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책임 서울경찰청장…대검, 구속도 기소도 제동

입력 2023.05.09 (21:08) 수정 2023.05.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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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의 그날 이후 200일 가까이 지났지만 가족들의 달력은 멈춰 있습니다.

왜 유족들이 여전히 거리에 서있는지 오늘(9일) 9시 뉴스에서 다시 들여다봅니다.

검찰은 아직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치안과 경비를 책임지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결론을 못 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s가 취재해 보니 경찰, 또 검찰 수사팀 모두 구속 의견을 냈지만 대검찰청이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까지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소식, 원동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습니다.

[김광호/서울경찰청장/2022.12.2 특수본 출석 : "숨김과 보탬이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참사를 예견하고서도 방치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데는 김 청장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손제한/경찰 특별수사본부장/1.13 :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장,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하였습니다."]

경찰은 특히 사건 송치 전, 검찰에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수차례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김 청장의 집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고 두 차례 소환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을 지난 1월 바로 기소한 것과 달리 김 청장에 대한 결론은 넉 달 가까이 내리지 못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 수사팀은 김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의견이었지만, 대검에서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사팀은 구속된 이임재 전 서장보다 김 청장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있고, 참사를 예견하고도 방치한 정황이 뚜렷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대검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신병 확보가 불필요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수사팀은 이에 지난달 말쯤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려고 했지만, 대검은 내용을 보강하라며 이마저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검 관계자는 유례 없는 참사여서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협의한 것이라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청장급이 법적 책임을 진 일은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서부지검은 대검과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서로 협력하면서 종합적으로 수사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정현

[앵커]

보신 것처럼 검찰과 경찰은 김광호 청장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주된 근거는 김 청장이 참사 1시간 전 이태원에 인파가 몰렸다는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 안 했다는 겁니다.

참사 당일 김 청장의 행적을 KBS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이어서 황다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의 치안 현안은 용산 집회와 핼러윈, 두 가지였습니다.

오전 10시 35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김 청장에게 '금일 가장 혼잡 예상'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냅니다.

전날 이미 역대 핼러윈 가운데 가장 많은 112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당일은 더 혼잡할 거란 보고였습니다.

김광호 청장이 집무실로 출근한 건 낮 12시.

집무실에는 서울 어느 구역이든 직접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저녁 6시 34분, 112 상황실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이태원 인파 관련 신고가 빗발칩니다.

김 청장 집무실에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전기 16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용산 집회가 끝난 저녁 8시 33분쯤 '수고했다'는 무전을 남긴 뒤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퇴근 후인 밤 9시 37분과 48분에는 홍보담당관이 두 차례, '이태원에 인파 몰렸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고했습니다.

[김교흥/민주당 의원/22.11.7 국회 : "9시 정도만이라도 또는 9시 반이라도 경력 투입을 했다라면 이 사태 막았다, 동의하십니까?"]

[김광호/서울경찰청장 : "예, 진작..."]

[김교흥/민주당 의원/22.11.7 국회 : "동의하죠?"]

[김광호/서울경찰청장 : "상황실에서 빨리 인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김 청장은 112 상황실의 대응을 지적했지만, 서울 관내 경비 인력을 지휘하는 건 김 청장입니다.

김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9시 40분을 전후해 홍보담당관이 보낸 언론 보도 관련 보고를 봤고, 따로 지시를 한 것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과 검찰 수사팀은 이 때, 용산 집회에서 철수한 경력 4천 명 중 일부라도 이태원에 보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앵커]

사회부 원동희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대검찰청 표현대로 하면 김광호 청장 기소에 '신중하자'는 이유, 뭔가요?

[기자]

취재진이 물어보니, 두 가지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하나는 일본의 '아카시 시(市) 압사' 사건입니다.

육교에 1800여 명이 몰려서 2백 명 넘게 다친 사건인데, 당시 경찰서 경비 실무자까지 처벌을 받았단 겁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 지휘부가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된 것도 예로 들었습니다.

비슷한 참사에서 '지휘부급'이 처벌을 받는 게 그만큼 어려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럼 경찰과 서부지검은 그런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구속 의견을 냈던 겁니까?

[기자]

대검 의견에 대한 수사팀 의견을 직접 듣기는 쉽지 않아서, 전문가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비교를 부탁해 봤습니다.

일단 '아카시 시 사고'는 일본에서도 부실 수사가 논란이 됐고, 거의 10년이 지나서 책임자 기소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세월호 사고와 비교할 때, 이태원 참사는 인파 예측이 가능했고, 해상이 아닌 육상 사고여서 경찰 대응이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앵커]

지금 대검과 서부지검 사이에 그럼, 갈등이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양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는데요.

대검은 일방적 반려나 지휘가 아니다, '스파링 파트너'처럼 의견을 주고 받는 거다, 얘기했고요.

대검의 한 간부는 경찰이나 일선 수사팀은 피가 끓을 수 있는데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부지검에선 '집단 지성'이라고 표현하면서 마찰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앵커]

집단 지성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야할 텐데요,

지금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와있습니까?

[기자]

김광호 청장의 기소 여부 결론이 안 나면서 다른 지휘부급에 대한 수사도 사실상 멈춘 상탭니다.

경찰이 압수수색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또 검찰이 정보문건 삭제에 관여했는지 들여다봤던 조지호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모두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16일이 이태원 참사 200일인데요.

