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백만 원’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저출생 대책 될 수 있을까?

입력 2023.06.06 (21:34) 수정 2023.06.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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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사와 돌봄노동 비용 부담을 낮춰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시범 사업이 시작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먼저 김영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0대 중반의 이 필리핀 여성은 입주 가사노동자로 2년간 일했습니다.

집안일과 두 아이의 육아뿐 아니라 영어도 가르쳤는데, 월급으로 2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전 필리핀 가사노동자/음성변조 : "전 괜찮았어요. 가끔 애들 영어도 조금씩 가르쳤어요. 새로 온 사람에겐 (월급 200만 원도) 큰 돈이죠."]

현행법상 가사 노동자는 중국과 구소련 동포들, 외국인 중에선 영주권자나 결혼 이민자만 가능해 다른 나라 출신 상당수는 불법 체류 신분입니다.

[B 씨/필리핀 결혼이민자/음성변조 : "아는 사람들 압구정에도 있고, (가사노동자로) 이태원에서도 일하고..."]

한 국회의원은 가사노동자 외국인 국적 범위를 넓히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빼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조정훈/시대전환 의원/지난 3월 21일 : "이 법안이 실현된다면 싱가포르와 같이 월 100만 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저출생 대책을 고민 중인 정부는 고용노동부 인증기관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각 가정은 해당 기관과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상임/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 "서비스 영역이고 특히 또 사람과 가정, 사적인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충분히 일반하고 다르다는 것을 저희도 고민하고 있고."]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고용허가제 비자 지급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국내 노동자들과 똑같이 최저임금이 적용돼 월급은 2백만 원을 넘게 됩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 조건 등 확정된 건 없다면서, 국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제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

[앵커]

이같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BS가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습니다.

저출생 상황이 실제로 나아질지, 추가로 생겨날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어서 이정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비용' 문제였습니다.

[이순임/서울 영등포구 : "동남아에서 오면 아무래도 여기서 생활하는 게 우리 주민들은 더 좋죠. 우리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비싸고…"]

[이재광/서울 영등포구 : "일단 저임금이 아닌 것 같고요. 2백만 원에 (노동자를) 수입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믿고 맡길 수 있겠냐,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최수림/경기 화성시 :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신뢰가 좀 부족하니까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는…"]

[유환범/서울 동작구 :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이게 핵심이지 단순히 육아가 힘들고 이런 거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우리 주변국들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 일본은 2017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하는 형태는 '입주형'과 '출퇴근형'으로 나뉩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이 내국인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일본은 내국인과 임금 수준이 비슷합니다.

입주형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성폭력' 등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조혁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외교 문제로 비화된 적도 많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좀 방지하고자 (일본은) 입주형은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임금 같은 경우에도 일본에서 일하면 일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가 수준이 있기 때문에…"]

문제는 이 나라들에서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제도를 도입한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대표적인 저출생 국가들입니다.

일본도 반등 기미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국내 가사노동자들의 걱정도 경청해야 합니다.

[최영미/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 "연차수당, 주휴, 퇴직금, 하다 못해 이동하는 교통비 이런 실비를 전부 빼고 나면 최저임금이 안 돼요. 현재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외국 인력을 최저임금도 안 주고 더 들여온다고 하면 현재 임금 수준은 더욱더 낮아지겠죠."]

서둘러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실제 외국인 가사 노동자가 필요한지 수요조사부터 제대로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재현 박장빈/영상편집:최근혁 이윤진/그래픽:김정현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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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2백만 원’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저출생 대책 될 수 있을까?
    • 입력 2023-06-06 21:34:59
    • 수정2023-06-06 2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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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사와 돌봄노동 비용 부담을 낮춰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시범 사업이 시작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먼저 김영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0대 중반의 이 필리핀 여성은 입주 가사노동자로 2년간 일했습니다.

집안일과 두 아이의 육아뿐 아니라 영어도 가르쳤는데, 월급으로 2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전 필리핀 가사노동자/음성변조 : "전 괜찮았어요. 가끔 애들 영어도 조금씩 가르쳤어요. 새로 온 사람에겐 (월급 200만 원도) 큰 돈이죠."]

현행법상 가사 노동자는 중국과 구소련 동포들, 외국인 중에선 영주권자나 결혼 이민자만 가능해 다른 나라 출신 상당수는 불법 체류 신분입니다.

[B 씨/필리핀 결혼이민자/음성변조 : "아는 사람들 압구정에도 있고, (가사노동자로) 이태원에서도 일하고..."]

한 국회의원은 가사노동자 외국인 국적 범위를 넓히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빼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조정훈/시대전환 의원/지난 3월 21일 : "이 법안이 실현된다면 싱가포르와 같이 월 100만 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저출생 대책을 고민 중인 정부는 고용노동부 인증기관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각 가정은 해당 기관과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상임/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 "서비스 영역이고 특히 또 사람과 가정, 사적인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충분히 일반하고 다르다는 것을 저희도 고민하고 있고."]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고용허가제 비자 지급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국내 노동자들과 똑같이 최저임금이 적용돼 월급은 2백만 원을 넘게 됩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 조건 등 확정된 건 없다면서, 국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제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

[앵커]

이같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BS가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습니다.

저출생 상황이 실제로 나아질지, 추가로 생겨날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어서 이정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비용' 문제였습니다.

[이순임/서울 영등포구 : "동남아에서 오면 아무래도 여기서 생활하는 게 우리 주민들은 더 좋죠. 우리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비싸고…"]

[이재광/서울 영등포구 : "일단 저임금이 아닌 것 같고요. 2백만 원에 (노동자를) 수입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믿고 맡길 수 있겠냐,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최수림/경기 화성시 :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신뢰가 좀 부족하니까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는…"]

[유환범/서울 동작구 :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이게 핵심이지 단순히 육아가 힘들고 이런 거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우리 주변국들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 일본은 2017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하는 형태는 '입주형'과 '출퇴근형'으로 나뉩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이 내국인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일본은 내국인과 임금 수준이 비슷합니다.

입주형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성폭력' 등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조혁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외교 문제로 비화된 적도 많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좀 방지하고자 (일본은) 입주형은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임금 같은 경우에도 일본에서 일하면 일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가 수준이 있기 때문에…"]

문제는 이 나라들에서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제도를 도입한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대표적인 저출생 국가들입니다.

일본도 반등 기미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국내 가사노동자들의 걱정도 경청해야 합니다.

[최영미/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 "연차수당, 주휴, 퇴직금, 하다 못해 이동하는 교통비 이런 실비를 전부 빼고 나면 최저임금이 안 돼요. 현재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외국 인력을 최저임금도 안 주고 더 들여온다고 하면 현재 임금 수준은 더욱더 낮아지겠죠."]

서둘러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실제 외국인 가사 노동자가 필요한지 수요조사부터 제대로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재현 박장빈/영상편집:최근혁 이윤진/그래픽:김정현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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