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산에서 쓴 돈, 남산에서도 쓸까? [주말엔]
입력 2023.05.14 (09:01)
수정 2023.05.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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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 폭발한 중국인 여행…한국으로?
5월 1일 중국 노동절을 기념하는 연휴 동안 중국인 2억 7,400만 명이 여행했습니다. 엄청난 숫자이죠.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보다 19% 증가한 규모입니다. 특히 중국 황산의 한 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은 여행객 증가의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아래 동영상 정지 화면은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여행객들의 모습입니다. 황산에 놀러갔던 관광객들이 하산 시간을 놓친 데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근처 호텔 예약도 하지 못해 아예 화장실에서 숙박했다는 것이었죠.
노동절, 중국 안후이성 황산의 한 화장실에서 잠자는 여행객들(온라인 커뮤니티)
[연관 기사] 중국, 노동절 ‘보복 여행’ 폭증…소비 회복 ‘파란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956
"얼마나 관광객들이 몰렸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많이 궁금해했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로 경기 회복을 노리는 중국은 이 같은 중국인들의 여행이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여행 증가에 우리나라도 내심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회복률이 44.6%에 달했고, 2월 중국발 단기 비자 발급 재개 이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는 너무나 더딥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한 달간 중국인 관광객은 7만 3,3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4,726명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대비 14.4% 밖에 안됩니다. 코로나 이전 시기 전체 추세와 비교하더라도 거의 바닥에 붙어 있음을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명동 지하쇼핑센터 상인회는 KBS와의 통화에서 "베트남 같은 동남아 관광객들은 많이 찾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와 거의 차이가 없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업계나 주요 관광지 상가에서는 중국인 개별 관광이 아닌 단체 관광이 허용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별 관광만으로는 중국인 관광 수요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이훈 교수도 지난 6일 KBS <홍사훈의 경제쇼 플러스>에 출연해 "중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관광 올 때는 전체 해외관광객의 45%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현재 중국인들이 개별 여행은 오고 있는데 단체여행은 기술적으로 막혀 있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라면서 " 이것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이 풀려야 전체 해외 관광객의 45%는 아니어도 20~30% 비율을 갖고 중국 관광객이 와야 한국 관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중 외교의 중요성을 말한 겁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말하며 이른바 '하나의 중국'을 건드린 점, 이후 중국 외교부가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며 반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한중 관계 속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중국 소비 회복, 확실할까?
그렇다면 중국 소비 회복이 여행 외에 다른 분야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중국에 관심 끄라"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안 될 말입니다. 중국은 한때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 국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인의 소비를 볼 수 있는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해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았고,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외식업 판매가 26.3% 증가해 소매판매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중국인들이 먹는 외식 소비를 늘렸다는 거죠.
이런 소매판매 증가 자체로는 그나마 고무적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숫자이기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 -10% 이상 폭락했던 점, 그러니까 기저효과로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게 아닙니다. 더 많이 올라가고 오래 지속돼야 합니다.
게다가 4월 중국의 수입액을 보면 3월보다 9.7% , 2022년 같은 기간보다 7.9% 각각 감소했습니다. 수입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중국 내수상황이 회복하지 못했다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도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소비와 민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소비 회복이 느리고 민간투자 증가세도 약하다"며 우려를 전했습니다.
특히 소비 증가 추세가 계속되려면 국민들의 소득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중국 청년들은 아예 취업을 못 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19.6%로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 10명 중 2명은 실업자 상태입니다.
맥쿼리 그룹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제조업의 느린 회복과 취약한 IT 부문이 지속적인 청년 실업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면서 "중국에 강력한 노동시장이 없으면 소비자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우리 관심은 수출 대상 중국 제조업인데...
중국 경제가 더디게 회복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도움만 된다면 괜찮죠. 하지만 우리 경제와 주로 연관된 제조업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 제조업체가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내수나 수출용으로 쓰는데 말입니다.
중국 제조업 업황을 보여주는 제조업 PMI지수를 보면 지난 4월 49.2로 전달 51.9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PMI지수는 실제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기준선 50 이하라는 건 제조업체에서 신규주문 등의 상황을 봤을 때 업황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전병서 소장은 지난 2일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해 " 중국 경제가 3·4·5월 계속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의 중심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다. 우리가 팔고 있는 수출품목의 92%가 자본재·중간재이다 보니까 중국의 경제회복에 우리가 같이 타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부분은 다른 나라보다도 유독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안 좋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관세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국 해관총서 무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대중 수출은 382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2%나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 관세청이 주요 수입 국가로 분류하는 23개 나라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국이자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타이완보다도 우리의 하락률이 더 높습니다. 타이완은 지난해 1분기 대중국 수출 1위 국가에서 올해 1분기 2위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위에서 5위로 크게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데요.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고 대중 반도체 수출은 -44.5%(지난해 4분기 -31.7%)로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기술 분석가 마지화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한국 반도체 제품은 중국 현지 산업에 자리를 내줬다"면서 " 대중 수출 감소의 원인은 한국의 외교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대중 수출 감소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현재의 대중 수출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대중 수출이 언젠가 회복되더라도 미중간의 갈등 속에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부진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 멀리 5년 10년 뒤에 중국기업들이 상당히 쫓아오고 있고, 반도체 대중국 수출도 결국 미중 갈등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끝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압도적 친미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이익보다 큰 손실을 가져와 한국과 윤 대통령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면서 보복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어 향후 무역 부문에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사전 대비해야 합니다.
