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팩트체크K]

입력 2023.06.03 (14:00) 수정 2023.06.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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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한민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공식 통계로만 84만 명이 넘고 불법체류 외국인까지 합하면 1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로나19로 나라 빗장을 걸어 잠갔던 기간 동안 잠시 주춤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는 누군가의 편견으로, 때로는 목적성을 띤 '가짜뉴스'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KBS 팩트체크K팀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연속 기획 팩트체크 <'외노자'를 말하다>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각종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증해보려는 취지입니다.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내용은 관련 맥락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총 8편의 기사가 주말·공휴일에 송고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해야 소모적 논쟁이 줄고 건설적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믿습니다.


① [팩트체크K]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소위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이런 인식은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매번 응답자의 30% 넘는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 30.2% (2015) 34.6% (2018) 32.9% (2021) 32.8%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비전문직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늘리기로 하자 온라인 공간에는 비판 글이 대거 올라왔습니다.

온라인 댓글 종합온라인 댓글 종합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정부와 외국인 노동자가 오히려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인데요. 일자리는 누군가의 생계를 결정짓는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말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취업 외국인 수는 80만 명대, 전체 취업자의 3% 수준

일단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84만 3천여 명입니다. 같은 기간 내·외국인 전체 취업자 수가 2,808만 9천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체 취업자의 3% 수준입니다. (합법적 체류자 기준)

과거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료를 모두 살펴봐도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매년 3%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매년 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80만 명이 넘는 외국인 취업자들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려면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 평소 내국인도 취업하고 싶어 하고 적극 지원하는 곳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빼앗는다’는 의미가 ‘남의 것을 억지로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내국인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자리에 다수의 외국인이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라면 그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주로 30인 미만 제조업 근무, 월급은 200~300만 원 선

이를 위해 위와 같은 기간(2017~2022년) 국내 외국인 취업자 현황을 산업, 회사 규모, 종사상 지위, 근속기간, 월 평균 임금 수준별로 따져봤습니다.

우선 산업별 현황으로 보면 해당 기간 내내 제조업이 다른 산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외국인 취업자의 45% 정도가 제조업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그 다음으로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보다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규모입니다. 그 뒤로 건설업과 농림어업,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종사자 수도 수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많지만, 이는 개인사업이나 임대 서비스업, 협회·단체 등 소수의 21개 분야 종사자 수를 모두 합쳐놓은 것이어서 다른 산업 분야 종사자 수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보통 떠올리는 ‘일자리’ 개념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주로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7명 정도가 직원 수 30명 미만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소기업에 해당하는 ‘10~29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소상공인으로 분류되는 ‘5~9명’과 영세기업으로 분류되는 ‘4명 이하’순입니다. 2020년부터 ‘4명 이하’ 영세기업 종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닙니다.

반면, 300명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3% 수준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근속기간과 월평균 임금으로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약 60%가 1년 이상 근무하는 상용직이고 3년 이상 근속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1~2년만 근무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월평균 임금은 절반 이상이 ‘200~3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종합하면,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개 직원 수 30명 미만의 제조업 회사에서 1~2년, 혹은 3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월평균 임금은 200~300만 원 수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 내국인이 외국인에 밀려 취업을 못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일자리에 내국인은 얼마나 지원하고 있을까요?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밀려 취업을 못 한 사람들이 많을까요?

수많은 기업의 내·외국인 지원현황을 산업이나 직종별로 구분해 취합한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발간하는 < 직종별사업체 노동력조사 보고서>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따져볼 수는 있습니다. 산업·직종별로 필요한 사람이 몇 명이고 실체 채용한 사람은 몇 명인지 등을 통해 추정해보는 식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 있는 ‘제조업’ 현장의 인력수급 현황을 추려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내·외국 인력 모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굳이 '외국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고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다는 게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위와 같은 기간(2017~2022년) 제조업 분야의 ‘부족 인원’은 매년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6만 명 수준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부족 인원’은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력입니다.

