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그림자가 된 아이들…출생 미등록 70%는 ‘외국인 아동’

입력 2023.07.06 (06:39) 수정 2023.07.0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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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이 경찰 수사로 조금씩 확인되고 있지만, 현황 파악조차 힘든 그림자 아이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외국인 아동입니다.

외국인은 한국에서 출산해도 출생 신고를 할 의무나 방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출생 미등록 상태의 문제점은 똑같이 안고 있지만, 아동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 한국에 온 몽골인 부부는 올해 초, 막내 아들을 낳았습니다.

[엄마/몽골인/음성변조 : "올해 1월 25일에 태어났어요. 행복했어요."]

한국 병원에서 출생 증명서를 발급받았지만, 출생 신고는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기는 출생 신고 의무가 없고,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몽골인/음성변조 : "(미등록 아동이라) 예방접종 맞을 때도 굉장히 비싸요. 예방접종 다 맞긴 했는데 보험처리가 안 돼서 굉장히 비쌌습니다."]

본국 대사관에는 출생 등록을 할 수 있지만, 불법 체류자일 경우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최창호/기아대책 다문화사업본부 : "단속에 걸려 추방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 미등록 아동 6천여 명 중 4천여 명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이였습니다.

전체의 70%에 달하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아이라고 해서 출생 미등록 상태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김진/변호사/사단법인 두루 :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한국인 아동이랑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동학대에 노출될 수도 있고."]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출생 통보제'도 외국인 아이들은 외면했습니다.

[이다정/간호사/프로젝트 팀 '사회적 부모' : "출생증명을 안 해주면 유령으로 살아야 하는데. 외국인이니 내국인이니 구별하면서 그게 과연 국익에 맞는 건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국적과 신분에 상관없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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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그림자가 된 아이들…출생 미등록 70%는 ‘외국인 아동’
    • 입력 2023-07-06 06:39:44
    • 수정2023-07-06 07:55:34
    뉴스광장 1부
[앵커]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이 경찰 수사로 조금씩 확인되고 있지만, 현황 파악조차 힘든 그림자 아이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외국인 아동입니다.

외국인은 한국에서 출산해도 출생 신고를 할 의무나 방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출생 미등록 상태의 문제점은 똑같이 안고 있지만, 아동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 한국에 온 몽골인 부부는 올해 초, 막내 아들을 낳았습니다.

[엄마/몽골인/음성변조 : "올해 1월 25일에 태어났어요. 행복했어요."]

한국 병원에서 출생 증명서를 발급받았지만, 출생 신고는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기는 출생 신고 의무가 없고,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몽골인/음성변조 : "(미등록 아동이라) 예방접종 맞을 때도 굉장히 비싸요. 예방접종 다 맞긴 했는데 보험처리가 안 돼서 굉장히 비쌌습니다."]

본국 대사관에는 출생 등록을 할 수 있지만, 불법 체류자일 경우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최창호/기아대책 다문화사업본부 : "단속에 걸려 추방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 미등록 아동 6천여 명 중 4천여 명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이였습니다.

전체의 70%에 달하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아이라고 해서 출생 미등록 상태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김진/변호사/사단법인 두루 :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한국인 아동이랑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동학대에 노출될 수도 있고."]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출생 통보제'도 외국인 아이들은 외면했습니다.

[이다정/간호사/프로젝트 팀 '사회적 부모' : "출생증명을 안 해주면 유령으로 살아야 하는데. 외국인이니 내국인이니 구별하면서 그게 과연 국익에 맞는 건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국적과 신분에 상관없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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