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귀신병’에 굿까지…북한 핵실험장 주민들의 증언

입력 2023.09.21 (12:49) 수정 2023.09.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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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그동안 핵실험이 거듭되면서 인근 주민과 환경에 어떤 피해를 입혔을지 의혹만 무성했는데요.

이곳에 살던 탈북민들이 방사능 피해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나섰습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 총 6차례 있었습니다.

실험 당시 지진 규모 등으로 추측해 계산한 폭발력이긴 하지만, 1차에서 2차, 3차 4, 5차로 거듭할수록 더 강력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핵실험 장소는 다 같은 곳이었습니다.

한반도 북동부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입니다.

그래서 '풍계리'하면, 북한 핵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죠.

얼핏 사람이 살지 않는 고립된 장소에서 핵실험이 진행됐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핵실험장 바로 인근에 북한 주민들의 거주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문제 없을까요?

이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부터 줄곧 제기됐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철저히 은폐해 왔습니다.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이 참가하는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나왔는데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누출 피해를 직접 보고 겪었다는 증언, 한 번 들어보시죠.

[이영란(가명)/길주군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상하수도 물도 다 그 핵 실험장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고 있거든요."]

["핵 실험장 들어서면서부터 산천어가 온데간데없어지고... 언젠가부터는 거기서 송이버섯이 나오지도 않고…"]

["한 집 건너에 다 위암 환자 췌장암 환자, 폐암 환자…"]

[김순복(가명)/길주군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어느 때부턴가 류머티즘 관절염을 비롯해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결핵 환자, 피부염 환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이 같이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시름시름 앓는 사람을 가리켜 '귀신병'에 걸렸다고 말을 했고, 무당을 찾아가 방토(굿)하기도 하였습니다."]

영상 속 탈북민들, 핵실험장이 들어서고, 3차 핵실험 때에도 길주군에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맑은 지역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후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 줄줄이 병에 걸려 목숨까지 잃은 겁니다.

지난 2월, 한 북한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지하 핵실험장은 주로 지하수가 거의 없는 사막지대에 있습니다.

반면, 풍계리에는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하다는 게 문제인데요.

이 지하수의 영향권을 짐작해보자면, 핵실험장 반경 40km 이내입니다.

길주군,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백암군, 단천시의 주요 거주지가 포함됩니다.

여기에 핵실험장 인근의 남대천을 따라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화대군과 김책시도 물 오염 위험이 큰 지역이 됩니다.

이 8개 시군의 전체 인구는 약 108만 명인데, 남대천 주변에 거주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주민을 최대 50% 정도로 계산하면 약 54만 명입니다.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핵 실험장 일대 탈북민 약 800 명을 상대로 피폭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89명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연말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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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1 12:49:22
    • 수정2023-09-21 13: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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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그동안 핵실험이 거듭되면서 인근 주민과 환경에 어떤 피해를 입혔을지 의혹만 무성했는데요.

이곳에 살던 탈북민들이 방사능 피해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나섰습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 총 6차례 있었습니다.

실험 당시 지진 규모 등으로 추측해 계산한 폭발력이긴 하지만, 1차에서 2차, 3차 4, 5차로 거듭할수록 더 강력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핵실험 장소는 다 같은 곳이었습니다.

한반도 북동부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입니다.

그래서 '풍계리'하면, 북한 핵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죠.

얼핏 사람이 살지 않는 고립된 장소에서 핵실험이 진행됐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핵실험장 바로 인근에 북한 주민들의 거주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문제 없을까요?

이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부터 줄곧 제기됐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철저히 은폐해 왔습니다.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이 참가하는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나왔는데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누출 피해를 직접 보고 겪었다는 증언, 한 번 들어보시죠.

[이영란(가명)/길주군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상하수도 물도 다 그 핵 실험장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고 있거든요."]

["핵 실험장 들어서면서부터 산천어가 온데간데없어지고... 언젠가부터는 거기서 송이버섯이 나오지도 않고…"]

["한 집 건너에 다 위암 환자 췌장암 환자, 폐암 환자…"]

[김순복(가명)/길주군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어느 때부턴가 류머티즘 관절염을 비롯해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결핵 환자, 피부염 환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이 같이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시름시름 앓는 사람을 가리켜 '귀신병'에 걸렸다고 말을 했고, 무당을 찾아가 방토(굿)하기도 하였습니다."]

영상 속 탈북민들, 핵실험장이 들어서고, 3차 핵실험 때에도 길주군에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맑은 지역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후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 줄줄이 병에 걸려 목숨까지 잃은 겁니다.

지난 2월, 한 북한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지하 핵실험장은 주로 지하수가 거의 없는 사막지대에 있습니다.

반면, 풍계리에는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하다는 게 문제인데요.

이 지하수의 영향권을 짐작해보자면, 핵실험장 반경 40km 이내입니다.

길주군,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백암군, 단천시의 주요 거주지가 포함됩니다.

여기에 핵실험장 인근의 남대천을 따라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화대군과 김책시도 물 오염 위험이 큰 지역이 됩니다.

이 8개 시군의 전체 인구는 약 108만 명인데, 남대천 주변에 거주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주민을 최대 50% 정도로 계산하면 약 54만 명입니다.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핵 실험장 일대 탈북민 약 800 명을 상대로 피폭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89명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연말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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