유가족들은 참사 후 200일 가까이 책임자 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원동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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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이태원 참사’ 책임 서울경찰청장…대검, 구속도 기소도 제동
    • 입력 2023-05-09 21:08:36
    • 수정2023-05-09 22:08:53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의 그날 이후 200일 가까이 지났지만 가족들의 달력은 멈춰 있습니다.

왜 유족들이 여전히 거리에 서있는지 오늘(9일) 9시 뉴스에서 다시 들여다봅니다.

검찰은 아직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치안과 경비를 책임지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결론을 못 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s가 취재해 보니 경찰, 또 검찰 수사팀 모두 구속 의견을 냈지만 대검찰청이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까지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소식, 원동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습니다.

[김광호/서울경찰청장/2022.12.2 특수본 출석 : "숨김과 보탬이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참사를 예견하고서도 방치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데는 김 청장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손제한/경찰 특별수사본부장/1.13 :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장,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하였습니다."]

경찰은 특히 사건 송치 전, 검찰에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수차례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김 청장의 집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고 두 차례 소환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을 지난 1월 바로 기소한 것과 달리 김 청장에 대한 결론은 넉 달 가까이 내리지 못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 수사팀은 김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의견이었지만, 대검에서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사팀은 구속된 이임재 전 서장보다 김 청장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있고, 참사를 예견하고도 방치한 정황이 뚜렷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대검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신병 확보가 불필요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수사팀은 이에 지난달 말쯤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려고 했지만, 대검은 내용을 보강하라며 이마저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검 관계자는 유례 없는 참사여서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협의한 것이라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청장급이 법적 책임을 진 일은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서부지검은 대검과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서로 협력하면서 종합적으로 수사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정현

[앵커]

보신 것처럼 검찰과 경찰은 김광호 청장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주된 근거는 김 청장이 참사 1시간 전 이태원에 인파가 몰렸다는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 안 했다는 겁니다.

참사 당일 김 청장의 행적을 KBS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이어서 황다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의 치안 현안은 용산 집회와 핼러윈, 두 가지였습니다.

오전 10시 35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김 청장에게 '금일 가장 혼잡 예상'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냅니다.

전날 이미 역대 핼러윈 가운데 가장 많은 112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당일은 더 혼잡할 거란 보고였습니다.

김광호 청장이 집무실로 출근한 건 낮 12시.

집무실에는 서울 어느 구역이든 직접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저녁 6시 34분, 112 상황실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이태원 인파 관련 신고가 빗발칩니다.

김 청장 집무실에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전기 16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용산 집회가 끝난 저녁 8시 33분쯤 '수고했다'는 무전을 남긴 뒤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퇴근 후인 밤 9시 37분과 48분에는 홍보담당관이 두 차례, '이태원에 인파 몰렸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고했습니다.

[김교흥/민주당 의원/22.11.7 국회 : "9시 정도만이라도 또는 9시 반이라도 경력 투입을 했다라면 이 사태 막았다, 동의하십니까?"]

[김광호/서울경찰청장 : "예, 진작..."]

[김교흥/민주당 의원/22.11.7 국회 : "동의하죠?"]

[김광호/서울경찰청장 : "상황실에서 빨리 인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김 청장은 112 상황실의 대응을 지적했지만, 서울 관내 경비 인력을 지휘하는 건 김 청장입니다.

김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9시 40분을 전후해 홍보담당관이 보낸 언론 보도 관련 보고를 봤고, 따로 지시를 한 것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과 검찰 수사팀은 이 때, 용산 집회에서 철수한 경력 4천 명 중 일부라도 이태원에 보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앵커]

사회부 원동희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대검찰청 표현대로 하면 김광호 청장 기소에 '신중하자'는 이유, 뭔가요?

[기자]

취재진이 물어보니, 두 가지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하나는 일본의 '아카시 시(市) 압사' 사건입니다.

육교에 1800여 명이 몰려서 2백 명 넘게 다친 사건인데, 당시 경찰서 경비 실무자까지 처벌을 받았단 겁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 지휘부가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된 것도 예로 들었습니다.

비슷한 참사에서 '지휘부급'이 처벌을 받는 게 그만큼 어려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럼 경찰과 서부지검은 그런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구속 의견을 냈던 겁니까?

[기자]

대검 의견에 대한 수사팀 의견을 직접 듣기는 쉽지 않아서, 전문가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비교를 부탁해 봤습니다.

일단 '아카시 시 사고'는 일본에서도 부실 수사가 논란이 됐고, 거의 10년이 지나서 책임자 기소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세월호 사고와 비교할 때, 이태원 참사는 인파 예측이 가능했고, 해상이 아닌 육상 사고여서 경찰 대응이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앵커]

지금 대검과 서부지검 사이에 그럼, 갈등이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양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는데요.

대검은 일방적 반려나 지휘가 아니다, '스파링 파트너'처럼 의견을 주고 받는 거다, 얘기했고요.

대검의 한 간부는 경찰이나 일선 수사팀은 피가 끓을 수 있는데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부지검에선 '집단 지성'이라고 표현하면서 마찰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앵커]

집단 지성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야할 텐데요,

지금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와있습니까?

[기자]

김광호 청장의 기소 여부 결론이 안 나면서 다른 지휘부급에 대한 수사도 사실상 멈춘 상탭니다.

경찰이 압수수색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또 검찰이 정보문건 삭제에 관여했는지 들여다봤던 조지호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모두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16일이 이태원 참사 200일인데요.

유가족들은 참사 후 200일 가까이 책임자 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원동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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