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주기 추모식날, 안산시장은 독일 출장?
입력 2023.04.04 (13:26)
수정 2023.04.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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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주기를 맞는 세월호 기억식(추모식)에 국무총리와 장관급 관료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경기도 안산시의 시장마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안산시장 "독일 산업박람회 가야 해서"
이민근 안산시장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지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을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갑니다. 이 일정대로라면 4월 16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기억식에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단체와 시의회 등에서는 "의도적인 불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시장과 면담도 했습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거듭 숙고했지만 기억식 행사에 참여하면 일정을 맞추지 못해 부득이 하루 전날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 출장 일정표 (출처 : 안산시)
얼마나 중요한 출장이기에 그럴까. 이민근 시장의 독일 출장 일정표를 구해 확인해 봤습니다.
이 시장은 15일 오전 11시 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고, 다음날인 16일(9주기 추모식 당일)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노버로 이동하는데 오후 일정은 '하노버 인프라 벤치마킹' 뿐입니다.
이날 오후에 잡혀있는 '인프라 벤치마킹'이 뭔지 구체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안산시는 경기도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에 참고하기 위해 하노버의 '헤렌하우저 가든'을 방문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에 있는 유명 정원 입니다.
독일 하노버 헤렌 하우젠 정원 (출처 : 하노버시 홈페이지)
정리하면 주말인 15일과 16일에는 현지 기관이나 기업, 단체와 사전에 조율된 공식 일정이 없는 셈입니다.
월요일인 17일 일정 역시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 '기업체 관련 간담회' 등이어서 안산시장이 꼭 그날 참석해야 한다고 하기엔 어려운 일정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17일 박람회장에서 독일 현지 업체와 독일상공회의소를 대상으로 시장이 직접 투자유치를 설명하는 일정이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출국 일자에 대해서는 "15일이 아니면 독일 항공편을 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4·16 안산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최근 안산시가 9주기 행사를 앞두고 그동안 진행해왔던 기억버스 광고에 대해 일부 시민의 불편한 감정을 이유로 안산시 예산으로 9주기를 홍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서 드러나듯 이 시장의 9주기 기억식 불참은 계획된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추모시설을 '납골당'에 비유한 전력...유가족 마음에는 상처
2018년 5월 12일, 경기 안산시 성포동 ‘세월호 봉안시설’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민근 안산시장 후보
시민단체나 유가족들 '의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시장이 당선 이전부터 보여왔던 행보 때문입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로 활동하던 2018년 5월 안산시 성포동 성포예술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세월호 추모시설을 '납골당'에 비유했습니다. 또 화랑유원지 안에 봉안시설 설치를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당시 이 후보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갈등만 양산하고 있는 화랑유원지에 납골당 시설을 설치하면 추모의 의미는 사라지고 원망과 미움, 분열의 안산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최근 5년간 총리 3번, 부총리 2번 참석
최근 5년 동안 열렸던 세월호 기억식(추모식)에는 총리가 3차례, 부총리가 2차례 참석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 9주기 추모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관련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는 직무 정지된 장관 대신 한창섭 차관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차관 외에 이번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확정한 장관급 이상 관료는 아직 없습니다.
9주기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은,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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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9주기 추모식날, 안산시장은 독일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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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04 13:26:07
- 수정2023-04-11 17:28:45
올해 9주기를 맞는 세월호 기억식(추모식)에 국무총리와 장관급 관료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경기도 안산시의 시장마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안산시장 "독일 산업박람회 가야 해서"
이민근 안산시장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지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을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갑니다. 이 일정대로라면 4월 16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기억식에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단체와 시의회 등에서는 "의도적인 불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시장과 면담도 했습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거듭 숙고했지만 기억식 행사에 참여하면 일정을 맞추지 못해 부득이 하루 전날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출장이기에 그럴까. 이민근 시장의 독일 출장 일정표를 구해 확인해 봤습니다.
이 시장은 15일 오전 11시 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고, 다음날인 16일(9주기 추모식 당일)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노버로 이동하는데 오후 일정은 '하노버 인프라 벤치마킹' 뿐입니다.
이날 오후에 잡혀있는 '인프라 벤치마킹'이 뭔지 구체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안산시는 경기도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에 참고하기 위해 하노버의 '헤렌하우저 가든'을 방문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에 있는 유명 정원 입니다.
정리하면 주말인 15일과 16일에는 현지 기관이나 기업, 단체와 사전에 조율된 공식 일정이 없는 셈입니다.
월요일인 17일 일정 역시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 '기업체 관련 간담회' 등이어서 안산시장이 꼭 그날 참석해야 한다고 하기엔 어려운 일정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17일 박람회장에서 독일 현지 업체와 독일상공회의소를 대상으로 시장이 직접 투자유치를 설명하는 일정이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출국 일자에 대해서는 "15일이 아니면 독일 항공편을 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4·16 안산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최근 안산시가 9주기 행사를 앞두고 그동안 진행해왔던 기억버스 광고에 대해 일부 시민의 불편한 감정을 이유로 안산시 예산으로 9주기를 홍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서 드러나듯 이 시장의 9주기 기억식 불참은 계획된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추모시설을 '납골당'에 비유한 전력...유가족 마음에는 상처
시민단체나 유가족들 '의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시장이 당선 이전부터 보여왔던 행보 때문입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로 활동하던 2018년 5월 안산시 성포동 성포예술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세월호 추모시설을 '납골당'에 비유했습니다. 또 화랑유원지 안에 봉안시설 설치를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당시 이 후보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갈등만 양산하고 있는 화랑유원지에 납골당 시설을 설치하면 추모의 의미는 사라지고 원망과 미움, 분열의 안산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최근 5년간 총리 3번, 부총리 2번 참석
최근 5년 동안 열렸던 세월호 기억식(추모식)에는 총리가 3차례, 부총리가 2차례 참석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 9주기 추모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관련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는 직무 정지된 장관 대신 한창섭 차관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차관 외에 이번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확정한 장관급 이상 관료는 아직 없습니다.
9주기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은,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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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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