이를 내·외국 인력의 '미충원 인원'으로 나눠서 보면 내국인이 매년 수만 명씩, 외국인은 수천 명씩 부족했습니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인했음에도 채용이 안 된 인원(구인 인원-채용 인원)을 뜻합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내국인 미충원 인원이 당연히 외국인 미충원 인원보다 많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극도로 제한되고 출국자가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2021~2022년엔 내·외국 일손이 더 부족해졌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내·외국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인력난에 허덕인 300인 미만 회사들은 스스로 그 요인을 뭐라고 봤을까요? < 직종별사업체 노동력조사 보고서 >에는 내국인을 못 구해 결원이 생긴 경우 사측이 그 사유를 기재하게 했는데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는 응답과 함께 매년 아래와 같은 내용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리하면,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은 저임금의 내국인 기피업종이어서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조업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는 도소매·음식업, 건설업, 농림어업 등 다른 업종들에서도 내·외국인 상관없이 일할 사람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그래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들을 ‘빈 일자리’로 규정하고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구직자와 기업 간 불일치)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최근 고용둔화 우려에도 산업 현장에는 빈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 불균형이 지속 되고 있습니다. 업종별 맞춤형으로 내국인 유입을 확대하고 외국 인력 활용 유연화를 병행해 일자리 매칭을 강화하겠습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3.8 비상경제장관회의 발언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내국인이 지원을 잘 안 하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업종입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말 잘 통하고 일 잘하는 내국인을 구하고 싶죠. 그런데 지원들을 너무 안 하니까 외국인을 쓰는 거죠.”
- 이기중 /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

■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우리 일자리,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학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진 않았습니다.

분석 대상과 방법·표본·데이터 해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데다 과거 연구결과가 현재의 고용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객관적 연구가 어려운 주제라는 말도 나옵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연구는 연구대로 계속 진행하되 외국인력이 국내 산업현장을 '보완'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을 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국인력이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 하는 게 아주 어려워요. 또 연구 당시에는 공신력 있는 결과였다고 해도 노동시장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지금도 그대로 유용하다고 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대체'냐 '보완'이냐 하는 논쟁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외국인력의 '보완성'을 강화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이냐, 그걸 논의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판정: '대체로 사실 아님'

그럼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분포에 대한 각종 자료를 뜯어보면 다수의 외국 인력이 소규모·저임금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 현장일수록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인력난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고용주들은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아서”라거나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서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용했다는 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일일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고용노동부와 다수의 고용주, 외국인 노동자와 지원단체 관계자, 학자들도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곳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이번 기사는 우리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내용이어서 특정 업종의 내밀한 상황으로 들어가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설업이 대표적인데 해당 내용은 후속 기사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팩트체크K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합니다.

팩트체크K는 검증 명제에 대해 <사실-대체로 사실-절반의 사실-대체로 사실 아님-사실 아님>과 함께 현 시점에서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판단유보>로 판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라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근거 없이 막연히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엉뚱한 곳에서 찾으면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단순히 노동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팩트체크K는 이후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데이터가 설명해주지 못한 다양한 노동 현장의 목소리와 실태를 전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영상편집: 이의선)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관 기사]
①[팩트체크K]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1013
②[팩트체크K] 외국인력 없이는 정말 ‘뿌리산업’ 지탱이 힘든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1186
③[팩트체크K] 건설현장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장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2794
④[팩트체크K] 외국인력 알선 정책이 되레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6182
⑤[팩트체크K] 외국인 노동자 처우가 열악하다는 건 과장된 사실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6344
⑥[팩트체크K] 선진국은 외국인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달리 지급할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1726
⑦[팩트체크K]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범죄를 많이 저지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1977
⑧[영상] “이주민은 문제가 아닌 해결책”…이주민 통합에 나선 독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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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팩트체크K]
    • 입력 2023-06-03 14:00:18
    • 수정2023-06-19 11:10:42
    팩트체크K
대한민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공식 통계로만 84만 명이 넘고 불법체류 외국인까지 합하면 1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로나19로 나라 빗장을 걸어 잠갔던 기간 동안 잠시 주춤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br /><br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는 누군가의 편견으로, 때로는 목적성을 띤 '가짜뉴스'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br /><br />그래서 KBS 팩트체크K팀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연속 기획 팩트체크 &lt;'외노자'를 말하다&gt;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각종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증해보려는 취지입니다.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내용은 관련 맥락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총 8편의 기사가 주말·공휴일에 송고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해야 소모적 논쟁이 줄고 건설적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믿습니다. <br />

