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바꾼 ‘카눈’ 동중국해 머물며 폭염 강화

■ 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바뀌어

중국 상하이 부근으로 상륙이 예상됐던 6호 태풍 '카눈(KHANUN)'의 예상 경로가 바뀌었습니다.
카눈은 현재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시속 17km 로 북서진하며 일본 오키나와를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늘(1일) 오전 9시 기준 강도 '매우 강'급의 태풍으로, 중심기압은 935hPa, 최대풍속은 초속 49m, 강풍반경은 410km 로 분석됩니다.

카눈은 북상 속도가 점차 느려지며 3일인 목요일까지 동중국해상에서 머물다,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 길 잃은 '카눈', 어디로 향하나?

1일 오전 10시 기상청 태풍 통보문,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오늘 발표한 카눈의 진로예측을 보면, 오키나와를 지나 동중국해까지는 큰 변동 없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위도 30도 부근까지는 따뜻한 바다로부터 에너지를 받으며 태풍이 당분간 세력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모레(3일) 이후의 이동경로는 우리나라 부근 기압계의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모레 이후 태풍이 어디로 향할 지, 여러 수치모델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원인은 태풍 주변 대기의 흐름입니다.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저기압성 소용돌이

먼저, 태풍의 북상 속도가 늦어졌습니다. 태풍의 북상을 늦춘 건, 태풍의 북서쪽에 있는 상층의 저기압성 소용돌이로 분석됩니다. 저기압성 흐름을 따라 태풍의 북서쪽으로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태풍의 북서진을 막고, 속도도 늦춘 겁니다. 오늘 오전 9시 기준 시속 17km의 이동속도를 보였던 카눈은 3일쯤엔 시속 10km를 밑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3일 오전의 예상 일기도, 태풍 주변으로 고기압이 자리잡은 모습

이렇게 느려진 태풍이 동중국해에서 머무는 동안, 동아시아의 기압계는 다시 재편됩니다. 기상청의 예측에 따르면 태풍이 동중국해상에 자리 잡는 모레쯤엔 5호 태풍 독수리에 의해 분리됐던 티벳 고기압이 다시 합쳐지며 세력을 갖추고, 태풍의 북서쪽에 자리잡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도 태풍의 북동쪽에 위치하며 태풍을 주변으로 세력이 비슷한 고기압이 자리잡게 됩니다. 고기압에 가로막힌 태풍이 특별한 흐름을 타지 못하고 정체한다는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각 모델이 예측한 태풍의 이동 경로

경로 예측의 관건은 태풍이 결국 어떤 흐름(지향류)을 타고 이동할 것인지를 맞추는 겁니다. 각 수치 모델이 모의하는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의 형태는 모두 다릅니다.
일부 모델이 우리나라로 향하거나 상륙할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지만, 기상청은 아직 예상 경로의 변동성이 매우 높고, 이후 기압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상청은 태풍을 견인하는 주요 세력을 판단하는데 빠르면 목요일이나 늦으면 토요일쯤엔 가닥을 잡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또 주말 쯤 태풍의 동쪽에서 발생하는 '열대 요란'도 경로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태풍, 우리나라 영향은?

태풍이 우리나라로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동중국해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의 폭염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서 끌어올려지는 남풍이 우리나라로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태풍 주변 고기압이 버티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한동안 기승을 부릴 전망입니다.

동중국해에 있는 카눈의 영향으로 당분간 제주 해상과 남해상에선 높은 물결이 일겠습니다.
제주 해안과 남해안, 전라 서해안엔 너울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2일부터 5일까지 대조기와 맞물리면서 만조 시 해안가 저지대의 침수 피해와 피서철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합니다.
5일 이후 태풍의 경로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안심보단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