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공무원은 “갑질 심각!”, 간부 공무원은 “뭐가 문제?”

[앵커]

'위계질서', '상명하복'으로 설명되던 한국의 조직 문화가 'MZ세대'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바뀌고 있죠.

딱딱하다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상급자의 언행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세대에 따라 '갑질'에 대한 인식도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야, 얼른 자료 달라고.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

["옷이 좀 거시기하고 부담스럽네?"]

회사에서 무심코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는 내용의 영상.

광주광역시가 제작한 '갑질 방지' 홍보 영상입니다.

영상 제작을 위해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른바 'MZ세대' 공무원 40명과 4~50대의 팀장급 공무원 20명에게 네 가지 사례를 주고 '갑질'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겁니다.

MZ세대들은 대부분 갑질이라고 봤지만, 팀장급 공무원들은 '복장 지적' 빼고는 갑질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유효 응답자가 9백여 명에 이르는 광주 공무원 인권 실태조사에서도 갑질에 대한 인식과 경험의 세대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30대 공무원은 60% 이상이, 직·간접적 갑질을 경험했지만 50대는 38%만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간부 공무원의 갑질 경험은 하위직에 비해 절반에 그쳤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MZ 공무원들의 퇴사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은지/노무사/광주광역시의원 : "소통회나 간담회 같은 경우에는 형식적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MZ 공무원들의) 개별적인 의견들, 업무 결정 과정에서의 의견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직장 내 갑질의 발생 원인은 '경직된 조직 문화'.

갑질 경험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근무 의욕 감퇴'였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