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휠체어·안내견 출입 거부”…‘영업방해’ 신고까지

입력 2023.04.04 (12:47) 수정 2023.04.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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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휠체어 탄 장애인· 시각장애인 안내견같이 장애인이 음식점에 가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점원과 손님들의 통행에 불편하다.', '개는 위험하다.'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는데.

한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항의했다가 영업방해로 신고까지 당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따뜻한 날씨에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나들이 떠나기 좋은 날씨죠.

색다른 구경에 맛있는 음식도 함께라면 더 즐거운데요.

그런데, 한 중증 장애인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음식점에 갔다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음식점.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을 직원들이 가로막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일행과 승강이가 벌어진 겁니다.

[음성변조 : "(일단 저희 구조가) 이거보다 더한 데서도 먹어요. (일단 저희 입장도 이해해주세요.)"]

시비는 거친 말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음성변조 : "(나가라고 지금! 지금 장사하는데!) 아저씨, 영업방해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이에요."]

["사과를 안 하고 왜 화부터 내느냐고? 아저씨야. (왜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해요?)"]

영상을 찍은 건 중증 장애인 양지원 씨입니다.

[양지원 : "가족이랑 같이 샤부샤부를 주말에 먹기 위해서 갔었던 것뿐인데, 내가 이 가게 들어가야 되는 거를 설명해야 된다는 게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식당 측은 '앉을 자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입구 앞에 4인 석이 비어 있었지만, 여기에 전동휠체어가 자리 잡으면, 음식을 담은 끌차가 지나가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양 씨와 일행이 따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습니다.

30여 분의 말다툼 끝에 식당 측은 양 씨 일행을 '영업방해'로 신고했고, 양 씨는 식당 측의 차별 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조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부한다면 사실상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용할 식당이 없는 거죠."]

양 씨는 식당 측이 해결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끌차가 전동휠체어를 피해 우회하거나 직원들이 쟁반을 들고 운반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양지원 : "'전동 휠체어는 안 돼요'라고 얘기를 하시고 나서 아예 안을 둘러볼 수도 없었어요."]

이에 대해 식당 측은 대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 "'(일행이) 따로 앉으셔야 되는데, 식사가 가능하실까요' 라고 여쭤봤어요. 거절로 받아들이신 거예요."]

KBS 시각장애인 앵커 허우령 씨도 지난해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안내견 출입 거부를 당한 사연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는데요.

[직원 : "죄송한데, 공간이 좁고 지금 알러지 있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어 가지고…."]

[허우령 : "알러지 있는 분들이 계신 건가요?"]

[직원 : "그건 저도 잘…. 부점장님이 좀 힘들 것 같다고 하셔가지고 저희가…."]

알레르기가 있는 고객이 없는 걸 확인했지만, 또 다른 이유들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직원 : "공간이 좁아가지고, 협소해가지고…. 개가 좀 크잖아요."]

[부점장 : "그니까 여기다가 강아지를 두고…. 지금 안내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점장 : "식사하시는 분께 이게 저희도 위험할 수도 있고, 그 개도 위험할 수가 있어서…."]

직원, 부점장, 그리고 점장을 거쳐 한참을 설득한 끝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허우령 : "저도 이렇게 앞에서 거부당하고 들어가면 정말 입맛이 '뚝' 떨어지거든요."]

음식점에 갈 때마다 제지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할 때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휠체어와 안내견은 장애인들에게 신체 일부이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보장구입니다.

'휠체어 접근 허용' '안내견 출입 환영'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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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4-04 13: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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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휠체어 탄 장애인· 시각장애인 안내견같이 장애인이 음식점에 가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점원과 손님들의 통행에 불편하다.', '개는 위험하다.'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는데.

한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항의했다가 영업방해로 신고까지 당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따뜻한 날씨에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나들이 떠나기 좋은 날씨죠.

색다른 구경에 맛있는 음식도 함께라면 더 즐거운데요.

그런데, 한 중증 장애인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음식점에 갔다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음식점.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을 직원들이 가로막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일행과 승강이가 벌어진 겁니다.

[음성변조 : "(일단 저희 구조가) 이거보다 더한 데서도 먹어요. (일단 저희 입장도 이해해주세요.)"]

시비는 거친 말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음성변조 : "(나가라고 지금! 지금 장사하는데!) 아저씨, 영업방해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이에요."]

["사과를 안 하고 왜 화부터 내느냐고? 아저씨야. (왜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해요?)"]

영상을 찍은 건 중증 장애인 양지원 씨입니다.

[양지원 : "가족이랑 같이 샤부샤부를 주말에 먹기 위해서 갔었던 것뿐인데, 내가 이 가게 들어가야 되는 거를 설명해야 된다는 게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식당 측은 '앉을 자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입구 앞에 4인 석이 비어 있었지만, 여기에 전동휠체어가 자리 잡으면, 음식을 담은 끌차가 지나가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양 씨와 일행이 따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습니다.

30여 분의 말다툼 끝에 식당 측은 양 씨 일행을 '영업방해'로 신고했고, 양 씨는 식당 측의 차별 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조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부한다면 사실상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용할 식당이 없는 거죠."]

양 씨는 식당 측이 해결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끌차가 전동휠체어를 피해 우회하거나 직원들이 쟁반을 들고 운반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양지원 : "'전동 휠체어는 안 돼요'라고 얘기를 하시고 나서 아예 안을 둘러볼 수도 없었어요."]

이에 대해 식당 측은 대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 "'(일행이) 따로 앉으셔야 되는데, 식사가 가능하실까요' 라고 여쭤봤어요. 거절로 받아들이신 거예요."]

KBS 시각장애인 앵커 허우령 씨도 지난해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안내견 출입 거부를 당한 사연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는데요.

[직원 : "죄송한데, 공간이 좁고 지금 알러지 있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어 가지고…."]

[허우령 : "알러지 있는 분들이 계신 건가요?"]

[직원 : "그건 저도 잘…. 부점장님이 좀 힘들 것 같다고 하셔가지고 저희가…."]

알레르기가 있는 고객이 없는 걸 확인했지만, 또 다른 이유들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직원 : "공간이 좁아가지고, 협소해가지고…. 개가 좀 크잖아요."]

[부점장 : "그니까 여기다가 강아지를 두고…. 지금 안내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점장 : "식사하시는 분께 이게 저희도 위험할 수도 있고, 그 개도 위험할 수가 있어서…."]

직원, 부점장, 그리고 점장을 거쳐 한참을 설득한 끝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허우령 : "저도 이렇게 앞에서 거부당하고 들어가면 정말 입맛이 '뚝' 떨어지거든요."]

음식점에 갈 때마다 제지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할 때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휠체어와 안내견은 장애인들에게 신체 일부이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보장구입니다.

'휠체어 접근 허용' '안내견 출입 환영'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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