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혈연 아니어도, 같이 살면 가족” 가능할까? 생활동반자법 첫 발의

입력 2023.05.04 (21:19) 수정 2023.05.0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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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처럼 함께 살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법에선 이렇게, 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돼야만 가족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가족의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 또 다른 가족들은 병원 갈 때, 관공서에서 서류 뗄 때, 곤란을 겪습니다.

최근, 가족의 범위를 넓히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되면서 이제 막 논의의 장이 열렸는데요.

먼저, 다양한 가족들을 이정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비혼인 강희영 씨의 가족은 10년째 함께 사는 친구들입니다.

외로움은 덜고 어려움은 나눌 수 있습니다.

[강희영/비혼 동거자 : "장염을 앓으면서 그때 옆에 주변에서, 지원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깝지만, 정작 급할 때 가족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강희영/비혼 동거자 : "(친구가) 다리 골절이 됐어요. 대학병원을 갔는데 수술 같은 경우에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동의서에 사인할 수가 없잖아요."]

이들처럼 친족이 아닌 사람들끼리 살고 있는 가구는 47만 가구, 11년 만에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친족이 아닌 동거 가구는 동성인 경우도, 이성인 경우도 있습니다.

집값 부담이나 생활비를 줄이려고 동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비혼 동거자/음성변조 : "제가 혼자 단독으로 조그만 빌라를 사거나 이런 거보다 주거환경이 훨씬 좋죠. 그런 면에서 장점도 있고…"]

이같은 변화에 '가족'의 범위를 비혼 동거나 사실혼까지 넓히는데 62%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미 혼자 사는 가구는 전체의 30%를 넘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지금의 가족 제도로는 홀로 사는 외로움과 돌봄, 집안 일 등이 앞으로 큰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비혼 동거 사례자/음성변조 : "외동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모 외에 그럼 누가 결정을 할 것이냐, 미래에는 더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비혼 동거인들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묶이지 않아도, 가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수술 동의서 작성 등 의료적 결정권이나 부양 가족 인적공제 같은 경제적 권리, 상속권 인정 등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가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국회에도 처음으로 생활동반자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보수단체나 종교계 눈치를 보면서 논의에 소극적입니다.

이어서 이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최근 발의된 생활동반자법.

성인 2명이 합의해 동반자 관계가 되면, 동거·부양의 의무와 함께 혼인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갖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시민들 생각은 어떨까?

[이승현/찬성 입장 : "결혼이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으니까 (비혼동거 지원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엄미래/찬성 입장 : "애라도 낳고 그러면 더 (결혼을) 활성화 시키는 것 아닌가요?"]

[양수원/반대 입장 : "가족만 할 수 있는 거를 동거인이라는 혜택으로...아무리 사귀는 사이라도 남과 남이잖아요."]

다만, 성별을 따지기 시작하면 의견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전재안/시민 : "자식 낳고 살면 같은 혜택을 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동성커플도?) 그것은 저는 반대예요."]

[강동구/시민 : "(남녀 비혼동거는) 이해는 해야 되지 않나. 동성관계는 난 반대예요."]

프랑스는 생활동반자법을 이미 제정해 이성, 동성 동반자를 가리지 않고 같이 살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그런데 동반자 구성을 살펴보니 95%는 결혼하지 않은 이성 커플이었습니다.

[이승연/프랑스 생활동반자법(PACS) 경험 : "지금 현재 한국에서 결혼을 많이 안 하잖아요. 오히려 (동거를) 장려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더 결혼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오히려."]

미국 뉴욕시는 선택가족제도를 도입해 친족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가족으로 정의한 사람을 돌보는 데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최초 발의된 우리 국회 분위기는 어떨까?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생활동반자법 발의 :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로 엎어진 적이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평소에 좀 굉장히 진보적으로 알려진 분들(국회의원)도 좀 어려움과 난색을 표하시기도 했고…"]

원내1당인 민주당은 생활동반자법 추진을 공언한 바 있지만, 동성 간 동거에 대한 거부감을 우려해 최근 이성간 비혼 동거만 지원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박장빈 문아미 윤대민/영상편집:김선영 송화인/그래픽:고석훈 서수민/화면제공:유튜브 '부라도커플' '소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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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인·혈연 아니어도, 같이 살면 가족” 가능할까? 생활동반자법 첫 발의
    • 입력 2023-05-04 21:19:54
    • 수정2023-05-04 22: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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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처럼 함께 살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법에선 이렇게, 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돼야만 가족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가족의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 또 다른 가족들은 병원 갈 때, 관공서에서 서류 뗄 때, 곤란을 겪습니다.

