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에서 가상화폐 채굴까지?

입력 2023.04.18 (14:00) 수정 2023.04.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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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이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농기계를 보관하거나 농작업 중에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죠. 코로나 19 때는 적은 비용을 들여 별장처럼 누릴 수 있다며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규정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철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임시 건물이어야 하고, 농막 면적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주거 목적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여러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불에 취약합니다.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철에는 농막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데요. 최근만 해도 지난 9일 충북 보은의 한 농막에서 불이 나 60대 농부가 숨졌습니다.

농막 화재는 최근 3년간 270건이나 되는데 27명이 다치거나 숨졌습니다. 특히 농막 화재의 사상자 비율은 10%나 돼 일반 화재의 사상자 비율보다 2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는 수시로 불법 농막을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불법 증축·전용' 농막, 전체의 9%

감사원이 지난해 4월과 10월, 모두 45일에 걸쳐 농막이 많은 20개 지자체를 감사했습니다.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전용해 쓰는 농막은 1만 7,149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에 있는 농막이 18만 개가량 되니까 약 9%가 불법 증축·전용 농막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감사 대상이었던 지자체 20곳은 전체 지자체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전체 지자체로 감사 대상을 넓힌다면, 불법 증축되거나 전용된 농막은 더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감사원은 "이번에 적발된 지자체들이 실태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559개 농막에 대해서만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사항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해 정직 등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도 공무원들이 조치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KBS는 2021년 5월 "김일권 당시 양산시장이 농지법상 허용 면적인 20㎡를 2배 넘는 농막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연관 기사] [단독] 시장 당선되자 자기 땅 앞 제방 도로 지정…맹지 탈출로 땅값만 껑충 (2021.05.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87870

보도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확인도 안 하고, 원상복구를 촉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 "농막에서 '가상화폐 채굴'까지"

불법 증축과 전용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위 그래픽을 보면, 애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농막도 1만 개가 넘었습니다.

제주의 한 농막은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안에선 가상화폐 채굴기 60여 대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또 경기도 양평에서는 농지에 잔디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주거 목적으로 농막을 사용하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은 이처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농막이 1만 1,525개로 추정된다며, 지자체들이 이를 단속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된 제주도 농막   (사진제공: 감사원)‘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된 제주도 농막 (사진제공: 감사원)

■ 520곳에 '위장전입' 확인…조치는 없어

농막은 농지법에 따라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입 신고는 가능한데요. 추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게 확인된다면, 지자체는 주민등록 정정 조치를 직권으로 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자체들이 이런 직권 조치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일부 지자체가 520개 농막에 사람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지자체에 주민등록 정정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국토부에도 3년마다 이뤄지는 '농막 존치 기간 연장신고' 때 실제 사진을 받아, 법률 위반 사항이 없는지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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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막’에서 가상화폐 채굴까지?
    • 입력 2023-04-18 14:00:03
    • 수정2023-04-18 14:53:39
    취재K

'농막'이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농기계를 보관하거나 농작업 중에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죠. 코로나 19 때는 적은 비용을 들여 별장처럼 누릴 수 있다며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규정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철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임시 건물이어야 하고, 농막 면적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주거 목적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여러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불에 취약합니다.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철에는 농막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데요. 최근만 해도 지난 9일 충북 보은의 한 농막에서 불이 나 60대 농부가 숨졌습니다.

농막 화재는 최근 3년간 270건이나 되는데 27명이 다치거나 숨졌습니다. 특히 농막 화재의 사상자 비율은 10%나 돼 일반 화재의 사상자 비율보다 2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는 수시로 불법 농막을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불법 증축·전용' 농막, 전체의 9%

감사원이 지난해 4월과 10월, 모두 45일에 걸쳐 농막이 많은 20개 지자체를 감사했습니다.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전용해 쓰는 농막은 1만 7,149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에 있는 농막이 18만 개가량 되니까 약 9%가 불법 증축·전용 농막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감사 대상이었던 지자체 20곳은 전체 지자체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전체 지자체로 감사 대상을 넓힌다면, 불법 증축되거나 전용된 농막은 더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감사원은 "이번에 적발된 지자체들이 실태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559개 농막에 대해서만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사항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해 정직 등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도 공무원들이 조치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KBS는 2021년 5월 "김일권 당시 양산시장이 농지법상 허용 면적인 20㎡를 2배 넘는 농막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연관 기사] [단독] 시장 당선되자 자기 땅 앞 제방 도로 지정…맹지 탈출로 땅값만 껑충 (2021.05.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87870

보도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확인도 안 하고, 원상복구를 촉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 "농막에서 '가상화폐 채굴'까지"

불법 증축과 전용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위 그래픽을 보면, 애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농막도 1만 개가 넘었습니다.

제주의 한 농막은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안에선 가상화폐 채굴기 60여 대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또 경기도 양평에서는 농지에 잔디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주거 목적으로 농막을 사용하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은 이처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농막이 1만 1,525개로 추정된다며, 지자체들이 이를 단속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된 제주도 농막   (사진제공: 감사원)
■ 520곳에 '위장전입' 확인…조치는 없어

농막은 농지법에 따라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입 신고는 가능한데요. 추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게 확인된다면, 지자체는 주민등록 정정 조치를 직권으로 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자체들이 이런 직권 조치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일부 지자체가 520개 농막에 사람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지자체에 주민등록 정정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국토부에도 3년마다 이뤄지는 '농막 존치 기간 연장신고' 때 실제 사진을 받아, 법률 위반 사항이 없는지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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