중국은 20년간 우리나라 수출 대상국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었고 이달도 마이너스 행진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래픽: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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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3-05-14 09:06:30
■ 수요 폭발한 중국인 여행…한국으로?
5월 1일 중국 노동절을 기념하는 연휴 동안 중국인 2억 7,400만 명이 여행했습니다. 엄청난 숫자이죠.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보다 19% 증가한 규모입니다. 특히 중국 황산의 한 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은 여행객 증가의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아래 동영상 정지 화면은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여행객들의 모습입니다. 황산에 놀러갔던 관광객들이 하산 시간을 놓친 데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근처 호텔 예약도 하지 못해 아예 화장실에서 숙박했다는 것이었죠.
[연관 기사] 중국, 노동절 ‘보복 여행’ 폭증…소비 회복 ‘파란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956
"얼마나 관광객들이 몰렸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많이 궁금해했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로 경기 회복을 노리는 중국은 이 같은 중국인들의 여행이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여행 증가에 우리나라도 내심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회복률이 44.6%에 달했고, 2월 중국발 단기 비자 발급 재개 이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는 너무나 더딥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한 달간 중국인 관광객은 7만 3,3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4,726명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대비 14.4% 밖에 안됩니다. 코로나 이전 시기 전체 추세와 비교하더라도 거의 바닥에 붙어 있음을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명동 지하쇼핑센터 상인회는 KBS와의 통화에서 "베트남 같은 동남아 관광객들은 많이 찾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와 거의 차이가 없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업계나 주요 관광지 상가에서는 중국인 개별 관광이 아닌 단체 관광이 허용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별 관광만으로는 중국인 관광 수요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이훈 교수도 지난 6일 KBS <홍사훈의 경제쇼 플러스>에 출연해 "중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관광 올 때는 전체 해외관광객의 45%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현재 중국인들이 개별 여행은 오고 있는데 단체여행은 기술적으로 막혀 있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라면서 " 이것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이 풀려야 전체 해외 관광객의 45%는 아니어도 20~30% 비율을 갖고 중국 관광객이 와야 한국 관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중 외교의 중요성을 말한 겁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말하며 이른바 '하나의 중국'을 건드린 점, 이후 중국 외교부가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며 반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한중 관계 속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중국 소비 회복, 확실할까?
그렇다면 중국 소비 회복이 여행 외에 다른 분야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중국에 관심 끄라"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안 될 말입니다. 중국은 한때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 국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인의 소비를 볼 수 있는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해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았고,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외식업 판매가 26.3% 증가해 소매판매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중국인들이 먹는 외식 소비를 늘렸다는 거죠.
이런 소매판매 증가 자체로는 그나마 고무적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숫자이기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 -10% 이상 폭락했던 점, 그러니까 기저효과로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게 아닙니다. 더 많이 올라가고 오래 지속돼야 합니다.
게다가 4월 중국의 수입액을 보면 3월보다 9.7% , 2022년 같은 기간보다 7.9% 각각 감소했습니다. 수입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중국 내수상황이 회복하지 못했다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도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소비와 민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소비 회복이 느리고 민간투자 증가세도 약하다"며 우려를 전했습니다.
특히 소비 증가 추세가 계속되려면 국민들의 소득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중국 청년들은 아예 취업을 못 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19.6%로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 10명 중 2명은 실업자 상태입니다.
맥쿼리 그룹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제조업의 느린 회복과 취약한 IT 부문이 지속적인 청년 실업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면서 "중국에 강력한 노동시장이 없으면 소비자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우리 관심은 수출 대상 중국 제조업인데...
중국 경제가 더디게 회복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도움만 된다면 괜찮죠. 하지만 우리 경제와 주로 연관된 제조업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 제조업체가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내수나 수출용으로 쓰는데 말입니다.
중국 제조업 업황을 보여주는 제조업 PMI지수를 보면 지난 4월 49.2로 전달 51.9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PMI지수는 실제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기준선 50 이하라는 건 제조업체에서 신규주문 등의 상황을 봤을 때 업황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전병서 소장은 지난 2일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해 " 중국 경제가 3·4·5월 계속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의 중심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다. 우리가 팔고 있는 수출품목의 92%가 자본재·중간재이다 보니까 중국의 경제회복에 우리가 같이 타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부분은 다른 나라보다도 유독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안 좋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관세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국 해관총서 무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대중 수출은 382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2%나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 관세청이 주요 수입 국가로 분류하는 23개 나라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국이자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타이완보다도 우리의 하락률이 더 높습니다. 타이완은 지난해 1분기 대중국 수출 1위 국가에서 올해 1분기 2위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위에서 5위로 크게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데요.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고 대중 반도체 수출은 -44.5%(지난해 4분기 -31.7%)로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기술 분석가 마지화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한국 반도체 제품은 중국 현지 산업에 자리를 내줬다"면서 " 대중 수출 감소의 원인은 한국의 외교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대중 수출 감소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현재의 대중 수출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대중 수출이 언젠가 회복되더라도 미중간의 갈등 속에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부진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 멀리 5년 10년 뒤에 중국기업들이 상당히 쫓아오고 있고, 반도체 대중국 수출도 결국 미중 갈등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끝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압도적 친미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이익보다 큰 손실을 가져와 한국과 윤 대통령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면서 보복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어 향후 무역 부문에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사전 대비해야 합니다.
중국은 20년간 우리나라 수출 대상국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었고 이달도 마이너스 행진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래픽: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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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형 기자 parkc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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