최근, 가족의 범위를 넓히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되면서 이제 막 논의의 장이 열렸는데요.

먼저, 다양한 가족들을 이정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비혼인 강희영 씨의 가족은 10년째 함께 사는 친구들입니다.

외로움은 덜고 어려움은 나눌 수 있습니다.

[강희영/비혼 동거자 : "장염을 앓으면서 그때 옆에 주변에서, 지원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깝지만, 정작 급할 때 가족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강희영/비혼 동거자 : "(친구가) 다리 골절이 됐어요. 대학병원을 갔는데 수술 같은 경우에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동의서에 사인할 수가 없잖아요."]

이들처럼 친족이 아닌 사람들끼리 살고 있는 가구는 47만 가구, 11년 만에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친족이 아닌 동거 가구는 동성인 경우도, 이성인 경우도 있습니다.

집값 부담이나 생활비를 줄이려고 동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비혼 동거자/음성변조 : "제가 혼자 단독으로 조그만 빌라를 사거나 이런 거보다 주거환경이 훨씬 좋죠. 그런 면에서 장점도 있고…"]

이같은 변화에 '가족'의 범위를 비혼 동거나 사실혼까지 넓히는데 62%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미 혼자 사는 가구는 전체의 30%를 넘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지금의 가족 제도로는 홀로 사는 외로움과 돌봄, 집안 일 등이 앞으로 큰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비혼 동거 사례자/음성변조 : "외동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모 외에 그럼 누가 결정을 할 것이냐, 미래에는 더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비혼 동거인들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묶이지 않아도, 가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수술 동의서 작성 등 의료적 결정권이나 부양 가족 인적공제 같은 경제적 권리, 상속권 인정 등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가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국회에도 처음으로 생활동반자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보수단체나 종교계 눈치를 보면서 논의에 소극적입니다.

이어서 이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최근 발의된 생활동반자법.

성인 2명이 합의해 동반자 관계가 되면, 동거·부양의 의무와 함께 혼인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갖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시민들 생각은 어떨까?

[이승현/찬성 입장 : "결혼이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으니까 (비혼동거 지원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엄미래/찬성 입장 : "애라도 낳고 그러면 더 (결혼을) 활성화 시키는 것 아닌가요?"]

[양수원/반대 입장 : "가족만 할 수 있는 거를 동거인이라는 혜택으로...아무리 사귀는 사이라도 남과 남이잖아요."]

다만, 성별을 따지기 시작하면 의견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전재안/시민 : "자식 낳고 살면 같은 혜택을 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동성커플도?) 그것은 저는 반대예요."]

[강동구/시민 : "(남녀 비혼동거는) 이해는 해야 되지 않나. 동성관계는 난 반대예요."]

프랑스는 생활동반자법을 이미 제정해 이성, 동성 동반자를 가리지 않고 같이 살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그런데 동반자 구성을 살펴보니 95%는 결혼하지 않은 이성 커플이었습니다.

[이승연/프랑스 생활동반자법(PACS) 경험 : "지금 현재 한국에서 결혼을 많이 안 하잖아요. 오히려 (동거를) 장려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더 결혼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오히려."]

미국 뉴욕시는 선택가족제도를 도입해 친족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가족으로 정의한 사람을 돌보는 데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최초 발의된 우리 국회 분위기는 어떨까?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생활동반자법 발의 :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로 엎어진 적이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평소에 좀 굉장히 진보적으로 알려진 분들(국회의원)도 좀 어려움과 난색을 표하시기도 했고…"]

원내1당인 민주당은 생활동반자법 추진을 공언한 바 있지만, 동성 간 동거에 대한 거부감을 우려해 최근 이성간 비혼 동거만 지원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박장빈 문아미 윤대민/영상편집:김선영 송화인/그래픽:고석훈 서수민/화면제공:유튜브 '부라도커플' '소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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