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재판, 왜?

입력 2023.07.28 (07:01) 수정 2023.07.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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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법정에 섭니다.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김 의원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가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한 가지 혐의만 적용한 건데요.

김 의원의 막말에 모욕 혐의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잇단 막말…유족 “2차 가해” 분노

먼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막말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김 의원이 자신의 SNS에 각종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건 지난해 11월과 12월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

안전운임제를 지키려고 파업한 화물연대를 두고 "쌩 양아치 집단", "악의 축, 암적인 존재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빌어먹게 생겨서" 같은 인신공격성 표현도 남겼습니다.

■ '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왜?

통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모두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고의로 비방할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일 경우에는 모욕죄가, 구체적 사실 또는 거짓에 바탕을 둔 표현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 등은 김 의원의 막말이 두 가지 죄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 등을 거쳐 지난 3월 김 의원 사건을 모욕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 또한 경찰 의견대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공인의 혐오 발언이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 등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윤정 / 변호사

"보통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하는 의견이라면 모욕 혐의가, 구체적인 사실이나 거짓에 근거한 표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됩니다. 이번에 수사기관에서 김미나 의원의 SNS 글을 단순 혐오나 감정 표현 등으로 본 것 같습니다."

■ "경찰·검찰 판단 잘못…유감"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 막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 막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소·고발 당사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만 적용돼,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모욕죄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박미혜/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위원회 변호사

"수사기관에서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SNS 글을 단순한 욕으로만 봤다는 겁니다. '시체팔이' '자식 팔아' 등의 표현은 유족 보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에 바탕을 둔 명예훼손인데, 이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은 거죠."

"고소 내용이 전부 인정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공인이 사회적 참사로 괴로워하는 유가족분들께 위로는 커녕 욕설 수준의 말을 해 기소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성진/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저희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과연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김미나 시의원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재판 결과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재판 시작도 안 했는데…"솜방망이 처벌 우려"


지난 2월,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원권은 6개월이 지나면 회복되며, 의원직 유지와 의정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창원시의회는 김 의원의 제명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 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출석정지 30일 징계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막말로 희생자와 유족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책임만 지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부터 지역 사회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영국/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혐오 발언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아픔에 대한 혐오 발언, 그리고 갈등까지 유발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절대 근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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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7-28 0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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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법정에 섭니다.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김 의원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가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한 가지 혐의만 적용한 건데요.

김 의원의 막말에 모욕 혐의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잇단 막말…유족 “2차 가해” 분노

먼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막말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김 의원이 자신의 SNS에 각종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건 지난해 11월과 12월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같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
안전운임제를 지키려고 파업한 화물연대를 두고 "쌩 양아치 집단", "악의 축, 암적인 존재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빌어먹게 생겨서" 같은 인신공격성 표현도 남겼습니다.

■ '이태원 참사 막말'…명예훼손 아닌 모욕 혐의만, 왜?

통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모두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고의로 비방할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일 경우에는 모욕죄가, 구체적 사실 또는 거짓에 바탕을 둔 표현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 등은 김 의원의 막말이 두 가지 죄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 등을 거쳐 지난 3월 김 의원 사건을 모욕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 또한 경찰 의견대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공인의 혐오 발언이 단순 의견이나 추상적 감정 표현 등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윤정 / 변호사

"보통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하는 의견이라면 모욕 혐의가, 구체적인 사실이나 거짓에 근거한 표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됩니다. 이번에 수사기관에서 김미나 의원의 SNS 글을 단순 혐오나 감정 표현 등으로 본 것 같습니다."

■ "경찰·검찰 판단 잘못…유감"

지난해 12월,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 막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소·고발 당사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만 적용돼,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모욕죄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박미혜/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위원회 변호사

"수사기관에서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SNS 글을 단순한 욕으로만 봤다는 겁니다. '시체팔이' '자식 팔아' 등의 표현은 유족 보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에 바탕을 둔 명예훼손인데, 이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은 거죠."

"고소 내용이 전부 인정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공인이 사회적 참사로 괴로워하는 유가족분들께 위로는 커녕 욕설 수준의 말을 해 기소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성진/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저희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과연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김미나 시의원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재판 결과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재판 시작도 안 했는데…"솜방망이 처벌 우려"


지난 2월,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원권은 6개월이 지나면 회복되며, 의원직 유지와 의정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창원시의회는 김 의원의 제명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 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출석정지 30일 징계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막말로 희생자와 유족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책임만 지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부터 지역 사회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영국/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모욕 혐의만 적용한 것은 혐오 발언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아픔에 대한 혐오 발언, 그리고 갈등까지 유발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절대 근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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