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내일을 위한 ‘밥상 전쟁 중’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③

입력 2023.09.27 (08:01) 수정 2023.10.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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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후위기시대, 추석을 앞두고 KBS 기후위기대응팀은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라는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밥상 위 추석 과일 가격에서 시작해 기후 위기가 촉발한 국제적인 식량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과학적인 분석자료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

KBS 뉴스 보도화면KBS 뉴스 보도화면

추석 사과에서부터 시작한 기후위기보고서, 앞서 기후변화가 우리 밥상의 위기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① ‘추석 과일에 무슨 일이?’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② 1도 오르면 7% 상승…바닷물에 출렁이는 밥상물가

그런데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밥상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 우리나라가 내 집이라면? '쌀밥만 넉넉한 밥상'

우리나라를 '내 집'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나는 제법 좋은 집에 살고 돈도 좀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열 명이 "오늘부턴 집에서 난 거로만 먹자"며 식사하기로 합니다. 살펴보니 쌀은 넉넉한데, 콩과 보리는 세 명이 겨우 먹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밀은 아예 밀가루만 흩뿌린 정도라 내놓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우리 집 안에 있는 식량을 우리끼리만 먹는다면 딱 그렇습니다. 식량 자급률 45%, 그나마 쌀을 제외하곤 보리 38.2%, 콩 30.4%, 밀은 0.8%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집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까지 먹이려면(곡물 자급률)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21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21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그런데 사실 가진 것만으로 먹을 이유가 없죠, 돈이 있으니 장도 볼 수 있고 정 급하면 옆집에서 빌려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습니다.

■ 그런데 지금부터는? '밥상을 지키는 자'가 '승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인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로 쌀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지난여름 '가뭄'에 이은 '폭우'로 수확량이 급감할 거로 봤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주요 밀 수출국이기도 한데 기록적인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해부턴 밀 수출에도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설탕값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고공행진 중입니다. 원당 주요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 등지에서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다음 달(10월)부터 설탕마저 수출을 제한할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초기 밀값이 폭등했을 때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줄줄이 빗장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식량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자료: World Bank (국제 곡물가격 추이)자료: World Bank (국제 곡물가격 추이)

지난 40여 년 국제 곡물 가격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된 것처럼 지난 2007·8년과 11·12년에도 두 차례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에너지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이상 기상 현상'이었습니다. 2007년엔 호주 '가뭄', 2010년에도 러시아를 휩쓴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특히 2010년 당시 세계 1위 밀 수출국 러시아는 밀 수확량이 급감해 수출을 전면 중단할 정도였는데, 여파로 이집트와 튀니지 등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일제히 빵값이 폭등했습니다. 결국,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빵, 자유, 사회정의”를 외쳤는데요, 이 격렬했던 시위로 결국 독재정권이 교체됐습니다.

그 유명한 '아랍의 봄' 역시 폭등한 식량 가격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그 언제가 되었든 자국민의 밥상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는 어떻게든 참혹한 대가를 치러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밥상 전쟁' 부른 기후위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그래도 지금은 가진 돈이 넉넉하면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음식을 사 올 수 있습니다. 사과값이, 빵값이 비싸 속상하지만 먹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내일도 그럴까요?

이런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해, UN에선 195개국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라는 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5~9년 주기를 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보고서를 내놓는데,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 협상에 주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지난 3월 IPCC는 9년 만에 6차 종합보고서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최신 보고서엔 특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간의 보고서들이 산업화 이전대비 1.5도 이상 상승을 막기 위한 경고를 해왔다면, 이제는 "어떤 감축 노력을 하든 20년 내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배출된 탄소량 때문인데, 마치 이미 물이 가득 찬 컵에 조금씩 더 붓든, 많이 붓든 이미 찬 양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후위기 골든타임 10년”…“선택지 없다” 강력 경고)

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6차보고서 제1실무그룹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온 상승 전망'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6차보고서 제1실무그룹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온 상승 전망'

그래도 그나마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5도선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인 대처를 요구했는데요, 위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앞으로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가정한 시나리오인 '공통사회경제경로'(SSP1)에도, 이 범위를 유지할 거라 볼 뿐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위기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 IPCC의 경고 "2050년 주요 곡물가 최대 23% 상승"

특히 IPCC 보고서 중 농업 분야를 보면, 이미 지난 50년간 농업성장률이 감소했다고 언급합니다. 특히 중위도 지역에서 영향이 컸습니다.

