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업체 용역 수행 교수가 심의 의견?

입력 2023.07.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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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녹색연합)

알록달록한 연산호가 가득 있어야 할 암반이 반질반질합니다. 무언가와 지속적으로 접촉이 이뤄졌던 듯, 곳곳에 부딪히거나 긁힌 자국도 가득합니다.

절대보전구역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 20여m 아래 풍경입니다.

이 일대 연산호 군락이 수십 년간 서귀포 앞바다에서 운항 중인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이 환경단체 '녹색연합'으로부터 제기된 것은 지난해 6월, (2022년 6월 8일 KBS 보도 “관광 잠수함에 제주 바다 훼손”…환경단체 조사 촉구) 녹색연합은 장기간 자체 현장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 같은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전달했습니다.

이 같은 연산호 군락 훼손 의혹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문화재청이 자체 정밀조사에서 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절대보전지역이 망가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부터입니다. (2023년 3월 5일 KBS 보도 관광잠수함 제주 바다 훼손 사실로…문화재청 “고발 조치”)

문화재청의 고발 지시를 받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서귀포잠수함 업체를 서귀포해경에 고발했고, 서귀포해경은 지난달 초, 서귀포잠수함 업체와 대표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 관광잠수함 업체 '모니터링 용역' 수행한 교수도 검찰 송치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

절대보전구역인 서귀포 문섬 일대 연산호 군락을 훼손한 혐의로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가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2023년 6월 8일 KBS 보도 ‘연산호 군락 훼손’ 잠수함 업체 검찰 송치), 해당 업체의 운항 허가 심의 과정에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던 모 대학 교수도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달 28일, 뇌물수수와 사기 혐의로 A 교수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 교수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해당 잠수함 업체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이를 수행하고, 전문위원으로서 문화재청의 관광잠수함 운항 연장 심의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해경은 A 교수가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수행한 것을 '뇌물수수 행위'로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A 교수가 계약한 용역이 천연기념물 현상변경허가(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기간 연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이면서 업체 용역 수행…업체 측에 유리한 의견 제시"

이 관광잠수함은 정기적으로 문화재청에서 운항을 연장하는 심의를 받습니다. 2015년 말, 2년 운항 연장을 허가받은 이 업체는 2017년에는 1년 더 연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듬해에는 2년 운항 연장 허가를 받아 운항을 이어갔고, 지난 2020년 말에는 3년 연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환경단체는 이 같은 운항 연장 허가 결정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차례 진행된 용역 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용역은 잠수함 운영 업체가 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인 A 교수에게 의뢰한 용역이었고, A 교수가 제출한 의견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실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A 교수는 2017년 제11차, 제12차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 당시 모 대학교 '군집천이(회복) 과정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관광잠수함 연장 허가 심의를 제안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용역 결과에 따라 관광잠수함 연장 허가를 판단하자는 의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검찰에 송치된 A 교수는 해당 모니터링 보고서 중 일부를 허위로 작성했거나, 조사하지 않은 내용을 조사한 것처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 문화재청 '허술한 심의' 의혹?…"수사 결과 지켜볼 것"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해당 교수가 관여한 문화재위원회 관광잠수함 운항 연장 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색연합은 "A 교수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서 제척되지 않은 채 용역을 수행한 본인이 검토 의견을 냈고, 잠수함 운항 허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 같은 거짓 보고서는 잠수함 운항 연장 허가가 난 것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검찰은 A 교수가 수행한 관광잠수함 관련 연구용역 2건 이외에 문화재청, 세계유산본부와 계약한 모든 용역의 불법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전문위원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데다 '제척 대상'은 아니라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모니터링 보고서는 A 교수가 개인적인 계약 행위를 통해 만든 것이고, 해당 보고서를 문화재위원회에 참석해 보고한 것"이라면서 "문화재위원은 해당 보고서 내용뿐만 아니라 심의 자료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즉, 여러 가지 변수 중 하나"라며 '부실 심의'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 보호"라며 "지금까지 이뤄진 심의가 공정한 심의였는지, 또 앞으로도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

■ A 교수 측 "관련 혐의 사실과 전혀 달라…곧 입장 밝힐 것"

이에 대해 A 교수 측은 뇌물수수와 허위 용역 보고서 작성 혐의 모두 법리적으로 보나, 사실 관계의 측면에서 보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A 교수의 변호인은 전날(4일) 언론사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피의자는 제주해경의 소환 요청을 받고 2회에 걸쳐 자진 출석해, '뇌물수수'와 '허위 용역보고서 작성 혐의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소명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면서 "피의사실 중 일부를 공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A 교수의 변호인은 5일 KBS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때가 되면 피의자 입장, 이 사건 수사 경위, 무리한 법령 적용 등 법리적 쟁점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배포하거나 설명 자리를 열겠다"면서 "지금은 수사 중이라 부정확한 보도 내용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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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업체 용역 수행 교수가 심의 의견?
    • 입력 2023-07-06 06: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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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녹색연합)
알록달록한 연산호가 가득 있어야 할 암반이 반질반질합니다. 무언가와 지속적으로 접촉이 이뤄졌던 듯, 곳곳에 부딪히거나 긁힌 자국도 가득합니다.

