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대통령이 되기엔 늙었다?…미 ‘노인 정치’ 논란
입력 2023.09.18 (10:46)
수정 2023.09.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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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유력 정치인, 공화당 내 '반 트럼프'의 대표주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이 차기 상원 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상당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밋 롬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인데요?
[기자]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였죠.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현재는 미 의회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데, 13일, 롬니 의원이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 이번 임기가 2025년 1월에 끝나는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겁니다.
[밋 롬니/미 상원의원/공화당 : "제 나이를 고려할 때, 상원의원을 한 번 더 하면 그 임기가 끝날 때쯤 80대 중반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다음 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앵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소동이 잇따른 상황이라, 롬니 의원의 발언이 더 조명받는 거잖아요?
[기자]
가장 유명한 건 공화당 대표의 '얼음' 소동이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면서 30초 동안 아무 반응도 못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올해 여든한 살이죠.
심지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데요.
7월에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어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거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령 정치인, 올해 아흔 살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도 여러 차례 '나이'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상임위 회의에서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법안을 계속 읽는다거나, 대상포진으로 석 달 가까이 의정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선 고령 정치인의 경우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무려 76%가 고령 정치인에게 강제적으로 정신 감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 '고령 리스크'가 가장 부담스러운 미국 정치인은 바이든 대통령이잖아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여든 살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내년 11월 열리는 대선에도 또 출마하겠다고 했죠.
만약 승리하면 여든둘에 취임해 여든여섯 살까지 재임하게 됩니다.
건장한 모습을 보여도 나이 논란이 뒤따르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교통사고로 숨져서 자신이 애도 성명까지 낸 사람을 찾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전이라고 잘못 말한 적도 있습니다.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도 짧은 거로 바꿨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대선 행보에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미 테네시주 거주자 :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늙었어요. 나이 제한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수록 여러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앵커]
그래서 공화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나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공화당 내 지지율 1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슷한 또래죠?
[기자]
바이든 80세, 트럼프 77세.
3살밖에 차이가 안 나죠.
그런데 트럼프를 고령이라서 걱정하는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3%는 바이든이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답했지만, 트럼프에 대해선 47%만 나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재선할 경우 나이 많아 업무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 응답한 경우도,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30%로 차이가 컸습니다.
[앵커]
결국 '늙었다'는 게 주관적인 판단이고, 또 같은 고령이라고 해도 신체적, 정신적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고령 정치인' 논란은 노인, 노화에 대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고령 정치인 정신감정과 은퇴를 강력히 주장하는데, 본인은 올해 쉰한 살밖에 안 됐죠.
또 이런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몇 살부터 고령인지 딱 잘라 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고령 정치인 논란이 마냥 소모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미 의회 평균 연령은 58세, 상원만 따지면 64세입니다.
또 미 의원 전체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수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미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이 세대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노인 정치' 논란은 의원 한 명이 늙었다, 젊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미 의회가 사회 구성원들을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미국 유력 정치인, 공화당 내 '반 트럼프'의 대표주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이 차기 상원 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상당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밋 롬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인데요?
[기자]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였죠.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현재는 미 의회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데, 13일, 롬니 의원이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 이번 임기가 2025년 1월에 끝나는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겁니다.
[밋 롬니/미 상원의원/공화당 : "제 나이를 고려할 때, 상원의원을 한 번 더 하면 그 임기가 끝날 때쯤 80대 중반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다음 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앵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소동이 잇따른 상황이라, 롬니 의원의 발언이 더 조명받는 거잖아요?
[기자]
가장 유명한 건 공화당 대표의 '얼음' 소동이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면서 30초 동안 아무 반응도 못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올해 여든한 살이죠.
심지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데요.
7월에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어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거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령 정치인, 올해 아흔 살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도 여러 차례 '나이'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상임위 회의에서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법안을 계속 읽는다거나, 대상포진으로 석 달 가까이 의정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선 고령 정치인의 경우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무려 76%가 고령 정치인에게 강제적으로 정신 감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 '고령 리스크'가 가장 부담스러운 미국 정치인은 바이든 대통령이잖아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여든 살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내년 11월 열리는 대선에도 또 출마하겠다고 했죠.
만약 승리하면 여든둘에 취임해 여든여섯 살까지 재임하게 됩니다.
건장한 모습을 보여도 나이 논란이 뒤따르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교통사고로 숨져서 자신이 애도 성명까지 낸 사람을 찾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전이라고 잘못 말한 적도 있습니다.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도 짧은 거로 바꿨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대선 행보에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미 테네시주 거주자 :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늙었어요. 나이 제한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수록 여러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앵커]
그래서 공화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나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공화당 내 지지율 1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슷한 또래죠?
[기자]
바이든 80세, 트럼프 77세.
3살밖에 차이가 안 나죠.
그런데 트럼프를 고령이라서 걱정하는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3%는 바이든이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답했지만, 트럼프에 대해선 47%만 나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재선할 경우 나이 많아 업무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 응답한 경우도,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30%로 차이가 컸습니다.
[앵커]
결국 '늙었다'는 게 주관적인 판단이고, 또 같은 고령이라고 해도 신체적, 정신적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고령 정치인' 논란은 노인, 노화에 대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고령 정치인 정신감정과 은퇴를 강력히 주장하는데, 본인은 올해 쉰한 살밖에 안 됐죠.
또 이런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몇 살부터 고령인지 딱 잘라 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고령 정치인 논란이 마냥 소모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미 의회 평균 연령은 58세, 상원만 따지면 64세입니다.
