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 드론 들고 귀국…다음은 북·중·러?

입력 2023.09.18 (14:16) 수정 2023.09.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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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17일)까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이르면 오늘 북한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총 8박 9일, 그중 5박 6일은 꼬박 러시아에서 보낸 일정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집권 뒤 최장 기간 해외 체류입니다.

긴 시간을 할애한 이번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의 초점은 역시 '무기 거래'였을 거라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 러시아제 드론·방탄조끼 선물 받아…마지막 날까지 '군사협력'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일정을 돌아보면 이번에도 '역시나' 군사협력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극동연방대, 프리모스키 수족관, 아르니카사의 사료 합성 공장 등 여러 곳을 둘러 보고 김 위원장은 무기박람회장을 들렀습니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직접 안내하고 전시돼 있던 러시아제 드론과 방탄조끼 등을 소개했는데,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코제먀코 주지사가 김 위원장에서 드론 6대와 드론 통제 시스템, 방탄조끼를 선물했다고 전했습니다.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줄 것이라며 SNS에 올린 정찰드론. / 올레그 코제먀코 주지사 텔레그램.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줄 것이라며 SNS에 올린 정찰드론. / 올레그 코제먀코 주지사 텔레그램.

이 6대의 드론 가운데 5대는 자폭 드론, 1대는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정찰 드론이었는데 모두 연해주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러시아 측이 북한에 드론을 선물한 것은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결의안 2397호에 따르면 모든 산업용 기계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드론의 양 자체도, '북한군의 작전 능력 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안 1718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여파를 충분히 짐작했을 텐데도 김 위원장에 전달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도 완전히 무시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NK뉴스의 평가입니다.

북·러 양국은 당장 오는 11월 평양에서 정부 간 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데, 이때는 드론만 주고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정은, 항저우 갈까?…홍콩 언론 "김 위원장 연내 방중 가능성"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다음에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도 관건입니다. 당장 다음 주 수요일(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하는데,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추측이 무성합니다.

통일부는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아시안게임 기간 방중 가능성에 대해 "관계기관과 함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고위급 특사단이 누가 어떤 형식으로 방문하게 될지 확인해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일간지 명보는 어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결산하고 중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사설은 북·러 정상회담(13일) 직전인 지난 6~8일 사이 시 주석이 중러 변경과 최북단인 헤이룽장성의 모허시 베이지촌을 찾았다면서, 특히 당시 시 주석이 중국 동북 지방에 대해 "‘북방을 향해 개방된 중요한 문호’로 규정하고 ‘동북아 지역 협력, 국내·국제 쌍 순환을 연결하는 전략적 지위와 역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도 북·러와의 협력을 강조한 건데, 일각에는 '9월 항저우 북·중 정상회담'설만큼이나 '10월 북·중·러 정상회담'설도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까지 참석하면 북·중·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겁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도 지난 5일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러와 미·중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간다면 향후 푸틴, 김정은, 시진핑이 3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과는 '경제협력' 위주일 듯…백두산 관광 재개 준비 동향도

그렇다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다면 가장 중요하게 논의할 의제는 어떤 것일까요? '경제협력'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6.7%로, 김 위원장 집권 뒤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북한 경제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중국의 식량 지원이나 북·중 관광 재개 등을 논의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9년 6월 시진핑 주석이 방북한 당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한 건 크게 세 가지"라며 "중국은 매년 60만 톤가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고, 매년 3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을 보장하고, 기타 원유·비료·의약품 등을 유무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 등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면 새로운 합의보단 당시 합의를 재확인하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켜지지 못한 '중국 관광객 30만 명 보장' 부분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관광 재개, 또 화학 비료와 의약품 관련 협력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양강도 - 중국 지린성 접경 지역의 중국쪽 쌍무펑 통상구의 모습. 지난해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한 곳에 올해 들어 대규모 세관 시설이 새로 들어섰다.북한 양강도 - 중국 지린성 접경 지역의 중국쪽 쌍무펑 통상구의 모습. 지난해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한 곳에 올해 들어 대규모 세관 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실제로 중국인의 북한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이 일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의 접경 지역에서 중국 측 세관이 확장된 건데요, 지난해까지 숲만 있던 지역에 약 14헥타르 면적의 대규모 시설이 들어섰고, 관광버스와 대형 트럭도 드나들 수 있는 넓은 연결도로도 확인됐습니다.