절대보전구역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 20여m 아래 풍경입니다.

이 일대 연산호 군락이 수십 년간 서귀포 앞바다에서 운항 중인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이 환경단체 '녹색연합'으로부터 제기된 것은 지난해 6월, (2022년 6월 8일 KBS 보도 “관광 잠수함에 제주 바다 훼손”…환경단체 조사 촉구) 녹색연합은 장기간 자체 현장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 같은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전달했습니다.

이 같은 연산호 군락 훼손 의혹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문화재청이 자체 정밀조사에서 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절대보전지역이 망가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부터입니다. (2023년 3월 5일 KBS 보도 관광잠수함 제주 바다 훼손 사실로…문화재청 “고발 조치”)

문화재청의 고발 지시를 받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서귀포잠수함 업체를 서귀포해경에 고발했고, 서귀포해경은 지난달 초, 서귀포잠수함 업체와 대표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 관광잠수함 업체 '모니터링 용역' 수행한 교수도 검찰 송치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
절대보전구역인 서귀포 문섬 일대 연산호 군락을 훼손한 혐의로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가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2023년 6월 8일 KBS 보도 ‘연산호 군락 훼손’ 잠수함 업체 검찰 송치), 해당 업체의 운항 허가 심의 과정에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던 모 대학 교수도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달 28일, 뇌물수수와 사기 혐의로 A 교수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 교수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해당 잠수함 업체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이를 수행하고, 전문위원으로서 문화재청의 관광잠수함 운항 연장 심의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해경은 A 교수가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수행한 것을 '뇌물수수 행위'로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A 교수가 계약한 용역이 천연기념물 현상변경허가(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기간 연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이면서 업체 용역 수행…업체 측에 유리한 의견 제시"

이 관광잠수함은 정기적으로 문화재청에서 운항을 연장하는 심의를 받습니다. 2015년 말, 2년 운항 연장을 허가받은 이 업체는 2017년에는 1년 더 연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듬해에는 2년 운항 연장 허가를 받아 운항을 이어갔고, 지난 2020년 말에는 3년 연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환경단체는 이 같은 운항 연장 허가 결정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차례 진행된 용역 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용역은 잠수함 운영 업체가 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인 A 교수에게 의뢰한 용역이었고, A 교수가 제출한 의견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실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A 교수는 2017년 제11차, 제12차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 당시 모 대학교 '군집천이(회복) 과정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관광잠수함 연장 허가 심의를 제안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용역 결과에 따라 관광잠수함 연장 허가를 판단하자는 의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검찰에 송치된 A 교수는 해당 모니터링 보고서 중 일부를 허위로 작성했거나, 조사하지 않은 내용을 조사한 것처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 문화재청 '허술한 심의' 의혹?…"수사 결과 지켜볼 것"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해당 교수가 관여한 문화재위원회 관광잠수함 운항 연장 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색연합은 "A 교수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서 제척되지 않은 채 용역을 수행한 본인이 검토 의견을 냈고, 잠수함 운항 허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 같은 거짓 보고서는 잠수함 운항 연장 허가가 난 것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검찰은 A 교수가 수행한 관광잠수함 관련 연구용역 2건 이외에 문화재청, 세계유산본부와 계약한 모든 용역의 불법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전문위원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데다 '제척 대상'은 아니라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모니터링 보고서는 A 교수가 개인적인 계약 행위를 통해 만든 것이고, 해당 보고서를 문화재위원회에 참석해 보고한 것"이라면서 "문화재위원은 해당 보고서 내용뿐만 아니라 심의 자료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즉, 여러 가지 변수 중 하나"라며 '부실 심의'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 보호"라며 "지금까지 이뤄진 심의가 공정한 심의였는지, 또 앞으로도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녹색연합)
■ A 교수 측 "관련 혐의 사실과 전혀 달라…곧 입장 밝힐 것"

이에 대해 A 교수 측은 뇌물수수와 허위 용역 보고서 작성 혐의 모두 법리적으로 보나, 사실 관계의 측면에서 보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A 교수의 변호인은 전날(4일) 언론사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피의자는 제주해경의 소환 요청을 받고 2회에 걸쳐 자진 출석해, '뇌물수수'와 '허위 용역보고서 작성 혐의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소명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면서 "피의사실 중 일부를 공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A 교수의 변호인은 5일 KBS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때가 되면 피의자 입장, 이 사건 수사 경위, 무리한 법령 적용 등 법리적 쟁점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배포하거나 설명 자리를 열겠다"면서 "지금은 수사 중이라 부정확한 보도 내용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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