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고 보니 짬짜미…재해구호협회, 구호품 납품도 의혹 투성이

입력 2023.09.27 (07:29) 수정 2023.09.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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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 비리 의혹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 협회 운영에 미심쩍은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재민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의 로비와 짬짜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탐사보도부 김덕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5월, 재해구호협회가 낸 긴급입찰공고문입니다.

경북 영덕 수해와 강원 산불 이재민들이 쓸 구호 꾸러미, 키트 납품 업체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생필품 위주던 종전과 달리 화재 예방 콘센트가 별도로 추가됐습니다.

안에 먼지가 쌓여 불이 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콘센트인데, 특정 제품을 납품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개당 가격이 꾸러미 전체 비용의 30% 이상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이재민이 당장 써야 할 구호 키트에 웬 멀티탭(콘센트)이 들어가서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취재 결과, 입찰 공고 한 달여 전 해당 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인 임 모 씨가 당시 협회 한 자문위원 소개로 재해구호협회를 찾아갔습니다.

사무총장 등에게 해당 제품을 설명하고 구호 꾸러미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임○○/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음성 변조 : "(사무총장에게) 말씀을 드렸었죠. 제품이 안 좋았다면 제가 말씀을 못 드렸겠죠. 어차피 (공개) 입찰로 진행됐던 제품이었고."]

공개 입찰 과정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다른 참여 업체가 없어 1차 입찰이 유찰된 뒤, 재해구호협회는 납품 지연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임 씨 쪽은 아는 업체에 부탁해 재입찰에 참여시키고 경쟁 형식을 갖췄습니다.

[최○○/임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 변조 : "지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득이하게 (입찰 참여)요청한 거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재입찰에 함께 참여한 업체는 콘센트와는 상관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실상 들러리를 선 겁니다.

결국, 임 씨 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임 씨는 그 석 달 뒤 재해구호협회의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임 씨 업체는 이후 4년여 동안 해당 제품 6억 3천만 원어치를 재해구호협회에 납품했습니다.

[이해식/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재해구호협회에서 자문 위원이 속한 업체와 이른바 '짬짜미' 입찰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소중한 국민 성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회가 발주한 계약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김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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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7 07:29:38
    • 수정2023-09-27 07: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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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 비리 의혹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 협회 운영에 미심쩍은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재민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의 로비와 짬짜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탐사보도부 김덕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5월, 재해구호협회가 낸 긴급입찰공고문입니다.

경북 영덕 수해와 강원 산불 이재민들이 쓸 구호 꾸러미, 키트 납품 업체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생필품 위주던 종전과 달리 화재 예방 콘센트가 별도로 추가됐습니다.

안에 먼지가 쌓여 불이 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콘센트인데, 특정 제품을 납품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개당 가격이 꾸러미 전체 비용의 30% 이상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이재민이 당장 써야 할 구호 키트에 웬 멀티탭(콘센트)이 들어가서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취재 결과, 입찰 공고 한 달여 전 해당 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인 임 모 씨가 당시 협회 한 자문위원 소개로 재해구호협회를 찾아갔습니다.

사무총장 등에게 해당 제품을 설명하고 구호 꾸러미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임○○/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음성 변조 : "(사무총장에게) 말씀을 드렸었죠. 제품이 안 좋았다면 제가 말씀을 못 드렸겠죠. 어차피 (공개) 입찰로 진행됐던 제품이었고."]

공개 입찰 과정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다른 참여 업체가 없어 1차 입찰이 유찰된 뒤, 재해구호협회는 납품 지연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임 씨 쪽은 아는 업체에 부탁해 재입찰에 참여시키고 경쟁 형식을 갖췄습니다.

[최○○/임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 변조 : "지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득이하게 (입찰 참여)요청한 거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재입찰에 함께 참여한 업체는 콘센트와는 상관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실상 들러리를 선 겁니다.

결국, 임 씨 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임 씨는 그 석 달 뒤 재해구호협회의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임 씨 업체는 이후 4년여 동안 해당 제품 6억 3천만 원어치를 재해구호협회에 납품했습니다.

[이해식/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재해구호협회에서 자문 위원이 속한 업체와 이른바 '짬짜미' 입찰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소중한 국민 성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회가 발주한 계약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김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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