전 "그때도 이랬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소환했습니다. IMF 외환위기의 원인을 따질 때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집단의 도덕적 해이와 외환보유고 부족, 관치 금융만 얘기하지만 그 근간에는 규제완화가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오게끔 한 급격한 규제완화로 인한 자본자유화가 있다는 것이죠.

1990년대 초부터 OECD 가입을 위해 규제를 대폭 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단기 외화 대출의 용도규제를 완화해주고,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 차입을 대폭 자유화해줬습니다.


단기외채 비중이 1985년 22.9%에서 1990년 45.2%, 1996년 58.2%로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별다른 외화 건전성 규제나 금융감독제도도 마련하지 않고 해외단기자금을 얼마든지 빌려올 수 있도록 해 준 겁니다. 이때 규제를 풀더라도 천천히 풀고 위기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뒀더라면 IMF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외화 자금을 단기로 끌어들여 와서 금융투자·대출, 리스 사업, 설비투자 등 장기로 운영했습니다. 만기구조에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1997년 종금사 연쇄 업무정지 당시 각 종금사엔 고객들이 몰려 서민 돈을 내놓으라며 울분을 토했다1997년 종금사 연쇄 업무정지 당시 각 종금사엔 고객들이 몰려 서민 돈을 내놓으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중에 선봉에 선 금융기관이 바로 '종금사'였습니다. 종금사(종합금융회사)란 외화 조달부터 여수신까지 금융 업무를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종의 금융백화점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직전 30개나 되는 종금사들은 단기로 외화를 빌려와서 장기대출하거나 유동성이 낮은 고위험,고수익의 개발도상국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비슷한 점이 보이죠. 이 중에는 태국 등 신흥시장의 정크본드 투자도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종금사가 해외에서 빌려온 돈의 72%가 단기차입금이었고, 장기차입금은 28%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빌려온 돈의 90%는 장기대출과 장기 채권투자로 나갔습니다. 역시나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가 심각하게 불일치했습니다. 당시엔 물 들어올 때 노 젓느라고 좋았죠. 하지만 투자했던 동남아 개발도상국 채권들이 부도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동남아발 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해외금융사들은 단기차입금에 대한 롤오버(만기기간연장)를 중단하고 부채를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일본 비중이 높았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 정부가 일본 은행들에 대해 대출을 회수하지 않도록 한때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대출금 회수를 본격화했습니다. 미국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종금사는 가지고 있는 돈이 없으니 이리저리 돌려막다가 연쇄적으로 업무정지와 인가취소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연쇄도산 한 7개 대기업에 빌려준 종금사 대출금만 6조 원에 달했습니다. 종금사 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져서 달러가 부족해지고 결국엔 외환보유고를 바닥나게 한 것입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날갯짓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외환위기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물론 이 이유 하나만으로 IMF 외환위기가 온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그랬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미국발 은행 연쇄 파산 우려에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에 미칠 부분은 외환·주식·채권시장 등 여러 분야인데, 이 가운데 국내에서 이미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발 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그동안 KBS에서도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 기시감…레고랜드 발 부동산PF 후폭풍>을 비롯해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지난 13일 KBS 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계기로 보면 위기는 금리가 올라갈 때 발생하지 않고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금리 인상이 끝나거나 금리를 내릴 때 생긴다"면서 "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PF는 시간이 가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날릴 만한(파산할 만한) 곳은 날려 버려야 한다. 전쟁이 났는데 아무런 피해자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부 또한 이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금융권 유동성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조치한 규제완화에 구멍은 없는지 전반적인 조사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IMF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금융위기 때도 그렇고 규제완화는 탐욕이 비집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곤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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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IMF 외환위기 소환한 미국 은행 파산…“그때나 지금이나”
    • 입력 2023-03-25 07:00:39
    취재K

