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더 길고 더 뜨거운 여름이 온다

입력 2023.08.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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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나온 KBS의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재앙 시나리오’ 된 IPCC 보고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6199>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바트 심슨이 이렇게 말합니다. "올해는 내 인생 최고로 더운 여름이야." 그림 왼쪽에는 화염으로 불타는 북미 서부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대답이 압권입니다.

아버지인 호머 심슨은 "올해는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고 일러줍니다. 앞으로 남은 여름이 지금보다 더 힘겨워질 거라는 암시입니다. 특히 바트 심슨 같은 '미래 세대'에게 말입니다.

작가는 알았을까요? "올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는 말이 개그나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고 진실이었음을...

올해 여름 우리나라는 7월 긴 장마가 이어졌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극심한 폭염이 닥쳤습니다. 장마로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올라가자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고, 그에 따라 온열 질환자가 대폭 늘었습니다.


■ 더 길고 뜨거운 여름이 온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KBS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에 의뢰해 '폭염 리스크 평가와 전망' 최신 자료를 받았습니다.


먼저 윗 지도는 2000~2019년까지, 과거 20년의 폭염 지도입니다. 짙은 빨강으로 표시된 곳이 <폭염 리스크 매우 높음> 시군인데요, 더운 날씨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도심 한가운데인 서구·중구·남구 3곳과 경남 창녕군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20년쯤 이후인 2041년부터 2060년 전망을 보면 색깔이 완전히 변합니다.


주요 대도시는 모두 '매우 위험' 등급이고요. 강원 산간과 일부 해안가·제주도와 울릉도 등 특수 기후를 가진 곳을 제외하면 전국이 폭염 위험 지역이 되는 겁니다.

폭염 등급이 높아지면 여러 부정적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당장 온열 질환자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야외 작업이 많고 환경 영향을 직접 받는 농업·수산업 분야에선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거고, 여름철 야외 작업 제한 시간과 기간이 지금보다 길어지면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겁니다.

더 큰 걱정은, 이 전망은 '긍정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겁니다. 이 전망은 SSP1-2.6으로 '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즉, 화석 연료 사용이 줄지 않거나 더 늘어난다면, 지도에서 초록색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인상 /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박사

본 폭염 리스크 평가에 활용된 SSP1 시나리오는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 우리가 앞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SSP5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서 앞으로 발생하면 안 되는 가장 안 좋은 조건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 2041~2060년 기준으로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일수는 SSP1의 경우 19일, SSP5의 경우 37일로 전망되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은 탄소 중립…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7억 톤인데요.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6위였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도 지난 4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지역마다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설치됐고, 저마다의 감축 목표에 따라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원태 / 경북 탄소중립지원센터장(금오공과대학교 교수)

탄소 중립을 위한 지역 산업 구조 대전환, 녹색 건축물 및 녹색 교통 체계 구축, 산림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탄소 흡수원 확보, 도민 건강 보호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 체계 구축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선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장소 확보 등 거대한 규모로 진행될 사업들이 있고, 산업계의 동참도 필수적입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에어컨 사용 시간을 줄인다든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등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생활 태도가 쌓이고 쌓여서 산업계는 물론 거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거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라는 보드라운 단어로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겠지요.

기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노력이 시작 단계인 가운데, 너무 늦진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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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더 길고 더 뜨거운 여름이 온다
    • 입력 2023-08-18 1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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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나온 KBS의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재앙 시나리오’ 된 IPCC 보고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6199>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바트 심슨이 이렇게 말합니다. "올해는 내 인생 최고로 더운 여름이야." 그림 왼쪽에는 화염으로 불타는 북미 서부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대답이 압권입니다.

아버지인 호머 심슨은 "올해는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고 일러줍니다. 앞으로 남은 여름이 지금보다 더 힘겨워질 거라는 암시입니다. 특히 바트 심슨 같은 '미래 세대'에게 말입니다.

작가는 알았을까요? "올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는 말이 개그나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고 진실이었음을...

올해 여름 우리나라는 7월 긴 장마가 이어졌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극심한 폭염이 닥쳤습니다. 장마로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올라가자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고, 그에 따라 온열 질환자가 대폭 늘었습니다.


■ 더 길고 뜨거운 여름이 온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KBS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에 의뢰해 '폭염 리스크 평가와 전망' 최신 자료를 받았습니다.


먼저 윗 지도는 2000~2019년까지, 과거 20년의 폭염 지도입니다. 짙은 빨강으로 표시된 곳이 <폭염 리스크 매우 높음> 시군인데요, 더운 날씨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도심 한가운데인 서구·중구·남구 3곳과 경남 창녕군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20년쯤 이후인 2041년부터 2060년 전망을 보면 색깔이 완전히 변합니다.


주요 대도시는 모두 '매우 위험' 등급이고요. 강원 산간과 일부 해안가·제주도와 울릉도 등 특수 기후를 가진 곳을 제외하면 전국이 폭염 위험 지역이 되는 겁니다.

폭염 등급이 높아지면 여러 부정적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당장 온열 질환자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야외 작업이 많고 환경 영향을 직접 받는 농업·수산업 분야에선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거고, 여름철 야외 작업 제한 시간과 기간이 지금보다 길어지면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겁니다.

더 큰 걱정은, 이 전망은 '긍정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겁니다. 이 전망은 SSP1-2.6으로 '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즉, 화석 연료 사용이 줄지 않거나 더 늘어난다면, 지도에서 초록색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인상 /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박사

본 폭염 리스크 평가에 활용된 SSP1 시나리오는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 우리가 앞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SSP5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로서 앞으로 발생하면 안 되는 가장 안 좋은 조건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 2041~2060년 기준으로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일수는 SSP1의 경우 19일, SSP5의 경우 37일로 전망되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은 탄소 중립…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7억 톤인데요.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6위였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도 지난 4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지역마다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설치됐고, 저마다의 감축 목표에 따라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원태 / 경북 탄소중립지원센터장(금오공과대학교 교수)

탄소 중립을 위한 지역 산업 구조 대전환, 녹색 건축물 및 녹색 교통 체계 구축, 산림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탄소 흡수원 확보, 도민 건강 보호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 체계 구축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선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장소 확보 등 거대한 규모로 진행될 사업들이 있고, 산업계의 동참도 필수적입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에어컨 사용 시간을 줄인다든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등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생활 태도가 쌓이고 쌓여서 산업계는 물론 거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거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라는 보드라운 단어로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겠지요.

기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노력이 시작 단계인 가운데, 너무 늦진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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