① [팩트체크K]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소위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이런 인식은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매번 응답자의 30% 넘는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 30.2% (2015) 34.6% (2018) 32.9% (2021) 32.8%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비전문직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늘리기로 하자 온라인 공간에는 비판 글이 대거 올라왔습니다.

온라인 댓글 종합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정부와 외국인 노동자가 오히려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인데요. 일자리는 누군가의 생계를 결정짓는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말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취업 외국인 수는 80만 명대, 전체 취업자의 3% 수준

일단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84만 3천여 명입니다. 같은 기간 내·외국인 전체 취업자 수가 2,808만 9천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체 취업자의 3% 수준입니다. (합법적 체류자 기준)

과거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료를 모두 살펴봐도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매년 3%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매년 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80만 명이 넘는 외국인 취업자들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려면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 평소 내국인도 취업하고 싶어 하고 적극 지원하는 곳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빼앗는다’는 의미가 ‘남의 것을 억지로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내국인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자리에 다수의 외국인이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라면 그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주로 30인 미만 제조업 근무, 월급은 200~300만 원 선

이를 위해 위와 같은 기간(2017~2022년) 국내 외국인 취업자 현황을 산업, 회사 규모, 종사상 지위, 근속기간, 월 평균 임금 수준별로 따져봤습니다.

우선 산업별 현황으로 보면 해당 기간 내내 제조업이 다른 산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외국인 취업자의 45% 정도가 제조업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그 다음으로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보다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규모입니다. 그 뒤로 건설업과 농림어업,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종사자 수도 수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많지만, 이는 개인사업이나 임대 서비스업, 협회·단체 등 소수의 21개 분야 종사자 수를 모두 합쳐놓은 것이어서 다른 산업 분야 종사자 수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보통 떠올리는 ‘일자리’ 개념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주로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7명 정도가 직원 수 30명 미만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소기업에 해당하는 ‘10~29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소상공인으로 분류되는 ‘5~9명’과 영세기업으로 분류되는 ‘4명 이하’순입니다. 2020년부터 ‘4명 이하’ 영세기업 종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닙니다.

반면, 300명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3% 수준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근속기간과 월평균 임금으로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약 60%가 1년 이상 근무하는 상용직이고 3년 이상 근속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1~2년만 근무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월평균 임금은 절반 이상이 ‘200~3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종합하면,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개 직원 수 30명 미만의 제조업 회사에서 1~2년, 혹은 3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월평균 임금은 200~300만 원 수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 내국인이 외국인에 밀려 취업을 못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일자리에 내국인은 얼마나 지원하고 있을까요?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밀려 취업을 못 한 사람들이 많을까요?

수많은 기업의 내·외국인 지원현황을 산업이나 직종별로 구분해 취합한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발간하는 < 직종별사업체 노동력조사 보고서>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따져볼 수는 있습니다. 산업·직종별로 필요한 사람이 몇 명이고 실체 채용한 사람은 몇 명인지 등을 통해 추정해보는 식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 있는 ‘제조업’ 현장의 인력수급 현황을 추려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내·외국 인력 모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굳이 '외국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고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다는 게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위와 같은 기간(2017~2022년) 제조업 분야의 ‘부족 인원’은 매년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6만 명 수준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부족 인원’은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력입니다.