이 세관 남쪽의 북한 삼지연시는 과거 백두산 관광특구로 개발된 지역인 만큼, 이 중국 세관 확장은 북·중 양국이 백두산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북·중 양국이 더 밀착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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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러시아 드론 들고 귀국…다음은 북·중·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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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17일)까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이르면 오늘 북한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총 8박 9일, 그중 5박 6일은 꼬박 러시아에서 보낸 일정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집권 뒤 최장 기간 해외 체류입니다.

긴 시간을 할애한 이번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의 초점은 역시 '무기 거래'였을 거라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 러시아제 드론·방탄조끼 선물 받아…마지막 날까지 '군사협력'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일정을 돌아보면 이번에도 '역시나' 군사협력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극동연방대, 프리모스키 수족관, 아르니카사의 사료 합성 공장 등 여러 곳을 둘러 보고 김 위원장은 무기박람회장을 들렀습니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직접 안내하고 전시돼 있던 러시아제 드론과 방탄조끼 등을 소개했는데,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코제먀코 주지사가 김 위원장에서 드론 6대와 드론 통제 시스템, 방탄조끼를 선물했다고 전했습니다.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줄 것이라며 SNS에 올린 정찰드론. / 올레그 코제먀코 주지사 텔레그램.
이 6대의 드론 가운데 5대는 자폭 드론, 1대는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정찰 드론이었는데 모두 연해주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러시아 측이 북한에 드론을 선물한 것은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결의안 2397호에 따르면 모든 산업용 기계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드론의 양 자체도, '북한군의 작전 능력 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안 1718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여파를 충분히 짐작했을 텐데도 김 위원장에 전달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도 완전히 무시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NK뉴스의 평가입니다.

북·러 양국은 당장 오는 11월 평양에서 정부 간 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데, 이때는 드론만 주고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정은, 항저우 갈까?…홍콩 언론 "김 위원장 연내 방중 가능성"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다음에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도 관건입니다. 당장 다음 주 수요일(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하는데,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추측이 무성합니다.

통일부는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아시안게임 기간 방중 가능성에 대해 "관계기관과 함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고위급 특사단이 누가 어떤 형식으로 방문하게 될지 확인해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일간지 명보는 어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결산하고 중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사설은 북·러 정상회담(13일) 직전인 지난 6~8일 사이 시 주석이 중러 변경과 최북단인 헤이룽장성의 모허시 베이지촌을 찾았다면서, 특히 당시 시 주석이 중국 동북 지방에 대해 "‘북방을 향해 개방된 중요한 문호’로 규정하고 ‘동북아 지역 협력, 국내·국제 쌍 순환을 연결하는 전략적 지위와 역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도 북·러와의 협력을 강조한 건데, 일각에는 '9월 항저우 북·중 정상회담'설만큼이나 '10월 북·중·러 정상회담'설도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까지 참석하면 북·중·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겁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도 지난 5일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러와 미·중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간다면 향후 푸틴, 김정은, 시진핑이 3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과는 '경제협력' 위주일 듯…백두산 관광 재개 준비 동향도

그렇다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다면 가장 중요하게 논의할 의제는 어떤 것일까요? '경제협력'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6.7%로, 김 위원장 집권 뒤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북한 경제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중국의 식량 지원이나 북·중 관광 재개 등을 논의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9년 6월 시진핑 주석이 방북한 당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한 건 크게 세 가지"라며 "중국은 매년 60만 톤가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고, 매년 3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을 보장하고, 기타 원유·비료·의약품 등을 유무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 등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면 새로운 합의보단 당시 합의를 재확인하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켜지지 못한 '중국 관광객 30만 명 보장' 부분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관광 재개, 또 화학 비료와 의약품 관련 협력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양강도 - 중국 지린성 접경 지역의 중국쪽 쌍무펑 통상구의 모습. 지난해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한 곳에 올해 들어 대규모 세관 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실제로 중국인의 북한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이 일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의 접경 지역에서 중국 측 세관이 확장된 건데요, 지난해까지 숲만 있던 지역에 약 14헥타르 면적의 대규모 시설이 들어섰고, 관광버스와 대형 트럭도 드나들 수 있는 넓은 연결도로도 확인됐습니다.

이 세관 남쪽의 북한 삼지연시는 과거 백두산 관광특구로 개발된 지역인 만큼, 이 중국 세관 확장은 북·중 양국이 백두산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북·중 양국이 더 밀착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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