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소녀를 위한 아름다운 회항

입력 2005.08.26 (20:33) 수정 2005.08.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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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슴 따뜻한 사연입니다.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5살 소녀를 구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가 되돌아왔습니다.
⊙앵커: 비행기는 기름 수천 만원어치를 허공에 뿌렸고 승객들도 일심동체가 됐습니다.
이수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한 것은 어제 오후 3시 20분쯤.
이륙한 지 채 10분이나 흘렀을까.
기내 안에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5살 이제시카 양이 갑자기 심한 구토증세를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고열과 경련.
괴로워하던 이 양은 5분 뒤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시카를 살려주세요, 임신 7개월의 어머니 우정아 씨의 마음은 절박했습니다.
⊙우정아(아이 엄마): 아기가 기절을 했으니까, 의식이 없는 상태니까 불러도불러도 일어나지를 못하니까 막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 애 좀 구해 달라고.
⊙기자: 엄마의 울부짖음을 듣고 달려온 승무원들.
이 양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급하게 의사를 수소문했습니다.
다행히 승객 중에 의사가 있었고 그 의사의 치료를 받아 이 양은 10여 분 만에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걱정은 이제부터였습니다.
갑작스러운 고열의 원인이 비행으로 인한 기압차였고 LA까지 장시간의 비행이 이 양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장은 단호했습니다.
승객들의 동의를 구한 뒤 즉각 인천으로의 회항을 결정한 것입니다.
⊙김양수(부기장/미국 LA): 사람 목숨이 중요하죠.
회사도 저희들도 승객의 안전이 우선 아닙니까.
⊙기자: 하지만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회항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의 안전착륙 무게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중량을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동욱(대한항공 기장): 이륙해서 바로 회항하는 경우에는 그 연료를 소모하지 못하기 때문에 착륙 할 수 있는 허용되는 무게를 초과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무게만큼 저희가 바다에 버리고...
⊙기자: 급히 동해로 날아간 비행기.
결국 긴급 회항을 위해 강릉 앞바다 2만피트 상공에 16만파운드, 약 70여 톤의 기름을 쏟아냈습니다.
약 4000만원어치의 적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이렇게 무게를 줄인 항공기는 이륙 한 시간 반 만인 오후 5시쯤 인천 공항에 다시 돌아왔고 이 양은 대기중이던 구급차로 즉각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우정아(아이 엄마): 어느 분 하나 동요 없이 그 아기 살려주시는데.
아기가 무사히 내릴 수 있게 해 주는 데 한마음이 되어주셨다는 것이, 내리고 나서 저한테는 너무너무 고마운 분들이에요.
얼굴도 모르고.
⊙기자: 수천만원어치의 기름을 거리낌없이 쏟아부은 항공사.
그리고 불편을 감수하고 흔쾌히 회항에 동의해 준 승객.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 소녀의 생명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KBS뉴스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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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세 소녀를 위한 아름다운 회항
    • 입력 2005-08-26 20:07:38
    • 수정2005-08-26 20:55:37
    뉴스타임
⊙앵커: 가슴 따뜻한 사연입니다.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5살 소녀를 구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가 되돌아왔습니다. ⊙앵커: 비행기는 기름 수천 만원어치를 허공에 뿌렸고 승객들도 일심동체가 됐습니다. 이수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한 것은 어제 오후 3시 20분쯤. 이륙한 지 채 10분이나 흘렀을까. 기내 안에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5살 이제시카 양이 갑자기 심한 구토증세를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고열과 경련. 괴로워하던 이 양은 5분 뒤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시카를 살려주세요, 임신 7개월의 어머니 우정아 씨의 마음은 절박했습니다. ⊙우정아(아이 엄마): 아기가 기절을 했으니까, 의식이 없는 상태니까 불러도불러도 일어나지를 못하니까 막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 애 좀 구해 달라고. ⊙기자: 엄마의 울부짖음을 듣고 달려온 승무원들. 이 양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급하게 의사를 수소문했습니다. 다행히 승객 중에 의사가 있었고 그 의사의 치료를 받아 이 양은 10여 분 만에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걱정은 이제부터였습니다. 갑작스러운 고열의 원인이 비행으로 인한 기압차였고 LA까지 장시간의 비행이 이 양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장은 단호했습니다. 승객들의 동의를 구한 뒤 즉각 인천으로의 회항을 결정한 것입니다. ⊙김양수(부기장/미국 LA): 사람 목숨이 중요하죠. 회사도 저희들도 승객의 안전이 우선 아닙니까. ⊙기자: 하지만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회항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의 안전착륙 무게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중량을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동욱(대한항공 기장): 이륙해서 바로 회항하는 경우에는 그 연료를 소모하지 못하기 때문에 착륙 할 수 있는 허용되는 무게를 초과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무게만큼 저희가 바다에 버리고... ⊙기자: 급히 동해로 날아간 비행기. 결국 긴급 회항을 위해 강릉 앞바다 2만피트 상공에 16만파운드, 약 70여 톤의 기름을 쏟아냈습니다. 약 4000만원어치의 적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이렇게 무게를 줄인 항공기는 이륙 한 시간 반 만인 오후 5시쯤 인천 공항에 다시 돌아왔고 이 양은 대기중이던 구급차로 즉각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우정아(아이 엄마): 어느 분 하나 동요 없이 그 아기 살려주시는데. 아기가 무사히 내릴 수 있게 해 주는 데 한마음이 되어주셨다는 것이, 내리고 나서 저한테는 너무너무 고마운 분들이에요. 얼굴도 모르고. ⊙기자: 수천만원어치의 기름을 거리낌없이 쏟아부은 항공사. 그리고 불편을 감수하고 흔쾌히 회항에 동의해 준 승객.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 소녀의 생명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KBS뉴스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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