이대로라면 2050년쯤 주요 곡물 가격은 최대 23%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했습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식량 공급의 불안정 정도는 더욱 심해질 거로 봤는데,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기온 상승에 따른 식량공급불안정'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기온 상승에 따른 식량공급불안정'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보면 우리도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세기말 쌀 생산량이 25%, 옥수수는 10~20%, 감자는 10~30% 감소할 거로 예측됐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죠, 지금은 인도가 곳간을 잠그고 13년 전엔 러시아가 잠갔지만, 이제는 주요 수출국이 모두 한꺼번에 문을 잠그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 그런데 우리는? 'OECD 국가 최하위'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45%, 곡물 자급률은 고작 20% 수준입니다.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가별 식품수급표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가별 식품수급표

위 그림에서 보듯 캐나다, 미국, 독일은 말 할 것도 없고 곡물자급률로 따지면 식량 순 수입국인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자급률이 높던 쌀마저 최근엔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최악의 위기가 찾아와 주요 식량 수입국들이 빗장을 걸어 잠갔을 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습니다.

■ 전 세계는 밥상전쟁 중… '농지는 지키고 생산성은 높여라'

이미 기후변화는 농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론 더 심해질 거란 경고도 나왔습니다.

언제든 주요 식량 수출국이 예고 없이 빗장을 걸어 잠글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밀 등 주요 식량을 무기 삼아 강력한 영향력마저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 기사에서 제시한 해법을 자세히 짚어보자면, 가장 중요한 건 최악의 상황에도 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우리 '농가'와 '농지'를 지키는 일입니다.

"관리된 농지가 있다면 유사시 언제든 그곳에 쌀농사라도 급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단 농가에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평소에는 가장 소득이 잘 나올 수 있는 작물을 심고, 위급상황에 곡물을 심어 활용하는 거죠. 경제적 문제로 농가가 포기하는 순간 그 농지는 사라지거나 황폐화됩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경제연구실장

우리와 자급률이 엇비슷한 수준인 일본은 이미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작물은 6개월이면 자랍니다. 그간 먹을 식량만 넉넉히 비축해놓아도 우리의 밥상은 안전합니다.

국가가 미리 창고를 넉넉히 채워두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후변화에도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 '밥상의 문제'가 '기후변화 문제'


기상전문기자로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줄어든 추석 사과'를 짚어보다 '식량안보' 문제까지 왔습니다. 이미 해외에선 기후변화가 그저 날씨 문제가 아닌 '경제'이슈가 된 지 오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상이나 재난 문제만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는 곧 '내일 먹을 밥상'의 문제입니다. 돈이 많아도, 능력이 있어도 밥 한 끼 먹기 힘들지 모를 내일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밥상'이 있는 나라만이 '내일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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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내일을 위한 ‘밥상 전쟁 중’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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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0-04 1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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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추석을 앞두고 KBS 기후위기대응팀은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라는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밥상 위 추석 과일 가격에서 시작해 기후 위기가 촉발한 국제적인 식량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과학적인 분석자료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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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사과에서부터 시작한 기후위기보고서, 앞서 기후변화가 우리 밥상의 위기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① ‘추석 과일에 무슨 일이?’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② 1도 오르면 7% 상승…바닷물에 출렁이는 밥상물가

그런데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밥상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 우리나라가 내 집이라면? '쌀밥만 넉넉한 밥상'

우리나라를 '내 집'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나는 제법 좋은 집에 살고 돈도 좀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열 명이 "오늘부턴 집에서 난 거로만 먹자"며 식사하기로 합니다. 살펴보니 쌀은 넉넉한데, 콩과 보리는 세 명이 겨우 먹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밀은 아예 밀가루만 흩뿌린 정도라 내놓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우리 집 안에 있는 식량을 우리끼리만 먹는다면 딱 그렇습니다. 식량 자급률 45%, 그나마 쌀을 제외하곤 보리 38.2%, 콩 30.4%, 밀은 0.8%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집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까지 먹이려면(곡물 자급률)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21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그런데 사실 가진 것만으로 먹을 이유가 없죠, 돈이 있으니 장도 볼 수 있고 정 급하면 옆집에서 빌려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습니다.

■ 그런데 지금부터는? '밥상을 지키는 자'가 '승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인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로 쌀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지난여름 '가뭄'에 이은 '폭우'로 수확량이 급감할 거로 봤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주요 밀 수출국이기도 한데 기록적인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해부턴 밀 수출에도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설탕값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고공행진 중입니다. 원당 주요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 등지에서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다음 달(10월)부터 설탕마저 수출을 제한할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초기 밀값이 폭등했을 때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줄줄이 빗장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식량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자료: World Bank (국제 곡물가격 추이)
지난 40여 년 국제 곡물 가격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된 것처럼 지난 2007·8년과 11·12년에도 두 차례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에너지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이상 기상 현상'이었습니다. 2007년엔 호주 '가뭄', 2010년에도 러시아를 휩쓴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특히 2010년 당시 세계 1위 밀 수출국 러시아는 밀 수확량이 급감해 수출을 전면 중단할 정도였는데, 여파로 이집트와 튀니지 등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일제히 빵값이 폭등했습니다. 결국,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빵, 자유, 사회정의”를 외쳤는데요, 이 격렬했던 시위로 결국 독재정권이 교체됐습니다.

