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 메뉴가 대기업 구내식당에?

입력 2023.05.30 (07:37) 수정 2023.05.30 (08: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맛집 안내서, 하면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미쉐린 가이드'일 겁니다.

한국에서도 1년에 많아야 60곳 정도 식당이 선정되는데요.

한 대기업 구내 식당에서 이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음식점 메뉴를 특식이라며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음식점에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원동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 산둥성에서 직접 전수 받은 레시피.

SK하이닉스의 구내 식당 메뉴 소개입니다.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유명 맛집 메뉴를 특식으로 준다는 소식에 직원들도 길게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맛이 달랐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음성변조 : "괜찮다 생각보다 나쁘다, 확실히 나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해당 음식점에 물어보니, 특식 제공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홍용주/우육면 식당 사장 : "제휴한 것처럼 이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저희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는데…"]

비슷한 메뉴를 내놓으면서 유명 음식점 이름을 걸고 홍보한 겁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구내 식당에서 제공한 메뉴,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11차례에 걸쳐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거나 방송에 소개된 맛집 메뉴를 한 달에 한 번 특식으로 내놨습니다.

모두들 해당 기업 측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고 조리법을 제공한 적도 없다,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이진석/냉면집 직원 : "한두 명도 아닐텐데 거기서 먹고 나서 실망스러우면 매장에도 안오실거고..."]

음식점들로선 상표권 침해를 주장해야 할 상황.

하지만 구내 식당이어서 법적 대응도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전소연/변호사·변리사 : "구내식당을 이런 유명 맛집으로 소개 내지 광고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다만 메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름을 도용당한 음식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홍용주/우육면 식당 사장 :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노력을 지켜내지 못하는 법이라면 이건 사각지대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 측은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직원 복지 이벤트'였다며 행사는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송혜성 김경민/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박미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유명 맛집 메뉴가 대기업 구내식당에?
    • 입력 2023-05-30 07:37:28
    • 수정2023-05-30 08:21:38
    뉴스광장
[앵커]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맛집 안내서, 하면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미쉐린 가이드'일 겁니다.

한국에서도 1년에 많아야 60곳 정도 식당이 선정되는데요.

한 대기업 구내 식당에서 이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음식점 메뉴를 특식이라며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음식점에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원동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 산둥성에서 직접 전수 받은 레시피.

SK하이닉스의 구내 식당 메뉴 소개입니다.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유명 맛집 메뉴를 특식으로 준다는 소식에 직원들도 길게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맛이 달랐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음성변조 : "괜찮다 생각보다 나쁘다, 확실히 나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해당 음식점에 물어보니, 특식 제공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홍용주/우육면 식당 사장 : "제휴한 것처럼 이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저희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는데…"]

비슷한 메뉴를 내놓으면서 유명 음식점 이름을 걸고 홍보한 겁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구내 식당에서 제공한 메뉴,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11차례에 걸쳐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거나 방송에 소개된 맛집 메뉴를 한 달에 한 번 특식으로 내놨습니다.

모두들 해당 기업 측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고 조리법을 제공한 적도 없다,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이진석/냉면집 직원 : "한두 명도 아닐텐데 거기서 먹고 나서 실망스러우면 매장에도 안오실거고..."]

음식점들로선 상표권 침해를 주장해야 할 상황.

하지만 구내 식당이어서 법적 대응도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전소연/변호사·변리사 : "구내식당을 이런 유명 맛집으로 소개 내지 광고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다만 메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름을 도용당한 음식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홍용주/우육면 식당 사장 :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노력을 지켜내지 못하는 법이라면 이건 사각지대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 측은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직원 복지 이벤트'였다며 행사는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송혜성 김경민/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박미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