또 미 의원 전체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수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미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이 세대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노인 정치' 논란은 의원 한 명이 늙었다, 젊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미 의회가 사회 구성원들을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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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3-09-18 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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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정치인, 공화당 내 '반 트럼프'의 대표주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이 차기 상원 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상당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밋 롬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인데요?
[기자]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였죠.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현재는 미 의회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데, 13일, 롬니 의원이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 이번 임기가 2025년 1월에 끝나는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겁니다.
[밋 롬니/미 상원의원/공화당 : "제 나이를 고려할 때, 상원의원을 한 번 더 하면 그 임기가 끝날 때쯤 80대 중반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다음 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앵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소동이 잇따른 상황이라, 롬니 의원의 발언이 더 조명받는 거잖아요?
[기자]
가장 유명한 건 공화당 대표의 '얼음' 소동이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면서 30초 동안 아무 반응도 못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올해 여든한 살이죠.
심지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데요.
7월에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어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거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령 정치인, 올해 아흔 살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도 여러 차례 '나이'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상임위 회의에서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법안을 계속 읽는다거나, 대상포진으로 석 달 가까이 의정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선 고령 정치인의 경우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무려 76%가 고령 정치인에게 강제적으로 정신 감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 '고령 리스크'가 가장 부담스러운 미국 정치인은 바이든 대통령이잖아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여든 살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내년 11월 열리는 대선에도 또 출마하겠다고 했죠.
만약 승리하면 여든둘에 취임해 여든여섯 살까지 재임하게 됩니다.
건장한 모습을 보여도 나이 논란이 뒤따르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교통사고로 숨져서 자신이 애도 성명까지 낸 사람을 찾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전이라고 잘못 말한 적도 있습니다.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도 짧은 거로 바꿨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대선 행보에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미 테네시주 거주자 :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늙었어요. 나이 제한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수록 여러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앵커]
그래서 공화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나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공화당 내 지지율 1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슷한 또래죠?
[기자]
바이든 80세, 트럼프 77세.
3살밖에 차이가 안 나죠.
그런데 트럼프를 고령이라서 걱정하는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3%는 바이든이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답했지만, 트럼프에 대해선 47%만 나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재선할 경우 나이 많아 업무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 응답한 경우도,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30%로 차이가 컸습니다.
[앵커]
결국 '늙었다'는 게 주관적인 판단이고, 또 같은 고령이라고 해도 신체적, 정신적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고령 정치인' 논란은 노인, 노화에 대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고령 정치인 정신감정과 은퇴를 강력히 주장하는데, 본인은 올해 쉰한 살밖에 안 됐죠.
또 이런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몇 살부터 고령인지 딱 잘라 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고령 정치인 논란이 마냥 소모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미 의회 평균 연령은 58세, 상원만 따지면 64세입니다.
또 미 의원 전체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수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미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이 세대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노인 정치' 논란은 의원 한 명이 늙었다, 젊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미 의회가 사회 구성원들을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미국 유력 정치인, 공화당 내 '반 트럼프'의 대표주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이 차기 상원 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상당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밋 롬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인데요?
[기자]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였죠.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현재는 미 의회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데, 13일, 롬니 의원이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 이번 임기가 2025년 1월에 끝나는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겁니다.
[밋 롬니/미 상원의원/공화당 : "제 나이를 고려할 때, 상원의원을 한 번 더 하면 그 임기가 끝날 때쯤 80대 중반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다음 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앵커]
최근 미국에서 고령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소동이 잇따른 상황이라, 롬니 의원의 발언이 더 조명받는 거잖아요?
[기자]
가장 유명한 건 공화당 대표의 '얼음' 소동이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면서 30초 동안 아무 반응도 못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올해 여든한 살이죠.
심지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데요.
7월에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어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거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령 정치인, 올해 아흔 살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도 여러 차례 '나이'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상임위 회의에서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법안을 계속 읽는다거나, 대상포진으로 석 달 가까이 의정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선 고령 정치인의 경우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무려 76%가 고령 정치인에게 강제적으로 정신 감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 '고령 리스크'가 가장 부담스러운 미국 정치인은 바이든 대통령이잖아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여든 살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내년 11월 열리는 대선에도 또 출마하겠다고 했죠.
만약 승리하면 여든둘에 취임해 여든여섯 살까지 재임하게 됩니다.
건장한 모습을 보여도 나이 논란이 뒤따르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교통사고로 숨져서 자신이 애도 성명까지 낸 사람을 찾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전이라고 잘못 말한 적도 있습니다.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도 짧은 거로 바꿨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대선 행보에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미 테네시주 거주자 :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늙었어요. 나이 제한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수록 여러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앵커]
그래서 공화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나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공화당 내 지지율 1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슷한 또래죠?
[기자]
바이든 80세, 트럼프 77세.
3살밖에 차이가 안 나죠.
그런데 트럼프를 고령이라서 걱정하는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3%는 바이든이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답했지만, 트럼프에 대해선 47%만 나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재선할 경우 나이 많아 업무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 응답한 경우도,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30%로 차이가 컸습니다.
[앵커]
결국 '늙었다'는 게 주관적인 판단이고, 또 같은 고령이라고 해도 신체적, 정신적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고령 정치인' 논란은 노인, 노화에 대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고령 정치인 정신감정과 은퇴를 강력히 주장하는데, 본인은 올해 쉰한 살밖에 안 됐죠.
또 이런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몇 살부터 고령인지 딱 잘라 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고령 정치인 논란이 마냥 소모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를 보면 미 의회 평균 연령은 58세, 상원만 따지면 64세입니다.
또 미 의원 전체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수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미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이 세대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노인 정치' 논란은 의원 한 명이 늙었다, 젊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미 의회가 사회 구성원들을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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