■ 미국 연쇄 파산 시작점은 '규제완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핵심은 복잡한 금융상품도 아닌 장단기 자산의 미스매칭입니다. 은행은 통상 단기로 예금상품을 받아서 장기로 대출합니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말이죠. 그 금리 차를 수익으로 챙기는 겁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은 쏟아져 들어오는 예금량을 대출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곳을 주 은행으로 하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 풀린 돈이 벤처기업에 투자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덩달아 예금액이 급증했습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은 2021년 말 189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가 2022년 말 1730억달러로 줄었습니다. 2년 동안 2배 급증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금을 덜 받던지 위험을 헤지해야 하는데 SVB는 대신에 예금은 계속 받으면서 대출로 나가지 못한 부분을 미 국채나 MBS(주택저당증권) 같은 장기성 증권에 대량으로 투자했습니다. SVB는 2022년 말 기준 모두 1200억 달러의 증권을 보유했습니다. 이 중에 910억달러가 만기보유증권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필요할 때 투자금을 빼낼 수 없는 유동성 없는 자금인 거죠.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렇게 운용을 해도 탈이 없습니다. 그런데 물가 상승과 함께 기준금리가 급격한 속도로 올라가게 됐죠.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채권금리도 올라가니까 당연히 채권 가격은 떨어졌습니다(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때마침 고객들이 예금을 찾아갑니다. SVB는 현금이 모자랐습니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갖고 있던 채권을 팔아서 인출 금액을 충당합니다. 18억 달러, 한국 돈 2.3조 원 손해를 보고 채권을 팔았고 증자에도 실패하면서 뱅크런까지 불렀습니다. 고객들이 이 은행 못 믿겠다는 거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상 미국은행은 자산의 20% 수준만 증권에 투자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SVB)은 3배 가까운 자산 기준 55%를 장기증권에 투자하다가 단기 예금과 장기 투자의 만기 차이로 자금회전이 삐걱거리게 됐던 겁니다. 탐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이러면서도 위험에 대비해 헤지(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물 투자와 반대 방향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체 채권 중 헤지를 통해 보호받는 금액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왜 욕심을 냈을까요? 실제로 은행은 이런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종사자들도 여러 금융업체들이 이익이 이렇게 눈앞에 보이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합니다.(부동산 PF 대출이 대표 사례죠) 이게 문제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수익을 올리고 좋지만, 위기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금융의 습성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필요한 겁니다. 위험에 대비하도록 규제를 하는 거죠. 하지만 미 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인 2018년에 이 규제를 거꾸로 풀어줬습니다.

위기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야 하는 의무를 당초 자산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완화했던 겁니다. 자산 규모 2120억 달러인 실리콘밸리은행은 딱 이 규제에서 벗어난 사례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유동성 자금 확보 기준인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도 면제 대상이었습니다.

■ 1997년 IMF 외환위기 전 "그때도 이랬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소환했습니다. IMF 외환위기의 원인을 따질 때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집단의 도덕적 해이와 외환보유고 부족, 관치 금융만 얘기하지만 그 근간에는 규제완화가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오게끔 한 급격한 규제완화로 인한 자본자유화가 있다는 것이죠.

1990년대 초부터 OECD 가입을 위해 규제를 대폭 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단기 외화 대출의 용도규제를 완화해주고,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 차입을 대폭 자유화해줬습니다.


단기외채 비중이 1985년 22.9%에서 1990년 45.2%, 1996년 58.2%로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별다른 외화 건전성 규제나 금융감독제도도 마련하지 않고 해외단기자금을 얼마든지 빌려올 수 있도록 해 준 겁니다. 이때 규제를 풀더라도 천천히 풀고 위기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뒀더라면 IMF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외화 자금을 단기로 끌어들여 와서 금융투자·대출, 리스 사업, 설비투자 등 장기로 운영했습니다. 만기구조에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1997년 종금사 연쇄 업무정지 당시 각 종금사엔 고객들이 몰려 서민 돈을 내놓으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중에 선봉에 선 금융기관이 바로 '종금사'였습니다. 종금사(종합금융회사)란 외화 조달부터 여수신까지 금융 업무를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종의 금융백화점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직전 30개나 되는 종금사들은 단기로 외화를 빌려와서 장기대출하거나 유동성이 낮은 고위험,고수익의 개발도상국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비슷한 점이 보이죠. 이 중에는 태국 등 신흥시장의 정크본드 투자도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종금사가 해외에서 빌려온 돈의 72%가 단기차입금이었고, 장기차입금은 28%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빌려온 돈의 90%는 장기대출과 장기 채권투자로 나갔습니다. 역시나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가 심각하게 불일치했습니다. 당시엔 물 들어올 때 노 젓느라고 좋았죠. 하지만 투자했던 동남아 개발도상국 채권들이 부도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동남아발 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해외금융사들은 단기차입금에 대한 롤오버(만기기간연장)를 중단하고 부채를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일본 비중이 높았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 정부가 일본 은행들에 대해 대출을 회수하지 않도록 한때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대출금 회수를 본격화했습니다. 미국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종금사는 가지고 있는 돈이 없으니 이리저리 돌려막다가 연쇄적으로 업무정지와 인가취소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연쇄도산 한 7개 대기업에 빌려준 종금사 대출금만 6조 원에 달했습니다. 종금사 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져서 달러가 부족해지고 결국엔 외환보유고를 바닥나게 한 것입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날갯짓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외환위기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물론 이 이유 하나만으로 IMF 외환위기가 온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그랬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미국발 은행 연쇄 파산 우려에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에 미칠 부분은 외환·주식·채권시장 등 여러 분야인데, 이 가운데 국내에서 이미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발 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그동안 KBS에서도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 기시감…레고랜드 발 부동산PF 후폭풍>을 비롯해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지난 13일 KBS 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계기로 보면 위기는 금리가 올라갈 때 발생하지 않고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금리 인상이 끝나거나 금리를 내릴 때 생긴다"면서 "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PF는 시간이 가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날릴 만한(파산할 만한) 곳은 날려 버려야 한다. 전쟁이 났는데 아무런 피해자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부 또한 이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금융권 유동성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조치한 규제완화에 구멍은 없는지 전반적인 조사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IMF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금융위기 때도 그렇고 규제완화는 탐욕이 비집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곤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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