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재판, 왜?
입력 2023.07.28 (07:01)
수정 2023.07.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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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1917201.jpg)
'이태원 참사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법정에 섭니다.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김 의원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가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한 가지 혐의만 적용한 건데요.
김 의원의 막말에 모욕 혐의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잇단 막말…유족 “2차 가해” 분노
먼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막말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김 의원이 자신의 SNS에 각종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건 지난해 11월과 12월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1939379.png)
안전운임제를 지키려고 파업한 화물연대를 두고 "쌩 양아치 집단", "악의 축, 암적인 존재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빌어먹게 생겨서" 같은 인신공격성 표현도 남겼습니다.
■ '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왜?
통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모두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고의로 비방할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일 경우에는 모욕죄가, 구체적 사실 또는 거짓에 바탕을 둔 표현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됩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2000126.png)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 등은 김 의원의 막말이 두 가지 죄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 등을 거쳐 지난 3월 김 의원 사건을 모욕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 또한 경찰 의견대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공인의 혐오 발언이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 등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윤정 / 변호사 "보통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하는 의견이라면 모욕 혐의가, 구체적인 사실이나 거짓에 근거한 표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됩니다. 이번에 수사기관에서 김미나 의원의 SNS 글을 단순 혐오나 감정 표현 등으로 본 것 같습니다." |
■ "경찰·검찰 판단 잘못…유감"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 막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2059265.png)
고소·고발 당사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만 적용돼,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모욕죄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박미혜/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위원회 변호사 "수사기관에서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SNS 글을 단순한 욕으로만 봤다는 겁니다. '시체팔이' '자식 팔아' 등의 표현은 유족 보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에 바탕을 둔 명예훼손인데, 이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은 거죠." "고소 내용이 전부 인정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공인이 사회적 참사로 괴로워하는 유가족분들께 위로는 커녕 욕설 수준의 말을 해 기소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강성진/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저희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과연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김미나 시의원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재판 결과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 재판 시작도 안 했는데…"솜방망이 처벌 우려"
![](/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2236468.png)
지난 2월,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원권은 6개월이 지나면 회복되며, 의원직 유지와 의정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창원시의회는 김 의원의 제명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 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출석정지 30일 징계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막말로 희생자와 유족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책임만 지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부터 지역 사회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영국/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혐오 발언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아픔에 대한 혐오 발언, 그리고 갈등까지 유발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절대 근절할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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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재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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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법정에 섭니다.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김 의원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가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한 가지 혐의만 적용한 건데요.
김 의원의 막말에 모욕 혐의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잇단 막말…유족 “2차 가해” 분노
먼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막말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김 의원이 자신의 SNS에 각종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건 지난해 11월과 12월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1939379.png)
안전운임제를 지키려고 파업한 화물연대를 두고 "쌩 양아치 집단", "악의 축, 암적인 존재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빌어먹게 생겨서" 같은 인신공격성 표현도 남겼습니다.
■ '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왜?
통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모두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고의로 비방할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일 경우에는 모욕죄가, 구체적 사실 또는 거짓에 바탕을 둔 표현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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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 등은 김 의원의 막말이 두 가지 죄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 등을 거쳐 지난 3월 김 의원 사건을 모욕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 또한 경찰 의견대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공인의 혐오 발언이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 등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윤정 / 변호사 "보통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하는 의견이라면 모욕 혐의가, 구체적인 사실이나 거짓에 근거한 표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됩니다. 이번에 수사기관에서 김미나 의원의 SNS 글을 단순 혐오나 감정 표현 등으로 본 것 같습니다." |
■ "경찰·검찰 판단 잘못…유감"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 막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3/07/27/320221690452059265.png)
고소·고발 당사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만 적용돼,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모욕죄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박미혜/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위원회 변호사 "수사기관에서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SNS 글을 단순한 욕으로만 봤다는 겁니다. '시체팔이' '자식 팔아' 등의 표현은 유족 보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에 바탕을 둔 명예훼손인데, 이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은 거죠." "고소 내용이 전부 인정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공인이 사회적 참사로 괴로워하는 유가족분들께 위로는 커녕 욕설 수준의 말을 해 기소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강성진/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저희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과연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김미나 시의원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재판 결과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 재판 시작도 안 했는데…"솜방망이 처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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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원권은 6개월이 지나면 회복되며, 의원직 유지와 의정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창원시의회는 김 의원의 제명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 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출석정지 30일 징계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막말로 희생자와 유족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책임만 지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부터 지역 사회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영국/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혐오 발언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아픔에 대한 혐오 발언, 그리고 갈등까지 유발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절대 근절할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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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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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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