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재 중에도 2명 실신…“혼잡률 측정, 2년간 3번뿐”

입력 2023.06.16 (19:19) 수정 2023.06.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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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승객들이 너무 많아 실신 사고가 잇따랐던 김포골드라인 지하철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지하철 과밀대책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혼잡률' 자료가, 측정 단계부터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발 디딜 틈 없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급정거하자, 승객들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립니다.

취재팀이 나간 날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 2명이 들려 나갔습니다.

다른 승객들 안에 파묻혔다가 정신을 잃은 겁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실신 뒤 회복 : "정신 차려보니까 쓰러져 있고... 다른 분들이 (저를) 깨우고 계셨던 상황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김포라인 과밀 문제가 지난 4월 다시 불거지자,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오후석/경기도 행정2부지사/지난 4월 : "(김포골드라인의) 최대 혼잡률은 289%입니다. 평균 혼잡률을 200% 미만으로 줄이겠습니다."]

혼잡률이란 전동차 내 밀집도를 말하는데, 김포라인 운영사는 전동차 한 편에 270명이 타면 혼잡률을 200%로 봅니다.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이 혼잡률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결과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김포골드라인에서 혼잡률이 공식 측정된 건 단 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역사당 직원 한 명이 눈대중으로 잰 거였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운영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시스템상 '일별' 이렇게 측정할 수는 없긴 하거든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6일부터는 외부인력을 임시로 불러 혼잡률을 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누르며 눈으로 승객을 세는 방식입니다.

임시 인력이 철수하면 예전처럼 다시 직원 1명이 측정해야 합니다.

[김포골드라인 A 직원/음성변조 : "(승강장이) 고객들로 꽉 차요. 그럼 혼자서 인원을 다 세야 하는데...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죠."]

역사 한 곳의 근무 인원이 1명뿐이어서, 안전 관리 같은 필수 업무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B 직원/음성변조 : "근무자가 1명밖에 없으니까 계수도 해야하고, 사람들이 뭐 물어보면 대답도 해야 되고, 안전 업무도 해야 되고..."]

서울지하철은 이와 달리 전동차 무게를 재거나 무선 통신량으로 승객수를 자동 측정합니다.

[박정민/서울교통공사 : "재차(승객이 탄 전동차) 전체 인원의 무게를 잰 후에 대한민국 평균 체중인 65kg으로 나눠서 인원 수를 측정하고..."]

제대로 된 혼잡률 조사도 없이 전동차 과밀 대책을 세우겠다는 김포골드라인.

오늘도 수만 명의 승객들이 전동차 안으로 몸을 욱여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박미주/자료제공:국회 국토교통위 김두관 의원·기획재정위 김주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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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취재 중에도 2명 실신…“혼잡률 측정, 2년간 3번뿐”
    • 입력 2023-06-16 19:19:17
    • 수정2023-06-17 07:59:19
    뉴스 7
[앵커]

승객들이 너무 많아 실신 사고가 잇따랐던 김포골드라인 지하철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지하철 과밀대책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혼잡률' 자료가, 측정 단계부터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발 디딜 틈 없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급정거하자, 승객들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립니다.

취재팀이 나간 날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 2명이 들려 나갔습니다.

다른 승객들 안에 파묻혔다가 정신을 잃은 겁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실신 뒤 회복 : "정신 차려보니까 쓰러져 있고... 다른 분들이 (저를) 깨우고 계셨던 상황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김포라인 과밀 문제가 지난 4월 다시 불거지자,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오후석/경기도 행정2부지사/지난 4월 : "(김포골드라인의) 최대 혼잡률은 289%입니다. 평균 혼잡률을 200% 미만으로 줄이겠습니다."]

혼잡률이란 전동차 내 밀집도를 말하는데, 김포라인 운영사는 전동차 한 편에 270명이 타면 혼잡률을 200%로 봅니다.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이 혼잡률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결과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김포골드라인에서 혼잡률이 공식 측정된 건 단 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역사당 직원 한 명이 눈대중으로 잰 거였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운영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시스템상 '일별' 이렇게 측정할 수는 없긴 하거든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6일부터는 외부인력을 임시로 불러 혼잡률을 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누르며 눈으로 승객을 세는 방식입니다.

임시 인력이 철수하면 예전처럼 다시 직원 1명이 측정해야 합니다.

[김포골드라인 A 직원/음성변조 : "(승강장이) 고객들로 꽉 차요. 그럼 혼자서 인원을 다 세야 하는데...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죠."]

역사 한 곳의 근무 인원이 1명뿐이어서, 안전 관리 같은 필수 업무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B 직원/음성변조 : "근무자가 1명밖에 없으니까 계수도 해야하고, 사람들이 뭐 물어보면 대답도 해야 되고, 안전 업무도 해야 되고..."]

서울지하철은 이와 달리 전동차 무게를 재거나 무선 통신량으로 승객수를 자동 측정합니다.

[박정민/서울교통공사 : "재차(승객이 탄 전동차) 전체 인원의 무게를 잰 후에 대한민국 평균 체중인 65kg으로 나눠서 인원 수를 측정하고..."]

제대로 된 혼잡률 조사도 없이 전동차 과밀 대책을 세우겠다는 김포골드라인.

오늘도 수만 명의 승객들이 전동차 안으로 몸을 욱여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박미주/자료제공:국회 국토교통위 김두관 의원·기획재정위 김주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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