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프랑스대사관에 실린 혼…김중업 누구?

입력 2023.04.21 (12:45) 수정 2023.04.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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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말, 도심 속 건축 작품 찾으러 다녀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서울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공사를 마치고 원형을 되찾았는데, 이 대사관을 처음 지었던 김중업 건축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김중업 건축가를 자세히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최근 개관식을 열었죠.

증축과 복구를 위한 공사 5년만인데요.

이 대사관, 유명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건축가 고 김중업 선생의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처음 지었을 때가 1962년.

이 사진 보시는 것처럼, 지붕이 곡선을 그리며 양쪽 끝으로 하늘을 향해있죠.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처마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겁니다.

단연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역작입니다.

영상으로 잠시 감상하시죠.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주한 프랑스대사관입니다.

지붕 특유의 곡선이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단아하게 배치된 흰색의 기둥들, '피눈물 나는 작업이었다' 생전 김중업 스스로도 회고한 그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중업/건축가/1985년/KBS 인터뷰 : "그러한 선 자체는 일단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고 즐겁다고 느꼈던 그런 선이예요."]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며 잃었던 본 모습이, 반 백 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동안 흩어져있던 소속 부서들도 이제 한 데 모였습니다.

옛 건물은 '김중업관'이라 이름을 붙이고, 다목적 전시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집무동과 대사 관저에, 고층 타워동과 갤러리동을 새로 지었는데, 6·25전쟁 때 참전한 프랑스 용사들에게 헌정돼, 당시 대대장 랄프 몽클라르 장군,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김중업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 꼽힙니다.

20세기 우리나라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데요.

부산대학교, 서강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주요 대학 본관 건물, 그리고 제가 지금 있는 이곳, KBS 국제방송센터, 지금은 '신관'으로 부르는 건물도 김중업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으로 서울특별시 문화상에 대한민국 산업훈장까지 받았지만, 그의 삶이 그렇게 비단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중업은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등에서 건축학 강의를 해왔습니다.

정부의 도시계획이나 건축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해왔는데요.

특히 박정희 정권에 상당히 비판적이어서, 5·16 쿠데타나 그의 측근들의 행태를 언론을 통해 비판하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는데, 1970년 4월엔 서울 마포 와우 아파트가 붕괴하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서울시장을 강하게 비판했고, 결국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중업은 이듬해 갑작스럽게 프랑스로 강제 출국을 당합니다.

3개월짜리 여권으로 강제 출국당했는데요.

여권이 만료되면, 불법체류 신분이 되지만,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받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건축한 공로로 받은 슈발리에 훈장 덕분이었습니다.

김중업과 프랑스의 인연은 그의 스승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에서 시작합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가죠.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 설계를 확립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꼽힙니다.

김중업은 미국 최고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임용됐는데요.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경기 안양에는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도 원래 김중업이 지은 제약공장이었는데요.

그의 낙서까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김중업의 작품을 찾아다니며, 그의 혼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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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프랑스대사관에 실린 혼…김중업 누구?
    • 입력 2023-04-21 12:45:27
    • 수정2023-04-21 13:07:46
    뉴스 12
[앵커]

이번 주말, 도심 속 건축 작품 찾으러 다녀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서울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공사를 마치고 원형을 되찾았는데, 이 대사관을 처음 지었던 김중업 건축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김중업 건축가를 자세히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최근 개관식을 열었죠.

증축과 복구를 위한 공사 5년만인데요.

이 대사관, 유명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건축가 고 김중업 선생의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처음 지었을 때가 1962년.

이 사진 보시는 것처럼, 지붕이 곡선을 그리며 양쪽 끝으로 하늘을 향해있죠.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처마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겁니다.

단연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역작입니다.

영상으로 잠시 감상하시죠.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주한 프랑스대사관입니다.

지붕 특유의 곡선이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단아하게 배치된 흰색의 기둥들, '피눈물 나는 작업이었다' 생전 김중업 스스로도 회고한 그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중업/건축가/1985년/KBS 인터뷰 : "그러한 선 자체는 일단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고 즐겁다고 느꼈던 그런 선이예요."]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며 잃었던 본 모습이, 반 백 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동안 흩어져있던 소속 부서들도 이제 한 데 모였습니다.

옛 건물은 '김중업관'이라 이름을 붙이고, 다목적 전시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집무동과 대사 관저에, 고층 타워동과 갤러리동을 새로 지었는데, 6·25전쟁 때 참전한 프랑스 용사들에게 헌정돼, 당시 대대장 랄프 몽클라르 장군,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김중업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 꼽힙니다.

20세기 우리나라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데요.

부산대학교, 서강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주요 대학 본관 건물, 그리고 제가 지금 있는 이곳, KBS 국제방송센터, 지금은 '신관'으로 부르는 건물도 김중업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으로 서울특별시 문화상에 대한민국 산업훈장까지 받았지만, 그의 삶이 그렇게 비단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중업은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등에서 건축학 강의를 해왔습니다.

정부의 도시계획이나 건축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해왔는데요.

특히 박정희 정권에 상당히 비판적이어서, 5·16 쿠데타나 그의 측근들의 행태를 언론을 통해 비판하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는데, 1970년 4월엔 서울 마포 와우 아파트가 붕괴하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서울시장을 강하게 비판했고, 결국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중업은 이듬해 갑작스럽게 프랑스로 강제 출국을 당합니다.

3개월짜리 여권으로 강제 출국당했는데요.

여권이 만료되면, 불법체류 신분이 되지만,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받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건축한 공로로 받은 슈발리에 훈장 덕분이었습니다.

김중업과 프랑스의 인연은 그의 스승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에서 시작합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가죠.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 설계를 확립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꼽힙니다.

김중업은 미국 최고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임용됐는데요.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경기 안양에는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도 원래 김중업이 지은 제약공장이었는데요.

그의 낙서까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김중업의 작품을 찾아다니며, 그의 혼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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