그 유명한 '아랍의 봄' 역시 폭등한 식량 가격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그 언제가 되었든 자국민의 밥상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는 어떻게든 참혹한 대가를 치러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밥상 전쟁' 부른 기후위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그래도 지금은 가진 돈이 넉넉하면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음식을 사 올 수 있습니다. 사과값이, 빵값이 비싸 속상하지만 먹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내일도 그럴까요?

이런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해, UN에선 195개국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라는 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5~9년 주기를 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보고서를 내놓는데,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 협상에 주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지난 3월 IPCC는 9년 만에 6차 종합보고서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최신 보고서엔 특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간의 보고서들이 산업화 이전대비 1.5도 이상 상승을 막기 위한 경고를 해왔다면, 이제는 "어떤 감축 노력을 하든 20년 내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배출된 탄소량 때문인데, 마치 이미 물이 가득 찬 컵에 조금씩 더 붓든, 많이 붓든 이미 찬 양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후위기 골든타임 10년”…“선택지 없다” 강력 경고)

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6차보고서 제1실무그룹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온 상승 전망'
그래도 그나마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5도선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인 대처를 요구했는데요, 위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앞으로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가정한 시나리오인 '공통사회경제경로'(SSP1)에도, 이 범위를 유지할 거라 볼 뿐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위기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 IPCC의 경고 "2050년 주요 곡물가 최대 23% 상승"

특히 IPCC 보고서 중 농업 분야를 보면, 이미 지난 50년간 농업성장률이 감소했다고 언급합니다. 특히 중위도 지역에서 영향이 컸습니다.

이대로라면 2050년쯤 주요 곡물 가격은 최대 23%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했습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식량 공급의 불안정 정도는 더욱 심해질 거로 봤는데,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자료: IPCC(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기온 상승에 따른 식량공급불안정'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보면 우리도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세기말 쌀 생산량이 25%, 옥수수는 10~20%, 감자는 10~30% 감소할 거로 예측됐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죠, 지금은 인도가 곳간을 잠그고 13년 전엔 러시아가 잠갔지만, 이제는 주요 수출국이 모두 한꺼번에 문을 잠그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 그런데 우리는? 'OECD 국가 최하위'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45%, 곡물 자급률은 고작 20% 수준입니다.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가별 식품수급표
위 그림에서 보듯 캐나다, 미국, 독일은 말 할 것도 없고 곡물자급률로 따지면 식량 순 수입국인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자급률이 높던 쌀마저 최근엔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최악의 위기가 찾아와 주요 식량 수입국들이 빗장을 걸어 잠갔을 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습니다.

■ 전 세계는 밥상전쟁 중… '농지는 지키고 생산성은 높여라'

이미 기후변화는 농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론 더 심해질 거란 경고도 나왔습니다.

언제든 주요 식량 수출국이 예고 없이 빗장을 걸어 잠글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밀 등 주요 식량을 무기 삼아 강력한 영향력마저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 기사에서 제시한 해법을 자세히 짚어보자면, 가장 중요한 건 최악의 상황에도 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우리 '농가'와 '농지'를 지키는 일입니다.

"관리된 농지가 있다면 유사시 언제든 그곳에 쌀농사라도 급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단 농가에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평소에는 가장 소득이 잘 나올 수 있는 작물을 심고, 위급상황에 곡물을 심어 활용하는 거죠. 경제적 문제로 농가가 포기하는 순간 그 농지는 사라지거나 황폐화됩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경제연구실장

우리와 자급률이 엇비슷한 수준인 일본은 이미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작물은 6개월이면 자랍니다. 그간 먹을 식량만 넉넉히 비축해놓아도 우리의 밥상은 안전합니다.

국가가 미리 창고를 넉넉히 채워두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후변화에도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 '밥상의 문제'가 '기후변화 문제'


기상전문기자로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줄어든 추석 사과'를 짚어보다 '식량안보' 문제까지 왔습니다. 이미 해외에선 기후변화가 그저 날씨 문제가 아닌 '경제'이슈가 된 지 오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상이나 재난 문제만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는 곧 '내일 먹을 밥상'의 문제입니다. 돈이 많아도, 능력이 있어도 밥 한 끼 먹기 힘들지 모를 내일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밥상'이 있는 나라만이 '내일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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