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골든 타임’ 10년…마지막 기회에 할 일은? [2023 인구론]③

입력 2023.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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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내용은 미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습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30년 만에 태어난 시골 아기…인구 소멸에 부딪힌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gz1w4Q_-vSg

2023년 2분기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 역대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습니다.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2017년 9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IMF총재(현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출산율 숫자를 듣고 "집단 자살 사회"라는 유명한 말로 경고를 했습니다. 당시 합계 출산율은 1.05명이었는데도 라가르드 총재 눈에는 한국이 소멸로 달려가는 집단 자살 사회로 보였던 거죠. '0.7'이란 숫자를 받은 지금, 라가르드 총재는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산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입니다. 인구 정책 분야에선 2030년대 중반쯤이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에게 10여 년 정도가 인구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인 겁니다.

인구 감소는 국가 전체의 문제지만, 전반적인 저출산에 수도권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비수도권 지역들에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당장 2분기 합계 출산율만 본다면 서울이 0.53명인 반면, 전북 0.94명, 충북 0.87명, 경북은 0.84명 등 비수도권 지역이 더 높긴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10~20년 뒤에도 해당 지역에 남아있으리란 보장은 없죠.

이런 현실에서 비수도권 지방들은 도대체 뭘 해야 할까요?

■ 인구 X, 인재 O…"사람에 더 투자해야"

이 분야 전문가들은 소멸의 길에 접어든 지자체가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인구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인구를 지역의 '자원'이자 '인재'로 바라보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거죠. 특히 지역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두고, 원하는 바를 세심하게 챙기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 각 지역 고유의 대안적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현상이 있지만, 동시에 수도권의 초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형태를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인을 모셔오는 쪽으로 인구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석 /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금은 사람을 초대하는 일인데, 이거는 개발시대 행정과는 완전히 다르죠.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되고,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되고, 연령별 맞춤형 행정을 해야 된다는 거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역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들도 자신들이 속한 지자체와 공동 운명체임을 인식하고, 지역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상호 /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
"양질의 인재들을 지역에서 육성할 수 있도록 핵심적으로 지역의 어떤 대학들을 아주 특화해서 육성해주고, 대학이 지역의 중소기업이 당면한 생산성의 문제들, 기술적인 문제들, 도시가 직면한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성장 시대 만든 정책에서 탈피, 지방 자율성 높여야"

사실 각 지역의 실정과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예산과 권한의 부족 탓에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가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성장시대 중앙 정부의 전국 단일 정책 기획과 예산 집행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조득환 /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장
"제도라는 건 중앙정부의 소관이었는데, 이제는 거기서 탈피해서, 지방 정부가 자기의 필요성에 따라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제도들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

특히 인구 증가 시대에 만들어졌던 많은 제도와 법률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재조정할 전 사회적인 협의 기구도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생활 필수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합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료·교통 등 생활 필수 인프라가 감소하고, 이는 또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작동되고 있는데요. 각 지역의 적정 인프라 규모를 파악하고 유지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은 복잡하기만 하고, 맛집을 한 번 가려면 기다리는 줄은 길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가 뭔 문제야" 싶겠지만, 인구 감소로 인한 여러 부작용은 이미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방소멸로 인한 공간 왜곡,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왜곡은 거대한 사회적·경제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며 모두를 집어삼킬 겁니다.

지방 소멸과 국가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구와 지역민을 바라보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과 이를 뒷받침할 행정 혁신이 없다면 다음 기회도, 미래도 없습니다.

[연관 기사]
[2023 인구론]① ‘30년 만의 아기’…7년 뒤 지금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5804
[2023 인구론]② 도시는 예외?…소멸 넘어 붕괴 ‘코앞’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8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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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 위기 ‘골든 타임’ 10년…마지막 기회에 할 일은? [2023 인구론]③
    • 입력 2023-09-09 06:00:03
    심층K
(관련 내용은 미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습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30년 만에 태어난 시골 아기…인구 소멸에 부딪힌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gz1w4Q_-vSg

2023년 2분기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 역대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습니다.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2017년 9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IMF총재(현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출산율 숫자를 듣고 "집단 자살 사회"라는 유명한 말로 경고를 했습니다. 당시 합계 출산율은 1.05명이었는데도 라가르드 총재 눈에는 한국이 소멸로 달려가는 집단 자살 사회로 보였던 거죠. '0.7'이란 숫자를 받은 지금, 라가르드 총재는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산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입니다. 인구 정책 분야에선 2030년대 중반쯤이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에게 10여 년 정도가 인구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인 겁니다.

인구 감소는 국가 전체의 문제지만, 전반적인 저출산에 수도권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비수도권 지역들에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당장 2분기 합계 출산율만 본다면 서울이 0.53명인 반면, 전북 0.94명, 충북 0.87명, 경북은 0.84명 등 비수도권 지역이 더 높긴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10~20년 뒤에도 해당 지역에 남아있으리란 보장은 없죠.

이런 현실에서 비수도권 지방들은 도대체 뭘 해야 할까요?

■ 인구 X, 인재 O…"사람에 더 투자해야"

이 분야 전문가들은 소멸의 길에 접어든 지자체가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인구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인구를 지역의 '자원'이자 '인재'로 바라보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거죠. 특히 지역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두고, 원하는 바를 세심하게 챙기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 각 지역 고유의 대안적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현상이 있지만, 동시에 수도권의 초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형태를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인을 모셔오는 쪽으로 인구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석 /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금은 사람을 초대하는 일인데, 이거는 개발시대 행정과는 완전히 다르죠.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되고,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되고, 연령별 맞춤형 행정을 해야 된다는 거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역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들도 자신들이 속한 지자체와 공동 운명체임을 인식하고, 지역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상호 /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
"양질의 인재들을 지역에서 육성할 수 있도록 핵심적으로 지역의 어떤 대학들을 아주 특화해서 육성해주고, 대학이 지역의 중소기업이 당면한 생산성의 문제들, 기술적인 문제들, 도시가 직면한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성장 시대 만든 정책에서 탈피, 지방 자율성 높여야"

사실 각 지역의 실정과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예산과 권한의 부족 탓에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가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성장시대 중앙 정부의 전국 단일 정책 기획과 예산 집행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조득환 /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장
"제도라는 건 중앙정부의 소관이었는데, 이제는 거기서 탈피해서, 지방 정부가 자기의 필요성에 따라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제도들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

특히 인구 증가 시대에 만들어졌던 많은 제도와 법률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재조정할 전 사회적인 협의 기구도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생활 필수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합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료·교통 등 생활 필수 인프라가 감소하고, 이는 또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작동되고 있는데요. 각 지역의 적정 인프라 규모를 파악하고 유지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은 복잡하기만 하고, 맛집을 한 번 가려면 기다리는 줄은 길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가 뭔 문제야" 싶겠지만, 인구 감소로 인한 여러 부작용은 이미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방소멸로 인한 공간 왜곡,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왜곡은 거대한 사회적·경제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며 모두를 집어삼킬 겁니다.

지방 소멸과 국가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구와 지역민을 바라보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과 이를 뒷받침할 행정 혁신이 없다면 다음 기회도, 미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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