이를 내·외국 인력의 '미충원 인원'으로 나눠서 보면 내국인이 매년 수만 명씩, 외국인은 수천 명씩 부족했습니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인했음에도 채용이 안 된 인원(구인 인원-채용 인원)을 뜻합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내국인 미충원 인원이 당연히 외국인 미충원 인원보다 많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극도로 제한되고 출국자가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2021~2022년엔 내·외국 일손이 더 부족해졌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내·외국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인력난에 허덕인 300인 미만 회사들은 스스로 그 요인을 뭐라고 봤을까요? < 직종별사업체 노동력조사 보고서 >에는 내국인을 못 구해 결원이 생긴 경우 사측이 그 사유를 기재하게 했는데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는 응답과 함께 매년 아래와 같은 내용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리하면,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은 저임금의 내국인 기피업종이어서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조업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는 도소매·음식업, 건설업, 농림어업 등 다른 업종들에서도 내·외국인 상관없이 일할 사람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그래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들을 ‘빈 일자리’로 규정하고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구직자와 기업 간 불일치)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최근 고용둔화 우려에도 산업 현장에는 빈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 불균형이 지속 되고 있습니다. 업종별 맞춤형으로 내국인 유입을 확대하고 외국 인력 활용 유연화를 병행해 일자리 매칭을 강화하겠습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3.8 비상경제장관회의 발언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내국인이 지원을 잘 안 하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업종입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말 잘 통하고 일 잘하는 내국인을 구하고 싶죠. 그런데 지원들을 너무 안 하니까 외국인을 쓰는 거죠.”
- 이기중 /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

■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우리 일자리,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학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진 않았습니다.

분석 대상과 방법·표본·데이터 해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데다 과거 연구결과가 현재의 고용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객관적 연구가 어려운 주제라는 말도 나옵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연구는 연구대로 계속 진행하되 외국인력이 국내 산업현장을 '보완'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을 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국인력이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 하는 게 아주 어려워요. 또 연구 당시에는 공신력 있는 결과였다고 해도 노동시장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지금도 그대로 유용하다고 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대체'냐 '보완'이냐 하는 논쟁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외국인력의 '보완성'을 강화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이냐, 그걸 논의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판정: '대체로 사실 아님'

그럼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분포에 대한 각종 자료를 뜯어보면 다수의 외국 인력이 소규모·저임금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 현장일수록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인력난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고용주들은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아서”라거나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서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용했다는 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일일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고용노동부와 다수의 고용주, 외국인 노동자와 지원단체 관계자, 학자들도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곳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이번 기사는 우리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내용이어서 특정 업종의 내밀한 상황으로 들어가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설업이 대표적인데 해당 내용은 후속 기사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팩트체크K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합니다.

팩트체크K는 검증 명제에 대해 <사실-대체로 사실-절반의 사실-대체로 사실 아님-사실 아님>과 함께 현 시점에서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판단유보>로 판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라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근거 없이 막연히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엉뚱한 곳에서 찾으면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단순히 노동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팩트체크K는 이후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데이터가 설명해주지 못한 다양한 노동 현장의 목소리와 실태를 전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영상편집: 이의선)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관 기사]
①[팩트체크K]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1013
②[팩트체크K] 외국인력 없이는 정말 ‘뿌리산업’ 지탱이 힘든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1186
③[팩트체크K] 건설현장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장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2794
④[팩트체크K] 외국인력 알선 정책이 되레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6182
⑤[팩트체크K] 외국인 노동자 처우가 열악하다는 건 과장된 사실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6344
⑥[팩트체크K] 선진국은 외국인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달리 지급할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1726
⑦[팩트체크K]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범죄를 많이 저지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1977
⑧[영상] “이주민은 문제가 아닌 해결책”…이주민 통합에 나선 독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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