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사춘기? 성조숙증 환자 급증에 과잉진료 논란

입력 2023.09.20 (21:35) 수정 2023.09.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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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녀의 키가 더 컸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노린 과잉 진료가 논란입니다.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된 아동에게만 처방돼야 할 성 호르몬 억제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쓰이고 있는 건데요.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1살 초등학생을 키우는 여성입니다.

아들의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에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추고 있습니다.

[자녀 성호르몬 억제 치료 중인 엄마/음성변조 : "주사를 맞을지 말지는 부모님이 결정을 하셔도 된다. 만 10세 전에 진단을 받으면 실손보험 같은게 적용된다고."]

2차 성징이 빨리 진행되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키가 자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선 이런 아이들에게 성조숙증 진단을 내리고, 2차 성징을 늦추는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처방합니다.

보험을 적용받아 한 번에 5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성조숙증 진단 연령은 여아 만 8살, 남아 만 9살 미만입니다.

하지만 몇 개월 차이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범위를 한 살씩 늘렸습니다.

그 결과 성호르몬 억제주사를 맞은 어린이는 5년 새 두 배 늘었습니다.

[성장클리닉 관계자/음성변조 : "추가적으로 초음파나 이런 것 보실 수 있고요. 필요하면 MRI 검사도 하는 경우도 있고."]

성조숙증 진단을 받으면 키가 크지 않을 거란 불안감에,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주사까지 함께 처방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채현욱/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2차 성징이 조금 빠르다고 해서 치료하는 것은 오히려 키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건강보험에 청구된 관련 진료비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이종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위원 : "FDA 보고서를 보게 되면 정상인 아이들한테 사용될 때는 뇌압이 올라서 두통이 심해지거나 키 크는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조숙증 과잉치료 병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앵커]

성조숙증 과잉 치료 논란에 대해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살펴봤지만, 과잉 치료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9살 여자 어린이 5명 중 1명이 성조숙증 치료인 성호르몬 억제제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9살에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정상 사춘기입니다.

2년 뒤인 11살에 초경을 하니까요.

여아는 8살, 남아는 9살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날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치료 기간을 고려해 건강보험 적용을 1살 늦추다 보니 9살 이전까지 건보적용이 되는데 이를 진단 기준으로 끌어다 써 과잉치료를 합니다.

여아 성조숙증 치료 시작 나이를 보면 '8살 11개월'이 가장 많습니다.

건보 혜택이 끝나기 직전 치료를 시작하는 건데요,

8살 11개월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정상 사춘기입니다.

8살 여아의 16.9%, 9살 여아의 20%가 성조숙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데, 이런 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키가 안 클 수도 있다고요?

[기자]

사춘기가 오면 키가 확 자라죠.

1년에 10센티미터 넘게 크는 경우도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왔는데 막으면 급성장을 막는 겁니다.

사춘기를 늦춰 성장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나중에 키가 확 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냥 놔뒀을 때보다 오히려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는 겁니다.

성조숙증에선 사춘기가 빨리 오고 사춘기 자체도 짧아 키가 충분히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앵커]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성장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성장 호르몬 주사는 꼭 필요한 경우만 써야겠죠?

[기자]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거나 키가 또래 100명을 줄 세웠을 때 앞에서 3명 안에 드는 저신장증 치료에 쓰입니다.

최근엔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할 때 키를 키우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20%에서 두통,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키는 80%는 유전이고 20%는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소아 비만은 호르몬을 교란시켜 키 성장을 방해합니다.

운동부족, 불충분한 수면, 척추측만증 등의 환경적 요인을 먼저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촬영기자:이상훈 황종원/영상편집:이태희 전유진/그래픽:채상우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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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른 사춘기? 성조숙증 환자 급증에 과잉진료 논란
    • 입력 2023-09-20 21:35:21
    • 수정2023-09-20 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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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녀의 키가 더 컸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노린 과잉 진료가 논란입니다.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된 아동에게만 처방돼야 할 성 호르몬 억제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쓰이고 있는 건데요.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1살 초등학생을 키우는 여성입니다.

아들의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에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추고 있습니다.

[자녀 성호르몬 억제 치료 중인 엄마/음성변조 : "주사를 맞을지 말지는 부모님이 결정을 하셔도 된다. 만 10세 전에 진단을 받으면 실손보험 같은게 적용된다고."]

2차 성징이 빨리 진행되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키가 자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선 이런 아이들에게 성조숙증 진단을 내리고, 2차 성징을 늦추는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처방합니다.

보험을 적용받아 한 번에 5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성조숙증 진단 연령은 여아 만 8살, 남아 만 9살 미만입니다.

하지만 몇 개월 차이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범위를 한 살씩 늘렸습니다.

그 결과 성호르몬 억제주사를 맞은 어린이는 5년 새 두 배 늘었습니다.

[성장클리닉 관계자/음성변조 : "추가적으로 초음파나 이런 것 보실 수 있고요. 필요하면 MRI 검사도 하는 경우도 있고."]

성조숙증 진단을 받으면 키가 크지 않을 거란 불안감에,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주사까지 함께 처방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채현욱/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2차 성징이 조금 빠르다고 해서 치료하는 것은 오히려 키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건강보험에 청구된 관련 진료비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이종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위원 : "FDA 보고서를 보게 되면 정상인 아이들한테 사용될 때는 뇌압이 올라서 두통이 심해지거나 키 크는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조숙증 과잉치료 병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앵커]

성조숙증 과잉 치료 논란에 대해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살펴봤지만, 과잉 치료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9살 여자 어린이 5명 중 1명이 성조숙증 치료인 성호르몬 억제제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9살에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정상 사춘기입니다.

2년 뒤인 11살에 초경을 하니까요.

여아는 8살, 남아는 9살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날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치료 기간을 고려해 건강보험 적용을 1살 늦추다 보니 9살 이전까지 건보적용이 되는데 이를 진단 기준으로 끌어다 써 과잉치료를 합니다.

여아 성조숙증 치료 시작 나이를 보면 '8살 11개월'이 가장 많습니다.

건보 혜택이 끝나기 직전 치료를 시작하는 건데요,

8살 11개월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정상 사춘기입니다.

8살 여아의 16.9%, 9살 여아의 20%가 성조숙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데, 이런 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키가 안 클 수도 있다고요?

[기자]

사춘기가 오면 키가 확 자라죠.

1년에 10센티미터 넘게 크는 경우도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왔는데 막으면 급성장을 막는 겁니다.

사춘기를 늦춰 성장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나중에 키가 확 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냥 놔뒀을 때보다 오히려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는 겁니다.

성조숙증에선 사춘기가 빨리 오고 사춘기 자체도 짧아 키가 충분히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앵커]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성장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성장 호르몬 주사는 꼭 필요한 경우만 써야겠죠?

[기자]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거나 키가 또래 100명을 줄 세웠을 때 앞에서 3명 안에 드는 저신장증 치료에 쓰입니다.

최근엔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할 때 키를 키우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20%에서 두통,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키는 80%는 유전이고 20%는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소아 비만은 호르몬을 교란시켜 키 성장을 방해합니다.

운동부족, 불충분한 수면, 척추측만증 등의 환경적 요인을 먼저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촬영기자:이상훈 황종원/영상편집:이태희 전유진/그래픽:채상우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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